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토토가' 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됐었던 그룹 터보. 유일한 보컬 김종국은 '모기의 힘찬 비상' 이라는 등 얇은 미성에서 폭발하는 가창력이 놀림거리로도 많이 언급되고, 근육남과 런닝맨 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가수보다는 예능 쪽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MZ 세대는 그의 터보 시절 모습을 본다면, 그것도 선글라스 끼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못 알아 볼 것이다.
은둔 생활 중이던 탈골 댄스의 황제 '김정남' 은 토토가 이후로 다시 방송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으며, 후덕했던 모습과 달리 지금은 얄쌍해졌고, 최근엔 유튜브 '크크 스튜디오 - 댄스터' 채널을 통해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막내 멤버 '마이키' 는 미국에서 사업 중인걸로 알고 있는데, 김정남의 탈퇴로 생긴 공석을 채우며 그만의 랩핑으로 많은 팬을 보유, 김정남 보다도 더 많은 앨범을 낸 멤버이다.
이름이 지어진 계기는 허무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매우 빠르고 강력한 음악을 선보였던 그룹 터보. 2인도 파워 머신의 활동은 어땠을까. 선글라스 끼고 짧은 머리에 몸이 로봇처럼 딱딱 끊어지는 두 남자의 무대를 보고 충격먹었던 95년으로 되돌아 가본다.
터보 엔진 제대로 단 신인 그룹
1집 - 280 Km/h Speed (1995)
이름에 걸맞는 강력함
앨범은 여름에 나왔는데 어째서 지속적인 인기 활동은 연말부터 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는 그냥 나오는 얘기겠지만 사실 이들을 기획하고 발굴한 사람들은 악명이 높다. 대표적으로 '티아라 사건' 이라고 하면 다들 알듯한 대표 '김광수' 가 그 중 한 명이다. 과도한 스케줄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폭행과 군기 문화 등 이제는 멤버들도 예능에서 웃으며 말하는 정도이지만 아직 20대 초반이었던 그들에겐 얼마나 지옥 같은 생활이었을까. 이는 자세히 모르니 음악 얘기만 하도록 하자.
1집 자켓은 심플하다. 그냥 빨간색에 터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을 뿐. 가사집 또한 그리 튀는 부분은 없지만 CD 자체는 진짜 자동차 부품 떼다 놓은 듯한 비주얼이 놀라웠다. 1집은 꽤 수작이다.
터보 앨범의 큰 특징은 오프닝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앨범의 1번 트랙은 'Prologue' 로 되어 있는데, 빠른 비트의 강력한 음악이 랩과 함께 들어가 있는데 앨범을 틀자마자 곧바로 시속 280 km 를 달리는 느낌이 드는 매혹적인 트랙이다. 당시 시대 흐름에 맞추어 앨범마다 약간씩은 스타일을 다르게 했으니 1번 트랙만 모아 든는 즐거움도 있다. 이 트랙중에 일부는 주요 가요, 예능 프로의 오프닝 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작곡가 주영훈이 터보를 키웠다. 이후 많은 히트곡으로도 연결되지만 우선 데뷔곡 <나 어릴적 꿈>. 대통령이 되고 싶었으나 한 눈에 반해 이젠 헌신하는 남자로 장래 희망 바꾸겠다는 파격적인 진로 결정의 이 곡은 안무도 타이트하고 노래 자체가 엄청 빠르다. 눈이 너무 작아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프로듀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 끼고 활동해야 했던 김종국. 춤을 춰 본적 없는 그였지만 운동 신경을 좋았는지 금새 춤을 따라 췄고, 나중엔 직접 안무까지 짜오는 열정도.
이 모든 것엔 든든한 형이자 파트너 '김정남' 이 있었다. 이미 문나이트 등에서 유명한 그는 '각기춤' 으로 매우 유명하다. 소변까지 온 몸을 털어서 본다는 농담과 함께 지금도 그 정도의 탈골 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형님이다. 거기에 유독 음역대가 높은 김종국의 키에 맞추기 위해 비명 지르는듯한 하이 톤의 랩핑은 그의 전매 특허다.
