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하고 싶었던 나의 축구 이야기
1992년 여름,
아버지 눈을 피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동네 어귀에서 남자애들과 공을 차던 여자애가 있었다.
심장이 터질 만큼 뛰어다니며 공을 차는 것이 행복했다.
1994년 여름,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이 운동장을 골고루 하얗게 비추던 어느 날,단정하게 자른 커트머리, 남색 교복에 학생 구두를 신은 여학생이 학교 정문에서 운동장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학생들은 모두 빨간 바탕에 회색 체크무늬 교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그 학생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 순간, 왼손에 신발주머니, 오른손에 도시락통을 들고 있던 양쪽 어깨가 크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후!’
짧게 숨을 내쉬고 여학생은 운동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구두를 신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서니 사각사각 모래알 밟히는 소리가 났다.
구령대 밑 짧게 진 그늘에 서 있는 중년의 남성을 향해 걸어갔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여학생을 바라보는 남성에게 여학생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축구하고 싶어서 왔어요!”
‘90년대’
여자축구의 존재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 축구선수라고 하면 거짓말하지 말라는 어른들도 많았다.
열악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던 그 시절, 공을 차는 것이 너무 좋았던 나는 무턱대고 축구선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8년간의 선수생활과 5년간의 코치 생활을 하는 동안 나에게는 모든 것이 축구였고, 축구가 나의 세계였다.
그저 공차는 것 밖에 모르던 철없던 내가 축구를 배우고 합숙소 생활을 겪으며 웃고, 울고, 좌절하고 기뻐하는 가운데 인생을 배워나갔다.
‘축구’는 현재의 내가 직장인으로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한 참고서이자 원동력이다.
어렵고 복잡한 직장생활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대인관계에 대한 해답을 ‘축구’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합숙소 생활이 나에게는 사회생활의 축소판이었던 셈이다.
축구면 축구지 여자축구는 뭐야?
축구와 여자축구는 다르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자들이 모여 여자들만의 방식으로 공을 찬다. 그리고 복잡하고 예민하고 정많은 여자들이 모여 함께 먹고 자며 생활을 한다. 가족이 아닌데 가족이 되고, 친구가 아닌데 친구가 된다.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여자들의 축구 이야기다.
당신이 모르는 여자축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