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 종로 코워킹스페이스 탐방기
따뜻한 햇살이 비친 길을 찾아서 걷고 싶을 만큼 찬바람 부는 날.
갑자기 몰아친 추위에 정신 못 차리고 가까운 카페를 찾아 무작정 발걸음을 재촉했다.
북적이던 지하철을 나와 돌담길을 걸었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지도를 보고 걸으면 헷갈릴 정도로 골목 사잇길이 많다.
이 건물이 맞나? 입구는 어딜까? 겨우 간판을 보고서 들어간 건물 2층. 평화롭게 조용한 찻집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창가로 보이는 초록빛이었다.
고요채는 고요하다의 '고요'와 집을 세는 한채 두 채의 '채'에요.
고즈넉하고 조용한 집이라는 뜻이죠.
-김나리 / 고요채 운영자
경찰학을 전공했고 연구직을 생각했었으나, 이 분야에 대한 한계성과 주변인의 죽음으로 삶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일을 관두고 지금의 찻집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김나리 씨. 그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도심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 또는 힐링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김나리 / 고요채 운영자
그녀가 왜 화과자와 다도 클래스를 함께하는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구경했다.
점심시간에 주변 직장인들의 이용이 많아요. 이후에는 회사의 팀 또는 개인이 신청한 화과자와 다도 클래스를 진행하죠. 주로 2-30대 분들이 많습니다.
- 김나리 / 고요채 운영자
그녀의 말처럼 점심시간이 되자 이곳에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3-40대로 보이는 남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용한 이곳에서 그들은 익숙하지 않은 차에 대해서 나리씨에게 질문하고 마셔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와서 커피가 있는지 물었다. 커피가 없어 나가는 손님은 단 1팀뿐이었고 다른 손님들은 차를 즐겼다. 고요채 바로 근처에는 별다방 같은 체인점 커피숍이 굉장히 많았다. 도로와 접근성이 좋고, 분위기도 웅장하고 커피와 차 종류도 굉장히 많다. 넓은 좌석과 아늑한 분위기의 그런 곳들과 비교했을 때, 고요채는 상당히 조용하고 이름도 낯선 전통차를 팔며 간판을 보고도 이곳이 맞나 싶은 생각을 하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에 이곳은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본인들의 시간을 보내며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는데 나리씨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다른 전통차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화과자와 다도 클래스에 대해서도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다시 나리씨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계속 화과자 클래스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 보였다. 하지만, 준비하는 정성과 진행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왜 화과자와 다도 클래스를 운영하고, 이러한 티 카페를 하려고 했을까?
제가 커피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다도를 좋아했어요. 10여 년 전에 다기 세트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어요. 다도를 배우신 분께서 길들여 놓은 것인데,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혼자 취미로 즐기기에 좋다며 선물로 주셨죠. 그때부터 다도를 배우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차는 건강에 좋으니까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어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거나, 피를 맑게 해 준다거나 그런 효능이 있는 차들이 있거든요. 또, 차를 즐기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을 얻을 수 있어요.
제가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도를 즐기다 보니 차와 어울리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화과자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화과자는 보관이 좋고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김나리 / 고요채 운영자
화과자는 찜기만 있으면 됩니다. 반죽을 찌거나 볶아 사용하거든요. 준비된 반죽으로 모양을 만드는 미니클래스와 반죽부터 모든 과정을 다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있습니다. 화과자 만드는 작업은 주변의 방해 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단순히 만드는 방법만을 알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시간에 가까워요. 한분 한분께 집중하고 싶어서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과자는 마음을 담는 작업입니다. 상견례 또는 처음 시닥에 가시는 분들, 부모님 선물 등의 목적으로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주로 여성분들이 오시지만, 남자분들 중에도 혼자 오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요.
-김나리 / 고요채 운영자
고요채 화과자 클래스 : https://blog.naver.com/goyochae/221353582117
고요채 다도 클래스 : https://blog.naver.com/goyochae/221367004399
고요채 인스타그램 : @goyochae
고요채 간판과 명함에는 정말 예쁜 로고가 담겨있다. 티팟 안에 동백꽃 그림이 그려진 로고. 나리씨와 인연이 된 일러스트 작가 '오리 여인'님께서 꿈에서 본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 주신 로고. 나리 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도 함께 알아가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이 공간은 나리씨 혼자 있지만, 혼자 운영하는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주변 지인들과 이곳에 오는 손님들 모두 나리씨와 함께 하고 있었다.
단순히 차를 즐기러 오는 것 이상인 '고요채'. 혼자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분도 좋지만, 나리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예상치 못한 즐거운 일들도 함께 하길.
'도시작가 혜룡님'의 글을 통해 방문 또는 문의 하였다고 하시면 나리씨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어요 :)
얼리브라운지 이용 및 대관 문의 : 스페이스클라우드_고요채
노마드를 위한 추천공간 : 스페이스클라우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