그룹 '듀스' 의 영향을 받아, 같은 2인조이기에 비교가 되기 때문에 좀 더 격렬하고 화려하게 움직이자는 각오로 활동에 들어갔다 한다. <나 어릴적 꿈> 을 처음 접한건 95년 연말이었는데, 겨울 방학 시작을 맞아 춤이 멋있어 보여 안무를 계속 따라하고 신인임에도 1위 후보에 계속 오르는 등 조금씩 호감이 생겼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 이소라' 등의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그들의 임팩트는 확고했으며 이후 3연타 활동까지 매우 순조로운 데뷔였다.
이런 노래가 된다고?!
후속곡 무대를 처음 봤을 땐 쌩뚱 맞았다. <검은 고양이 네로> 는 이미 어릴적부터 들어왔던 해외 민요다. 이 노래로 인해 어떤 회사의 치킨 CF 도 멜로디를 차용했던 기억이 난다. 가요인데 어린애들이 부르는 노래를 편곡하여 활동한다는게 우스웠다. 처음 앨범 전곡을 들을 때는 그냥 곡 수 채우려고 욱여 넣은 곡이라 생각했는데 정식 후속곡으로 활동했으니 말이다.
<나 어릴적 꿈> 에 비하여 춤은 심플하지만 무대와 함께 듣다보면 오히려 심플함에서 오는 중독성이 이 곡의 팬이 되게끔 한다. 뮤직비디오 대부 '홍종호 감독' 은 두 멤버가 마주보며 과도하게 얼굴이 커지고 벌벌 떨며 노래하는 장면을 연출해서 더 인상적이었고, 가끔 <KBS 연예가 중계> 엔딩에서 틀어줄 때마다 빵빵 터졌다.
애들이 들을법한 곡으로도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구나 라는 사실에 가요와 아티스트들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곡으로 1위를 차지하는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의 음악적 견해가 커진 느낌이었다. 워낙 댄스곡이 주목받던 시기였기에 완전한 신곡이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 했던 <검은 고양이 네로> 활동은 성공적이었고, 경쟁 상대였던 'DJ. DOC' 조차도 두려워 할 상대였으니 신인의 무서움이다.
퍼펙트한 트리플 활동의 마무리
후속곡 <선택> 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이 곡 또한 작곡가 '주영훈' 의 곡인데, 앞서 활동한 두 곡보다 느린 느낌에 너무 무난한 구조라 생각했기에 친구들도 이 곡만큼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다. 신인 그룹이 한 곡에서 세 곡을 연속으로 1위 자리에 앉히고, 노래와 앨범 자체가 탄탄하다 보니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R.ef' 역시 트리플 활동 <고요속의 외침 - 이별공식 - 상심> 으로 크게 히트한 것과 마찬가지로 멤버수가 적어도 뛰어난 보컬과 탈골 랩퍼의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이름 값 제대로 했으며 멋있었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 사이에선 무조건 'R.ef' 아니면 '터보' 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성적에는 소속사가 얼마나 굴렸을까라는 어두운 비밀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1집은 앨범 발매 기준으로 거의 1년 가까이 유지된 것이나 다름 없었으며,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2집까지의 공백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최고의 명반이 나온다.
홍블러's PICK
나 어릴적 꿈, 소유할 수 없는 사랑, 초상화, 죄와 벌
90년대 댄스 그룹 통틀어 최고의 명반이자 아쉬움
2집 - New Sensation (1996)
Everybody Twist King!!
아마 이들도 1집 활동과 동시에 2집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한다. 96년 여름, 최소한의 공백기로 곧바로 컴백한 2집은 팬들 사이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최고 명반으로 꼽는다. 공백이 너무 짧았다고 앨범이 허술하지 않느냐? 오히려 볼륨은 더 빵빵 채워서 돌아왔으며 어느 곡 하나 버릴게 없다.
