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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주'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인생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 그러나 그게 우리 일상인 것을 보여주는 영화

by 무적스팸

박해일, 신민아… 이 두 배우의 이름과 우리가 상상하는 그곳 ‘경주’를 떠올리며 영화를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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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형의 장례식 때문에 한국에 온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 분)은 장례식에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지만, 친구를 뒤로하고 경주로 향한다.

잊혀진 옛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경주에서 만나자고 하며, 경주로 향하고, 경주 안내 데스크의 한 여인의 친절함을 받고, 자신이 궁금해 하는 춘화가 있는 7년 전 찻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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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는 춘화의 행방부터 묻는 이 남자를 변태로 오인한다. 그리고 경주로 온 과거의 애인 여정(윤진서 분)을 만나 과거에 애인이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여정은 다시 서울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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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겨 홀로 보문호수를 산책하던 최현은 공항에서 봤던 한 아이와 엄마를 지나친다.

그리고 다시 찻집 아리솔로 발걸음을 옮긴다. 찻집 주인 윤희는 다시 온 최현의 모습에 호기심을 보이며, 자신의 경주 계모임에도 함께 데리고 간다. 계모임에서 의도치 않게 최현을 우상시 하는 한 교수를 만나고, 또 윤희를 짝사랑하는 남자와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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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도록 함께 시간을 보낸 윤희와 최현과 그리고 윤희를 짝사랑하는 남자는 함께 한다. 윤희는 머물 곳 없는 최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단둘만 남은 공간에서 두 사람은 묘한 기류 속에 밤을 지샌다.

영화 ‘경주’(145분 2014.06.12 개봉, 감독 장률)는 주인공 최현이 7년 만에 경주에 가서 보내는 하루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아 냈다. 줄거리를 줄일 수 없는 이유는 어느 한 부분이 줄거리의 중요함으로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모습, 과거에 있었을 듯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이야기까지 다양한 일상의 기쁨, 웃음, 슬픔, 외로움, 그리고 공허함 등의 감정들은 영화 속에서 아주 아주 잔잔하게 담겨 있다. 관객은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하면서 영화 속 일상이 자신의 일상인 것처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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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

외국인들도 많이 오고, 수학여행도 많이 가는 여행의 메카, '경주'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영화는 여행을 갔음에도 말이다.

너무 지루해서 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일상.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다 나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어쨌든, 이런 일상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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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니 어쩌면 더 심심할 거 같은 그런 일상이 영화에 담겼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장률 감독은

“영화와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는데
영화 속에
이런 인물들을 넣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이 영화 ‘경주’는 주인공 최현이 여행에서 스쳐 지나가며 만난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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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심하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한발 물러나서 보게 되면 어쩌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이 자살을 하기도 하고, 평소 존경하던 외국 교수와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기도 하고, 과거의 애인이 아이를 가졌을 수도 있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 과거에 지나쳤던 사람일 수도 있는,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지루하다'라고 하기에 우리의 일상은 신기하게 얽히고 설켜서 돌아간다. 자세히 보면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도 색다른 일들이 존재한다. 이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의 일상이다.

영화를 보듯 내 일상을 한발 떨어져서 봐야겠다. 나의 지루함 일상 속에 어떤 색다른 일들이 존재하고 있나...

음... 뭔가 색다른 것이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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