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섭게 내리던 2023년 5월 28일 일요일.
퇴근 1시간을 남겨두고 대표님은 조용히 나를 따로 부르셨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내 귀에는 이 말만 들렸다.
내일부터 이틀간 휴무죠? 그대로 쉬고 앞으로 나오지 않아도 되어요.
그렇다. 나는 당일 퇴사 통보를 받았다. 그것은 무척 당황스럽고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웠다. 퇴사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화에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면담을 마쳤다. 짧지만 나름 즐거웠던 춘천에서의 베이커리 카페 매니저의 일. 이제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분명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짜증이 나야 하는데, 왜 때문인지 나는 웃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속이 후련했다. 나도 이곳이 지긋지긋했을까? 어쩌면 나는 빨리 관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이가 없는 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런 마음이었다.
Dobby is free!
비가 무섭게 내리는 그날. 인수인계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 없이 마치 아르바이트생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것처럼 동료 매니저와 퇴근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다. 대표님은 면담을 마치면서 동료들에게 나의 퇴사를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 대표님께서 직접 말씀하신다고. 나는 동료들과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마치 휴무가 끝나고 다음날 출근할 사람처럼 퇴근을 해야 했다. 차 문을 닫다가 손가락이 끼어 피가 흘렀다. 비가 무섭게 내리는 날씨.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날씨에 나는 한 손으로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무서울 수 있었는데,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잘려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있는데, 나는 왜 때문인지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나는 이제 자유라는 생각뿐이었다.
연고도 없는 강원도 춘천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산촌마을 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자급자족을 하기에는 종일 죽노동에 비용도 많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농사짓기 힘들다 그러고 마트에서 사 먹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어렵게 농사지어 결과물을 얻고, 그것을 맛보면 마트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맛을(입이 고급져짐) 알게 된다.
이 귀한 농작물을 그대로 섭취하기보다는 이것을 활용해 더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베이커리 카페에 취직을 한 것인데, 내 예상과는 다른 비즈니스였고 그마저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잘렸다. 제품도 공간도 직원 서비스도 훌륭했지만, 역시 춘천 인구의 한계인 걸까?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니 인건비부터 줄여야겠다 싶었던 대표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충분히 이해가 된다지만…
아무튼 나는 춘천에서 지역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좋은 동료가 생겼다
얼마 뒤, 카페에서 일하던 셰프(팀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셰프님은 사업적인 이슈로 소속이 붕- 떠 있었는데,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고. 같이 버려진 신세끼리 뭉치게 되었다.
셰프님은 이제 본인의 가게를 차리고 싶은데, 빵만 잘 만들 줄 알지 운영은 자신이 없다며 나에게 동업을 제안하셨다. 며칠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우리는 동업자가 되었다.
그렇게 춘천에 프랑스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
[꼼아파리]
강원도 춘천시 만천양지길 64.
오픈: 오전 7:30
마감: 오후 5:00
매주 수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