1집에서 워낙 파워풀한 안무를 선보였기에 2집에선 얼마나 더 타이트한 곡으로 돌아올까 기대했는데 의외로 코믹하면서 가볍고 발랄한 곡 <Twist King - 트위스트 킹> 으로 컴백했다. 좌우로 리듬에 맞췄다 어깨동무 하며 캉캉 춤을 추더니 후렴에선 은근 따라하기 어려운 발목 비비기 동작까지. <트위스트 킹> 은 작곡가 '주영훈' 의 곡으로써 이 곡을 통해 그가 만드는 발랄한 느낌의 댄스곡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 관악기 중 특히 '브라스' 를 즐겨 쓰고, 코러스가 인상적인 그의 곡은 '코요태, 엄정화, 임상아' 등 유명곡 몇 곡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컴백 당시 주요 경쟁자로 <룰라 - 3! 4!>, <클론 - 꿍따리 샤바라> 등이 있었는데 이미 1집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지라 1위 차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복고풍 의상은 입었지만 오히려 외모나 스타일은 더 세련되어졌고 안정적이었다. 8월 말, 2학기 개학 이후 곧바로 '가을 극기수련회' 가 있었기에 이 노래를 장기자랑 시간에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열심히 외웠으나, 가위바위보에 져서 <룰라 - 3! 4!> 를 췄던 아쉬운 추억이 있다.
노래가 신나고 적당히 따라추기에도 좋다. 과거 노래에 비해 따라부르기도 그나마 무난한 곡이고 타이틀곡으로 딱 잘 골랐다. 가사집 없이는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자메이카 랩핑 스타일은 'Bobby Kim - 바비 킴' 을 통해 나오며 이 곡을 통해 김정남의 재발견도 이루어졌다.
2집 전체 얘기를 해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1번 트랙 'Prologue' 가 전 앨범 중에서 가장 좋기도 하지만, 곧장 이어지는 <Love is - 노스트라다무스 - 트위스트 킹> 의 라인업이 흐름 끊기지 않고 열정적이다. 발라드 곡과의 조합이 적절하며 곡 마다 빠른 템포를 갖고 있되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마치 쉬지 않는 마라톤을 쭈욱 이어가고 있는 연결 고리가 명확한 앨범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 해 가을, 레코드 가게나 극기 훈련 가면 식사 시간 또는 반 단위 자리 정리 시간에 수록곡을 많이 틀어주기도 했던 명반이다. 그만큼 어른들도 좋아했던 앨범이란 것이다. 남성적인 파워풀함을 기대했건만 노래가 워낙 신나다보니 이런 컨셉도 너무 좋구나 라며 너도나도 '트위스트 열풍' 에 빠졌던 당시. 터보의 최고 캐리어는 이 때부터 시작이다.
심오한 제목과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
후속곡 <Love is... - 3+3 = 0>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터보는 1번 트랙의 강렬한 시작 이후, 2번은 항상 후속곡으로 활동할만한 꽤 아쉬운 사랑 내용을 담은 어두운 느낌의 댄스곡으로 채웠는데 그걸 가장 잘 살린 라인업이라 생각한다.
짝사랑하던 짝꿍이 나에게 '왜 부제가 3+3=0 인지 알아?' 라고 물었을 때, '인쇄 잘못해서 그런거 아니냐?' 라고 했다 그래서 남자 애들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씁쓸한 추억이.. 3년동안 사랑해서 고백했다 차이고, 절친에게 부탁한 후 3년간 군대 갔는데 둘이 사귀고. 결국 죽쒀서 남에게 줘버린 남자의 가슴 아픈 6년의 헛고생을 담고 있는 슬픈 곡이다.
<Love is> 는 작곡가 '윤일상' 의 곡으로 당시 <영턱스클럽 - 정> 도 그의 작품으로써 자주 경쟁했었다. 윤일상 작곡가의 어두운 느낌의 곡들은 '일렉 기타 사운드' 가 포인트인데 그래서 더 남성다우면서 노래가 빠르고 신나게 느껴진다. 정말 잘 만든 노래다보니 안무도 자연스레 멋있게 보이고 여러모로 1집보다도 팀 이름에 걸맞는 강력함과 유연함이 어우러진 곡이라 생각한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종로 3가 한의원 가서 한약까지 다려주신 할아버지, 보고 싶다. 죄송해요..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비디오 녹화 따서 안무 외우느라 힘을 다 썼습니다.
