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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0. 2021

90년대 음원 소비의 변화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구입하다

MZ 세대 중 음반 컬렉션 취미가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모으는 재미가 있던 90년대. 요즘은 온라인 음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언제든 시대 구분 없이 대부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대중과의 소통이 원활한 요즘, 특정 가수에 대한 신비감도 사라지며 이제는 음악의 소비 주기가 너무 짧아졌다. 그 시대 감성을 사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수줍게 홀로 듣던 음악 감상의 시대 90년대. 그 때의 감성은 어떤 방법으로 접할 수 있었을까.



1. 풍물 시장 가야 만나는 그것 - LP 판

나는 물론 LP 판 세대는 아니다. 아주 어릴 적, 집에 '전축' 이라는 기계가 있었고 부유한 친구 집에는 '턴테이블' 이라는 것이 있었다. 요즘의 MZ 세대는 'LP' 라는 매체를 어떻게 알까. 아마 JTBC 의 '와썹맨' 등을 본 이들은 풍물 시장 편에서 봤을 것이고,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지나가다 한 번쯤은 실물을 온라인 상에서라도 봤을 것이다.


'LP' 는 쉽게 말하자면 표면 위에 자잘하게 나있는 홈을 '턴테이블' 등의 기계가 살짝 긁으면서 그 안에 담긴 음성 정보를 내보내는 식인데 부피도 크고 당시로써는 고가에 판매되었기에 진정한 팬이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80년대에는 주로 다방이나 떡볶이 집 등에서 'DJ' 들이 쥬크박스 안에 들어가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 식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한다.


제일 베스트는 집에서 TV 로 보거나 방송국을 찾아가 라이브로 접하는 거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이렇게 공공 장소에 가서 듣거나 라디오를 통해 언제 나올지 모를 가수의 음악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접하기 매우 힘들지만 라디오를 통해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해외 아티스트들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열심히 모은 돈 혹은 용돈으로 해외 앨범을 구매한다는건 주위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굉장한 일이었다. '비틀즈' 등의 유명 아티스트의 음반을 소장하고 이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것.


당연히 해외 앨범은 가격이 더 비쌌으며 지금은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모두 몇 배는 뛰어오른 가격에 구할 수 밖에 없다.


희소성으로 인해 뛰어오른 가격은 중고 시장에서 '희귀 앨범, 초판' 등의 타이틀을 붙이며 사기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고가에 설정되어 있는건 사실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활동하던 일부 아이돌 그룹도 'LP' 버전의 음반을 낸적도 있으나 그건 그들도 구하기 힘들 정도의 레어템이 되었으니, 워낙 발매 장수도 적었을 뿐더러 굳이 그 버전으로 라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LP 라고 하면 굉장히 고상하고 철학적이며 돈 많은 취미 수집가로 인식되는데, 당시에는 정식으로 원하는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난 이 시절의 생활까지는 궁금하지 않다. 부피가 너무 큰데다 내가 모르는 가수들이 너무나 많기에..



2. 볼펜으로 돌려봐야 제 맛 - TAPE 테이프의 대중성


9년대 초부터 '테이프 (TAPE)' 형태의 앨범이 대중적으로 발매되었다 한다. 나 또한 95년 처음 구매했던 'R.ef  1집' 이 테이프 였으며 그래서 나에겐 가장 정감 가는 음원 형태이다. 플레이어가 집에 있다면 그저 꽂기만 하면 된다. 'A면/B면' 이렇게 앞뒤로 구분되어 있으며 자칫 기계에 잘못 넣거나 관리를 잘못 했다간 '테이프가 씹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테이프 안에 있는 음원이 녹음된 비닐 소재가 늘어난다거나 끊긴다거나 꼬인다거나. 기계 안에 잔뜩 꼬인걸 빼겠다고 막 흔들었다간 엄마의 등짝 스매쉬는 물론 한동안 용돈을 다시 모아야 하는 절망에 빠질 수 있다. 자아진 부피로 언제든 휴대가 가능하며, 부모님과 선생님 눈치 안 보고 몰래 가수들의 사진과 가사를 보고 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딱 좋았던 매체.


가격은 평균 5,000원 내외였는데 종류별로 모아서 책장을 딱 봤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은 내 방안의 작은 음악 공간이 생긴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다만 담을 수 있는 볼륨 크기 훨씬 컸던 CD 와는 달리 시간 등의 문제로 간혹 CD 와는 곡 순서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테이프를 구매하였고, 이는 가정 집에 한 대씩 있던 라디오에 기본적으로 테이프를 꽂을 수있기에 손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스피커가 발달하면서 더 빵빵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테이프를 훨씬 대중화 시킨 신문물이 등장하니 '워크맨' 이다. '마이 마이' 라고 불리는 제품도 있었는데, '워크맨' 은 이름 그대로 걸어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기계. 가장 유명했던 브랜드는 '소니, 아이와' 등이 있었는데 매우 고가였기에, 성적을 몇 배로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만 득템 가능했던 제품이다.


정말 좋은 제품은 리모콘이 있어 굳이 큰 버튼을 틱틱 누르지 않아도 충분했으며, 플레이어 안이 훤히 보이는 제품보다는 깔쌈한 메탈 소재로 가려진 제품이 더 인기였다.


학생들과 부모님의 '워크맨' 구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청계천 상가, 용산 전자 상가'. 같은 제품을 두고도 가격 흥정하는 전문가들의 달콤한 외침을 외면하며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또한 추억이다.


