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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신고를 했다.

스마트스토어, 왜 실패했을까?

by 엄마코끼리

건기식(건강기능식품) 판매 강의 광고를 보고 일단 저질러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자를 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큰돈을 버는 건 아니어도 용돈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름의 사무실 임대료(공유오피스라 큰돈은 아니었지만) 지출도 있었고, 나름의 기대도 있었다. 건기식 판매를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온라인으로 시험으로 보고 자격 등록을 위한 비용도 있었다. 그 모든 수고도 기대감으로 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폐업신고를 했다.


건기식 강의를 들으면 자사몰에 등록된 제품을 구매대행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수강완료를 하고 등록을 하려고 보니, 브랜드 제품은 전혀 없었다. 시장의 특성상 모르는 브랜드의 제품의 판매가 일어날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올려보자 싶었는데 이미 그 모든 제품의 최저가는 내가 구매대행으로 만들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다. 세트상품이라든가 다른 대안을 말해주었는데 당시 네이버 정책상 더 이상 세트상품으로 판매하면서 단가가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기껏 냈던 사업자의 업종을 추가하면서 변경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상품들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해지는 판매실적에 그냥 내려놓는 수준이 되었다.

idea-152213_640.png 출처: 픽사베이

요즘 건기식 광고를 다시 하고 있는 걸 봤다. 그리고 어제는 구매대행으로 건기식 판매하는 무료 강의가 있어서 들어봤다. 그리고 나는 내가 왜 실패했는지 알았다.


1. 나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당시에 유튜브에서 '닥등파'(닥치고 등록)가 유행이었는데 무지성으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꾸 사입하는 사람처럼 물건을 고르고 올렸던 것이다. 뭐가 됐든 최대한 많은 상품을 올렸어야 했다. (만개는 올리라고 했다. ) 그리고 모든 마켓에 내 상품을 등록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하나만 하기도 바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마트스토어 하나가 내 가게인양 물건을 고르고 거기만 돌봤다. 그러니 매출이 나올 수가 없었고 매출이 안 나오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2. 매일 무조건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편의점을 오픈했다면, 매일 물건이 들어오고 그것들을 정리해야 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매일 물건을 등록하고 관리했어야 했다. 매출이 있든 없든 나는 매일 출근하듯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물건을 등록했어야 했다. 하지만 물건을 고르다 보니 올릴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안 팔릴 것 같았다. 장사를 할 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들여놔야지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들여놓으면 판매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공감하고 동의했으면서도 나는 소비자도 판매자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에서 고르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그러다 보니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사라져 버렸다.



내가 포기한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는 도전했고, 돈을 벌었다. 큰돈을 들여서 창업했다면 나는 더 많은 것을 잃었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했을까 고민해 봤지만 명확한 목표가 없는 상태로 그저 시간만 들였다면 그저 더 많이 잃은 사람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높이 산다네. 실패란, 결단을 내린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거니까.

출처:<부자의 그릇>


지나간 나의 실패를 떠올린다. 그냥 그 길이 나랑 안 맞는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그친다면 나는 거기서 배운 것도 없이 돈, 시간, 에너지를 낭비했을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배운다. 그리고 생각한다. 광고에 현혹되지 말자. 그들은 나의 시간과 나의 돈에 나만큼의 관심이 없다. 그들의 시간과 그들의 돈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먼저 나를 알아야 하고, 내가 그려야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woman-8443667_640.png 출처: 픽사베이

역행자를 생각한다. 매일 두 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나도 한 번 그렇게 해보자고 해놓고 목표했던 기간까지 끌고 가지 못했던 것도 되돌아본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자. 그리고 내가 뛰어들어야 하는 지점을 발견하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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