새로운 변신과 아쉬운 퇴장
1집에서 트리플 달성했으니 2집도 자연스레 그런 흐름이었다. 후속곡 <어느 째즈바> 는 유고걸 '이효리' 도 리메이크 했을 만큼 좋은 곡이며 제목에 맞게 분위기가 너무 좋다. 미성년자라 술은 못 마시지만 TV 에서 봤던 재즈바라던가 우울한 장면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저녁에 들어야 좋은 곡.
김정남은 숨이 오락가락 하는 듯한 강약 조절로 읉조리고, 김종국은 거의 발라드에 가까운 이 곡의 보컬을 애절하게 잘 소화한다. 과거 'R.ef' 가 비슷한 느낌의 곡 <상심> 을 댄스 버전으로 주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댄스 그룹인데도 느린 템포를 소화한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만약 다른 댄스곡으로 다시 활동했다면 지겨웠을 수도 있었다.
<어느 째즈바> 는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인 '포지션' 의 안정훈이 만든 곡이다. 안정훈 작곡가 또한 이렇게 브라스 등의 관악기를 메인으로 한 우울한 느낌의 곡을 잘 만드는데, 이 당시 또한 이미 포지션이 1집으로 활동 중이었기에 자연스레 곡이 선물된 걸로 알고 있다. 비록 1위는 못 했지만 장기간 후보 곡에 오르며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잎 앞서 살짝 언급했듯 소속사의 과도한 스케줄과 폭행 등 진실은 확실하게 모른다. 그러나 가장 빛났던 활동으로 보였음에도 내부적으로는 꽤 어두웠던 듯 하다. 지금은 예능을 통해 당시 백댄서들의 식사 메뉴를 가지고 뭐라 하여 그 동안 참았던 분노를 터뜨려 김정남이 먼저 나갔다고 하는데 진실이자 과장된 걸 수도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혹독한 상황 속에 동시에 잠수 탔고, 결국 김종국만 마음 잡고 돌아갔는데 두 사람에게 주어진 이후의 사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제대로 무대를 본 기억은 없으나 그 해 겨울, 그들은 크리스마스 앨범도 발매했고 타이틀곡 <스키장에서 - White Love> 는 이 때 처음 나온 곡이다. 스키장 알바 생들이 싫어하는 곡 중 하나라고 한다. 성탄 앨범이라고는 하나 볼륨도 빵빵하고 좋아서 할머니에게 부탁하여 겨우 구매했던 앨범인데 방송 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안다.
2집 활동을 종료한다 명확하게 무대를 마무리 하지 않은걸로 기억한다. 이런 사정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연히 더 강력한 앨범으로 돌아오겠지 라며 그들을 기다렸고, 97년 다양한 컨셉의 댄스 그룹이 등장하고 이들을 정상에 올려놓은 두 작곡가 '윤일상, 주영훈' 은 다양한 곡으로 히트 치고 있었기에 3집 기대는 더 컸다. 그 와는 별개로 나이트, 클럽, 여러 술집 등에서 단골로 틀어주는 생일 축하곡이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니 케잌 먹을 계획이 있다면 들어보시라.
홍블러's PICK : 2집은 다 들어야만 한다!!
엔진 기어 조금 낮춰도 여전한 그들
3집 - Born Again (1997)
배기통 저하에도 굳건한 컴백
멤버 김정남의 탈퇴는 3집 발매 한 달 전에서야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입된 미국 출신의 새 멤버 '마이키'. 아직 그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김정남의 춤 실력과 랩핑에 길들여져 있던지라 순둥순둥하게 생긴 이 멤버가 과연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에서 착안한 듯한 강렬한 앨범 자켓. 새 멤버와 함께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로 발매한 3집은 공백이 길었던 만큼 수록곡도 빵빵하다. 타이틀곡 'Goodbye Yesterday' 는 작곡가 주영훈의 곡으로 작곡가 고유의 유치한 코러스 '이야이야이야이야' 뭐 이런 것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왠지 있어 보이는 제목인데다 앨범보다 방송 활동이 먼저였기에 어떤 임팩트 있는 곡일까 기대 했었다. 그래서 이미 들어본 적 있다는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반응이 시원찮은 것이다.
