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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고민하는 공간, 얼리브라운지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 서울숲 코워킹스페이스 탐방기

by 혜룡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일까?

하루 종일 내가 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무엇일까?

나의 모든 스케줄의 중심은 무엇일까?


8시 이전에 집을 나와서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지하철로 1시간. 9시 전부터 저녁 6시 넘도록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점심도 회사 안에서 먹는 편), 야근 또는 근처에서 저녁 약속을 잡은 뒤(또는 학원) 12시 즈음 집으로 돌아온다. 지옥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업무와 관련된 인사이트 자료를 찾아보고, 회사에선 하루 종일 컴퓨터를 바라보고, 퇴근 후 지옥철에서도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업무에 대한 생각들.. 꿈에서는 다음날 회사에서의 일들이 시뮬레이션된다. 병원이나 친구와의 사적인 만남은 언제나 후순위다. 지인들의 농담 같은 메세지는 읽지 않음을 유지한 채 하루를 넘긴 적도 있지만, 회사에서 오는 연락이나 업무 관련 메세지는 칼답이다.


싫어서 억지로 하는 것들도 있지만, 너무 좋아서 하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일도 삶도 모두 중요한데,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지?


직장인 밀집 지역의 높은 건물에 하나씩 코워킹스페이스가 생겨났다. 규모가 큰 체인점부터 작은 것까지... 마치 커피숍을 보는 듯하다. 최근 나의 관심사는 '일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디자인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 어떠한 비전과 목표로 공간이 운영되는지 알아보고자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아다니며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Co-Work'이 아니라 'Shared Office'에 가깝다. 하지만 공간 운영방식, 목표, 타깃 멤버 등이 다르다.


첫 번째로 이야기할 공간은,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역 바로 근처 노벨빌딩에 위치한 '얼리브라운지'이다.

@얼리브라운지 / 방문 : 2018.09.13

Q. 얼리브 라운지를 운영하는 회사, 얼리브. 얼리브(alliv)는 무슨 뜻입니까?


얼리브는 함께하는 삶(ALL-Live), 대안이 되는 삶(Alternative+Live)이라는 뜻이에요. Be yourself(비 유어셀프)가 저희 슬로건인데요, 나에 대해 돌아보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들을 지향합니다. 틀에 박혀서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좀 더 자유롭게 일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웰빙과 관련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중에서도 요가 클래스를 하는 이유는 하루의 대부분 일만 하는 멤버들에게 일의 피로를 풀고자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멤버들이 이곳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요가 수업을 듣습니다.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 지금은 하지 않지만 예전에 진행했던 원데이 클래스로는 플라워 클래스, 캘리그래피, 캔들테라피, 자존감 수업, 피피티 수업 등을 했었어요. 그런 것들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다 보니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서 멤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입구, 공간 곳곳에 슬로건 'Be yourself'가 적혀있다.

얼리브라운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무슨 뜻이냐면, 얼리브라운지의 문은 전신 거울로 되어있다. 오른쪽 금색 통을 열어서 모바일로 체크인을 해야만 문이 열린다. 얼리브라운지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며(아직 매니저가 상주하여 이용을 돕는다), 멤버들은 '얼리브'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 가입 후 얼리브의 시설 및 F&B를 이용할 수 있다.

안에서 나갈 때에도 마주하는 전신거울 문
체크인을 해야 열리는 문


Q. 출입부터 F&B이용 결제까지 셀프로 운영되는데, 운영상 이슈는 없는지?


상주하는 직원 없이도 멤버들이 셀프로 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있어요. 얼리브 내부에 개발자 및 디자이너 분들께서 시스템을 만들어 주셔요. 전 공간 출입부터 결제까지 멤버들이 직접 할 수 있고,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만 이용법을 안내드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큰 이슈는 없었는데, 인원이 많아지면 안정화될 때까지는 저희들이 상주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멤버십 비용에 포함된 커피는 테라로사에서 납품받는 원두를 사용합니다. 아침마다 저희가 직접 내려서 담아둬요. 굉장히 향이 좋습니다. 판매되는 빵은 가로수길 수제 베이커리 '파운드 앤 파이'에서 직접 공수한 제품입니다. 매주 진열되는 제품이 다른데요. 스콘이나 베이글류는 식사 대용으로, 파운드케이크나 브라우니는 간식용, 프레첼 쿠키는 맥주 안주용입니다. 판매 중인 수제 맥주는 성수동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성수동 페리에일을 사용하고 있어요.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멤버는 '얼리브'어플에 등록된 정보로 결제가능(왼) / 비회원은 카드로 결제가능(오)

정성스럽게 포장된 다과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의 쟁반이나 접시를 고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보였다. 공간 디자인과 어울리는 우드 재질, 농도가 다른 브라운 컬러, 사이즈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네이비, 블랙, 골드(금속재질), 브라운(우드재질), 화이트의 조화


Q. 공간 곳곳에서 디테일이 보입니다. 특히나 가방 보관함이나 콘센트의 위치와 색깔에서도!


가방 주머니 하나 찾는 것도 힘들었어요. 여러 가지를 사 와서 어울리는 것들로 비치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죠. 거의 인터넷으로 찾아서 구입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구해오는 것들도 있어요. 큰 가구는 업체와 함께 의논해서 적절한 것들로 구입하고요. 다과 그릇도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어요. 이곳과 어울리는 재질과 색, 크기를 고려해서 어렵게 구한 것들이죠(후훗).


