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다시 생각하게 한 영화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가끔 느끼는 ‘엄청난’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 어떤 노래를 부를 때, 그 음악 소리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받는 순간. 그 순간은 나를 중심으로 지구가 돌아가는 것과 같고, 그 음악이 서라운드로 내 주변을 맴돌며, 나만을 위해서 노래가 울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 순간은 내가 있는 아무런 의미 없던 공간이 반짝반짝 빛이 나며, 의미 있는 공간과 순간으로 탈바꿈됩니다.
이것은 음악이 가진 힘입니다.
음악은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도 돌연,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들기도 하고, 슬픈 순간도 아름다운 순간으로, 재미있던 순간도 슬프게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엄청난’ 순간이 만들어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를 봤습니다. 바로 ‘비긴 어게인’.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함께 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어 헤어지면서, 그레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때, 그레타는 댄(마크 러팔로)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은 미치기 일보직전에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그의 뛰어난 음악 제작 감각이 살아나 그레타에게 음반제작을 제안합니다.
음반회사에서 제작을 거부당한 그레타와 댄은 뉴욕의 거리에서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유명한 뮤지션들은 아니지만, 새로운 밴드의 음악적 느낌은 풍부하고 충분합니다.
왜 이렇게 줄거리를 다 말하냐고요? 영화의 모든 줄거리를 안다고 해서 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음악을 듣는 매력적인 순간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제공하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은 댄이 그레타를 만나게 되는 카페에서의 노래 부르는 순간입니다. 그레타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레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면입니다!
“네가 노래 부르는 순간을
아름답게 반짝 반짝 빛나는
진주처럼 만들어주지”
이 말을 하는 것처럼, 댄은 그레타가 노래 부르는 동안 그녀 주변의 악기들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의 상상을 통해서 말입니다. 연주자 없이 그냥 놓여져 있는 악기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심심하기만 한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를 상상하는 댄의 모습을 보는 그 순간은 함께 영화를 보는 사람도 그 사운드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짜릿한 음악을 함께 듣게 됩니다.
우리가 평소 발견하지 못하는 어떤 소리 속에서 누군가는 댄처럼 엄청난 사운드를 발견해내, 그 심심하고 지루한 노래를 엄청나게 빛나는 노래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멋진 음악이나, 환상적인 음악 영상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노래 부르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어떤 평범하고 지루한 삶도 그렇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삶이 지루하기만 한데, 이 지루함을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평범한 순간을 반짝이는 순간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위의 말은 영화 타이틀로 나오는 말인데, 우리는 대신 이렇게 외쳐야겠습니다.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삶을!”
지금까지 누구나 빛나는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 1인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이 바로 위의 영상 올립니다!!! 우리의 무료함에도 이런 반짝반짝함이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