2집 타이틀곡인 <트위스트 킹> 과 비슷한 느낌의 밝은 곡이지만 가사라던가 안무 등 뭔가 너무 소프트해지고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겨울 시즌 맞아 여러 감성 일으키는 명곡이지만 그들이 과거 선보였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기에 강력함에 이끌려 팬이 된 나에겐 조금은 심심했다. 멤버 '마이키' 의 랩핑은 김정남과 비슷하게 보여지고 싶어 그랬는지 몰라도 곡마다 같은 느낌이 있음과 동시에 그만의 스타일이 합쳐져 꽤 괜찮았다.
IMF 사태가 스물스물 올라와서인지 무대 복장은 대부분 일반적인 '츄리닝' 으로 입고 나왔으며, 라이브를 중시하던 공중파 음악 프로 특성 때문에 지금도 이 노래의 안무를 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조각 모음 할 수 밖에 없다. 유일한 안무 커버 영상은 '홍블러 탑골극장' 에 있다. 이전에 비하여 임팩트 있는 곡은 아니지만 인기는 좋았다.
당시 주요 경쟁자가 <젝키 - 기사도> <지누션 - 내가> <H.O.T - We are the future> 등이 있었으며, IMF 가 본격화되기 전으로도, 이들의 활동 전체로 보아도 마지막으로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은근히 겨울 명곡은 발라드에 있었네
3집을 처음 들었을 때 수록곡 <회상> 은 듣자마자 방송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이 곡은 너무 잘 만들었다 생각했다. 그런데 후속곡으로 활동한다니, 2집의 <어느 째즈바> 와는 완전 다른 느낌의 미디움 템포 곡인데 가사가 슬픈건 마찬가지다.
작곡가 윤일상과 작사가 이승호의 꿀 케미가 만들어낸 <회상> 은 발라드 장르 중에서도 레전드 명곡에 속한다. 따라부르기 힘든 보컬의 음역대와 귀여운 매력 가득 담은 마이키의 랩핑. 서해안 갯벌에서 찍은 듯한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도 좋았고 노래가 워낙 좋으니 뭘 해도 괜찮았다.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했다. 수록곡엔 강렬한 댄스곡이 많은데, 타이틀곡도 그렇고 파워를 일부러 낮춰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 김정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느꼈고, '이건 터보가 아닌거 같은데' 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 또 다른 후속곡 <금지된 장난> 은 <Love is> 의 뒤를 잇는 슬픈 댄스곡인데, 무대를 많이 보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이들 또한 IMF 여파로 침체된 가요계로 인해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더 활발히 움직이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적절치 않아 앨범 퀄리티에 비해 임팩트는 충분히 보이지 못한 아쉬운 활동이라 생각한다. 다른 수록곡은 '핫트랙스' 같은 레코드 점이나 이후 '오락실 게임 펌프' 수록곡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그건 이미 3집 인기가 지나간 다음이고, 여러모로 아쉽다.
앨범 후반의 수록곡들은 <졸업, 추억만들기> 등으로 뭔가 학교를 떠나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상황에서 이별 느낌이 강한 앨범으로 추억이 많이 남아있다.
홍블러's PICK
회상, Goodbye Yesterday, 어긋난 사랑, 오버 센스, Only Seventeen, 졸업, 추억 만들기
타이틀은 Question, 수록곡은 OK
4집 - Perfect Love (1998)
완전 이미지 변신인가..
하반기 극기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던 날 구입했던 앨범으로 기억한다. 'KBS 지구용사 벡터맨' 첫 방송 할때 즈음 나온 앨범이기도 하고. 역시나 수록곡 빵빵 채운 앨범이지만 타이틀곡은 물음표다. 타이틀곡 <애인이 생겼어요> 는 작곡가 윤일상의 곡으로 과거 터보의 파워를 완전 엎어버리는 발랄한 댄스곡이다.