공간의 모든 것들은 저희 직원들과 함께 의논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을 이용하시는 멤버분들의 행동을 관찰해서 추가적으로 구입하고 변형한 것들도 있어요. 멤버분들이 주시는 의견을 반영해서 새로 추가된 것들도 있고요. 공간은 이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담료, 가방 보관함, 조명, 콘센트, 간이 테이블, 원탁 테이블, 작은 사인물까지...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직원의 안내 없이도 공간을 돌아다니며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공간 분리도 참으로 재미있다. 조용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도 룸별로 색이나 느낌이 다르다. 함께 소통하는 라운지 공간에도 마찬가지. 그날 기분에 따라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하루에 다 느낄 수 없다.


Q. 주연님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곳, 얼리브라운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공간이 독특한 카페들을 찾아다녀요. 관련해서 저는 얼리브의 비즈니스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얼리브 라운지만 하더라도 구역마다 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 해도 여러 공간을 다닌 느낌이에요. 되게 좋은 집의 거실에서 일하거나 기분에 맞춘 방에 들어가 일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일할 땐 일하고, 쉴땐 쉴 수 있는 곳이라 자기 패턴의 자유가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국외 코워킹스페이스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코워킹스페이스라고 하면 대부분 위워크처럼 사무실 구조가 아니라 오픈된 카페 같은 공간이 많은 것 같은데요. 한국의 코워킹스페이스는 너무 사무실 서비스 같다고 생각됩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사람들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자 성향에 맞게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 한국은 딱딱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변화하고, 업무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롭게 일하는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는 앞으로도 확장할 예정입니다. 도심 곳곳을 나의 사무실로 만들 수 있어요. 얼리브 멤버가 되시면 가능합니다!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회의실에 싱크대가 있었다. 왜? 이곳에서 플라워 클래스나 캘리그래피, 수채화 같은 원데이 클래스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는 요가 외에는 운영하지 않지만, 앞으로 정기적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Q. 얼리브 라운지 멤버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 인가요?


저희는 1인 기업, 프리랜서, 그중에서도 예술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저희 공간을 좋아하십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의 일반적인 코워킹스페이스는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이나 큰 기업을 위한 인테리어가 훌륭한 사무실에 가깝지만, 저희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일하는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를 위한 공간을 운영합니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들을 모두 이용하실 수 있어요. 리모트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분들은 다양한 곳에서 일하기를 원하시는데, 그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다양한 분위기와 자유로운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지요. 얼리브 라운지 외에도 브루독이라고 이번에 이태원에 오픈한 곳이 있는데요. 펍이나 레스토랑처럼 저녁에만 운영하고 낮에는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을 저희가 업무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얼리브 멤버가 되시면, 다양한 컨셉의 여러 지점의 공간들을 이용하실 수 있답니다.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거실 같은 공간, 오른쪽은 조용히 일하는 공간이고 왼쪽은 교류의 공간이다.
매일 저녁, 테라스에서 진행되는 선셋요가 프로그램. 아침마다 매니저는 이곳을 열심히 물청소 한다.
매일 저녁에 진행되는 요가 수업.
TV, 프린터 가능, 편안한 소파가 마련된 통화공간
화장실에도 큰거울, 전신거울이 있다. 사용하는 물비누와 방향제가 어떤 제품인지 친절하게 적혀있다.


Q. 얼리브라운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앞에 있는 소파에요. 소파가 너무 편해서 좋고, 바로 옆 책도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바빠서 잘 읽지 못하네요. 아! 시크릿룸도 참 좋아해요. 책장을 밀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요. 저녁시간에 그곳에서 ‘마음 보듬 서비스'라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해요. 블라인드 상담이요. 그곳은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지트 같은 곳이에요(웃음).

-신주연/얼리브 마케팅 매니저


월마다 얼리브 직원들이 직접 주제를 고르고 선정한 책들. 덕분에 다양한 재미난 주제로 그 달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얼리브라운지에 들어와서 이 책들을 보고 '오전에 급한 일 처리하고 점심먹고 차 한잔 하면서 책 보고 마저 일해야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퇴근시간 직전까지 일을 했다.. 점심도 거의 거르고...)


책장으로 만들어진 비밀의 문.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얼리브라운지에는 비밀의 문이 참 많았다. 들어오는 입구의 전신거울 문, 벽인 줄 알았던 회의실 문, 그리고 책장인 줄 알았던 휴식공간. 문이 닫혀있으면 안에서 누군가 쉬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얼리브라운지도 참 재미있지만, 얼리브의 비즈니스도 참 재밌다. 1인기업, 리모트로 일하는 노마드워커들, 프리랜서들을 위한 공간. 얼리브 멤버십으로 매일매일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다. 얼리브의 워크스페이스는 점점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이태원에 '브루독'이라는 펍을 잠깐 소개하자면, 밤에만 운영되는 이 펍의 낮시간을 얼리브 워크스페이스로 이용할 수 있다.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것. 펍,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이 얼리브 워크스페이스가 될 예정이며, 멤버들은 거실 같은 공간, 펍 같은 공간, 멋들어진 레스토랑 같은 공간에서 낮에 일하고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얼마나 즐거운가? 심지어 가격도 착하다.




하루 이용가능한 '무료체험'권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로 부족하다. 얼리브 카카오 플러스친구로 '도시작가 혜룡님'의 추천으로 1주일 무료체험을 신청한다고 하면 일주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을 수 있다. (얼리브 홈페이지 바로가기)


얼리브라운지 이용 및 대관 문의 : 스페이스클라우드_얼리브라운지

노마드를 위한 추천공간 : 스페이스클라우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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