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까똑!”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던 나는 카톡을 확인하자마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택배회사에서 희망하는 배송 장소를 선택해 달라는 카톡이었다.
배송물품은 ‘내가 쓴 책’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택배 박스를 잽싸게 뜯었다. 꼼꼼하게 포장된 비닐과 에어캡을 젖히자, 드디어 책의 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큰 크기와 두께에 살짝 놀라며, 첫 장을 펼쳤다. 기다리던 작가의 신간을 받아 보던 설렘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책에 코를 대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새 책 특유의 종이 냄새가 좋았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마나 더웠는지 이제는 가물가물한 8월의 어느 날,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쓰기 클래스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휘리릭 올리다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삶’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글쓰기 클래스의 첫 느낌은 ‘두려움’이었다.
다른 작가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다른 작가들과 함께 글을 쓸 만큼 역량이 될까?
내 안의 두려움과 걱정으로 금새 포기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떠오른 느낌은 ‘경쟁’이었다.
다른 작가보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과 과시욕으로 클래스의 본질이 퇴색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세 번째는 ‘위로’였다.
혼자 글을 쓰는 동안은 흡사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외로웠다. 내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고, 라이킷을 누르면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조급함과 외로움이 더 할수록 브런치 통계에 집착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찾아 헤맸다.
다음(daum) 포탈 메인에라도 한번 떠봐야 이 외로움이 사라질것만 같았다.
난생처음 알게 된 글쓰기 클래스는 복잡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부끄럼쟁이지만 저도 살짝 참여해보겠습니다~ PC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니 집에서 해야겠네요 :)’
다 쓴 치약을 짜듯 용기를 쥐어짰으나, 댓글은 쿨하게 달았다. 스테르담 작가님은 무조건 환영한다는 답글을 달아주셨다.
무조건 환영한다니...
어느 광고처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셨다.
내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19금 소설가면 어쩌시려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물어보셨다고 해도 무조건 자신 있다고 했겠지만)
그렇게 나는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는 동안 일주일에 1개의 주제를 받아 글을 써 나갔다.
‘마감’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했으며, 자가출판을 통한 ‘출간’이라는 영광스러운 결실도 맺었다.
그리고 내 글은 정말 양파와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까도 까도 고쳐야 할 것들이 계속 나왔다.
외로움과 두려움만 가득했던 초보 작가에게
함께 걷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쓰자고 했던 스테르담 작가님의 마지막 문장은 깜깜한 시골길의 가로등 같았고, 밤바다의 등대와도 같았다.
함께한 9명의 작가님들 또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진심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고 다독이며 끝까지 함께 해주셨다.
처음 생각했던 민폐, 경쟁, 욕심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을 한참 바라봤다.
글쓰기 클래스를 통해 한낱 씨앗에 불과했던 내가 흙을 비집고 나올 힘을 얻었다.
이제 스스로 흙을 뚫고 나와 햇볕을 받으며 커나가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잎이 시들고 가지가 부러져도 괜찮을 것 같다. 글쓰기 클래스를 통해 튼튼한 뿌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좋은 경험을 안겨주신 스테르담 작가님과 글모사 1기 작가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