확실히 그의 곡은 터보에게 있어 타이틀 보다는 후속곡을 활동할 때 케미가 더 잘 맞는거 같은데, 4집에도 과거와 같은 강렬한 곡 <X> 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타이틀곡 선정은 소속사 몫이니까. 아마 이 곡은 수록곡 정도로 생각했는데 억지로 선정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어본다.
뮤직비디오도 너무 유치하고, 전체적으로 밝고 가벼운 분위기가 한층 더 근육 펌핑해 돌아온 보컬 '김종국' 하고도 그닥 어울리지 않았고, 그냥 활동 자체가 터보라는 이름과 맞지 않아 보였다. 당시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치솟았고, 솔로 등 다른 장르의 가수들도 다양한 개성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이러한 터보의 4집 활동은 1위 후보에는 올라갔을지언정 개인적으로는 고유의 개성은 사라진듯 하여 아쉬웠다.
당시 <H.O.T - 열맞춰> <핑클 - 루비> <젝키 - 무모한 사랑> <엄정화 - 포이즌> <조성모 - To Heaven> <베이비복스 - 야야야> <비쥬 - LOVE LOVE> 등의 각기 다른 개성 가진 곡들이 활개쳤는데, 차라리 강력한 <X> 같은 곡으로 활동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4집 라인업은 굉장히 좋으나 메인 곡으로 방송활동 하기엔 어중간하다는 것.
한계점에 이르렀을지도 모를 위기
후속곡 <X> 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느낌이 터보지. 꽤 오랜 기간 상위권에 머무르고 4집에서 가장 많이 기억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뜻 밖의 사건이 터진다.
케이블 프로에서 성의 없이 걸어다니며 노래 부르는 김종국의 태도가 불량하다고 방송 정지 먹고, 여기에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급작스레 활동 중단. 당시에는 너무 떴다고 자만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진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나게 되니... 검색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혹독한 상황과 대우 등에서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한 명의 사람이다. 그 성격 좋은 사람을 저렇게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었으니 누구라도 한계는 찾아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멤버 '마이키' 는 동생이기에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테고. 더 좋은 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었을텐데 소속사 문제로 인해 어영부영 넘어간 4집이라 더 아쉽다.
그러나 다행인지는 몰라도 99년 여름, 시즌 맞이 리믹스 앨범을 발매 하는데 수록곡이었던 <Honeymoon> 이 역주행 하고, 한국 나이트의 폐장 시간을 알리던 명곡 <또 만나요> 가 널리 알려지게 되며 4집도 재조명 받게 되었다. 휴식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는 얼마나 많이 정리하고 있었을까.
홍블러's PICK
X, 결투, 기도, 허니문, California, Love Forever, White Love, 또 만나요
밀레니엄 시대에만 힘 준 앨범
5집 - E mail my heart (2000)
터보가 부릅니다, 아 씨버 러버에요~~
90년대 후반 PC 통신의 급격한 발달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메일 계정 하나 쯤은 갖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가장 유명했던건 'DAUM 의 hanmail' 이었는데, 그 외에도 가수들마다 공식 메일 계정을 갖고 있었기에 이제는 팬레터를 전자우편으로 받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근데 진짜 계정이었을지는...
방송 정지가 풀리고 1년의 공백 기간 후 발매한 5집은 자켓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00년 세기말 감성 제대로 담은 앨범이다. 당시 유행하던 '테크노' 장르 또한 가득 담은 이 앨범은 공식적인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자 큰 임팩트 없이 마무리 된 아쉬운 앨범이다.
타이틀곡 <Cyber Lover> 는 온라인 사랑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곡으로, 뮤직비디오엔 무려 하리수와 함께 해바라기 김래원이 출연하여 그들의 젊은 시절도 볼 수 있는 솔솔한 재미가 있다. 동네 컴퓨터 수리점에서 일하는 두 멤버가 감전되면서 펼쳐지는 뮤직비디오의 향연은 4집의 <애인이 생겼어요> 만큼이나 달라진 이미지에 실망했지만 이 노래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흥궈신 '김흥국'의 라디오 방송 사고가 대표적이다. 영어 제목을 잘못 읽어 '씨버 러버' 라고 소개한 것. 방송 사고 레전드에 꼽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MZ 세대도 노래는 몰라도 이 에피소드는 알고 있는 인원이 꽤 있을 것이다. 워낙 아이돌 그룹이 강세인데다, 솔로 가수는 주로 '임창정, SKY, 김민종, 조성모' 등의 발라드 가수가 인기였기에 달라진 이미지와 함께 줄어든 임팩트의 터보는 큰 주목은 못 받았다.
육아일기로 급 부상하고 있던 <god - 애수>, 무서운 신인 <샤크라 - 한> 등이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청소년들의 파워는 앞선 두 그룹에 치중되어 있었으니...
잘 가요 내가 좋아했던 댄싱 머신들이여..
후속곡 <TONIGHT> 은 5집 활동 전 인터뷰에서부터 벌써 후속곡이라고 홍보했기에 당연히 이어졌지만 그닥 끌리는 곡은 아니다. 여러 가요 프로와 드림 콘서트 출연하며 슬슬 활동 마무리하던 이들은 제대로 된 해체 소식도 없이 들어간 걸로 기억한다. 볼륨도 빵빵한 앨범이지만 기존 작곡가들의 감각이 떨어진 것인지, 소속사의 잘못된 전략 때문인지, 그 강렬했던 그룹이 어쩌다 이렇게 힘이 점점 떨어져가는지가 아쉬울 뿐이었다.
이후 '김종국' 은 다들 알고 있듯 전 소속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솔로 활동과 예능 활동을 이어가다 명품 발라드 <한 남자> 의 성공 이후, 3집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까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로는 음악 활동 보다는 '런닝맨' 에서 체육인으로 주로 활약하던 그의 이미지는 이젠 대중들에게 좀 더 편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고, <무한도전 토토가> 에피소드 이후 또 한번의 변화를 겪는다.
홍블러's PICK
D.D.R , Cyber Lover, Paradoxx, 왜 몰라
3인조 조합은 참을 수 없지..
6집 - Again (2015)
모두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무한도전 토토가> 는 너무나 고마운 기획이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냐는 카더라 통신도 잠재우고 아직도 건재한 그들의 관계. 토토가 출연으로 원조 탈골남 '김정남' 의 근황도 알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1년 후 그들은 3명이 모두 모여 재활동에 들어간다.
6집 타이틀곡 <다시> 는 터보 팬이었던 인기 작곡가 '이단옆차기' 가 만든 곡으로, 토토가의 중심이었던 '유재석'이 목소리 참여도 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너무 오래된 그룹이라 요즘 시대에 맞겠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당시 대세였던 '이단옆차기' 의 센스는 터보 고유의 강력한 이미지와 트렌드를 잘 섞어 꽤 괜찬은 곡을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세 사람이 함께 활동한다는 것이 누구 한 명 포기하지 않고 모였다는 사실이 좋았다. 6집은 전체적으로 과거 터보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2집의 강렬함과 3~5집의 부드러움, 그리고 트렌디함까지. 이를 계기로 '김정남' 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예능 활동하며, 살도 빠져서 예전과 같은 날렵함을 되찾았고 터보가 아직도 활동한다는 것이 뿌듯했다.
'17년 여름엔 싱글 앨범 발매, 수록곡인 <뜨거운 설탕, Paradise, 그림 배경> 을 너무 좋아한다. 90년대 느낌 가득한 곡으로 그 해 여름 드라이브 할 때 들으면 바캉스 느낌 뿜뿜 가득했던 시기였다. 이후로 그들의 새 앨범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언젠가 한 번쯤은 다시 들려주지 않을까...
지금은 예능 이미지로 너무 굳어버린 멤버들이지만 이름 '터보(TURBO)' 에 걸맞게 그들이 뿜어낸 강력한 퍼포먼스는 지금 누군가 리메이크 해도 화제가 될 만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느 덧 50대에 가까워가는 형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세월을 느끼지만, 그들의 음악과 과거 영상을 접할 때면 나 역시 다시 힘차게 움직여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들어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