이 제품을 가진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아 잠시 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댓가는 반드시 심부름을 해준다거나 뭔가 비슷한 가치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으니 어릴적부터 냉혹한 사회 경험을 제대로 한 것이다.


이외에 소풍이나 수련회를 가게 되면 관광 버스에서 실컷 들을 수 있었는데, 능력 좋은 친구는 승차하자마자 기사 아저씨에게 곧장 테이프를 내밀며 출발전부터 버스를 클럽 분위기로 만드는 고마운 매체였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가수의 정규 앨범이다보니 계속 같은 장르의 음악만 나온다거나 그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어쩔 것인가.


다양한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로 누가 먼저 손댔는진 모르나 '길거리 리어카 - 길보드 차트' 가 유행했다. 이 곳에선 정규 앨범 이외에 '짜집기 테이프' 구매가 가능했다. 당시 인기 가요들을 긁어 모아 하나의 테이프에 담은 건데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회사마다 그 이름은 달랐다. 이건 정식으로 음원을 구매하여 만든 제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회사들은 이 불법적인 음원 판매를 크게 손대지 않았을까.


그건 유행이 되기 때문이다. 케이블도 없던 시기, 라디오도 제 때 챙겨듣기 빡빡한 시절. 나이트나 클럽 외에 평소 길거리에서 가수들의 음악이 빵빵 터져나오니 자연스레 홍보가 되고, 이는 특정 아티스트의 팬을 양산하며 알게 모르게 방송사 순위 집계에도 고려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치 요즘 유튜브에서 '드라마, 영화 '등의 줄거리를 요약, 결말까지 포함하여 소개하는데 저작권 문제가 걸리지 않는 경우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자연스레 홍보를 해 주니까.

그래서 가장 길거리에서 많이 들린 음악은 무엇인가가 쟁점이었으며 '길보드 차트' 로 불려 매주 특정 요일만 기다려야 했던 '공중파 가요프로' 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중화 된 테이프에도 단점은 있으니. '빨리 감기/되돌려 감기' 기능은 명확하게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구간으로 넘어가주지 않는다. 운 나쁘면 직접 모나미 볼펜으로 구멍을 돌려 맞춘다거나 계속 앞뒤로 감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여유가 된다면 갈야타야지 - CD


테이프가 보편적이었지만 CD 도 마찬기지였다. 다만 가격이 두 배로 비쌌을 뿐. 평균 가격이 만 원 내외 였었지만 가격 가치는 충분했다. 볼륨이 적을 수 밖에 없는 테이프와 달리 사진도 더 들어가 있으며, 무엇보다 음질의 차이가 심하다.


이는 정말 귀가 좋은 이들이 아니라면 그냥 빵빵한 스피커로 틀어도 차이를 모르겠지만,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공간에서 듣는 순간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원하는 트랙을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쑥쑥 오갈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얄쌍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소중하게 들어있는 이 동그란 매체는 착한 일 많이 해서 정말 용돈을 많이 모았거나, 집에 여력이 있는 친구들만 구입 가능한 매체였다.


나도 CD 로 갈아탄게 97년 이었으니, 여태껏 모았던 테이프들을 모두 CD 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집 청소를 열심해 했는지. 보관 환경에 따라 언제든 손상될 수 있는 테이프와 달리 CD 는 깨지지만 않으면 영구 보존 가능했고, 선물용으로 딱 좋은 사이즈에 부유한 느낌이 가득한 매체다.


여기에 소형 CD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워크맨' 과 같이 언제든 들을 수 있었고 이는 럭셔리함과 함께 자신감도 심어 주었다. CD 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최고의 음원 형태이지만 테이프와 달리 짜집기 판매는 불가했다. 오로지 그 가수의 음악만 들어야 하기에 특정 아티스트의 팬들만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90년대 후반, 컴퓨터의 발전으로 'CD RW' 기능. 'CD 를 굽는다' 고 하는데 능력자들이 불법으로 다운 받은 음원을 모아 한 장의 CD 에 넣어 자기만의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친구들 중 기게를 갖고 있는 녀석에게 돈 주고 부탁하거나 특정 레코드 가게에 원하는 리스트를 전해주면 불법으로 만들어 주곤 했다.


그러나 당시 관광 버스들은 CD 플레이어를 장착이 보편적이지 않았기에 아직도 테잎으로 들어야 했으며, 그랬기에 여행 중 버스에서 혼자 듣는 음아 감상은 더 감성적이었다.


보편적인 네모 사이즈로 나오던 것이 특정 가수들이 다른 형태와 사이즈로 발매하며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가격 상승 트렌드도 생겨났다. 개인적으로는 모으기 쉽게 일괄적인 형태가 좋은데, 이렇게 형태가 달라서는 보관하기도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다.



4. PC 통신과 케이블의 발달 - MP3, MD


90년대 중반, 'M.Net / KMTV / MTV' 등의 케이블 음악 채널이 보급화되면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뮤직비디오는 물론 생방송까지 비디오 테이프로 녹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TV 가 발전하면서 동시 상승한 것은 바로 컴퓨터의 능력. 추억의 '삼성 매직스테이션, 삼보 컴퓨터'.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의 PC 통신망이 생겨나며 많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진 게시판과 온라인 동호회가 생겨나고, 삐삐와 거대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와의 비밀스런 만남은 물론 방과 후가 기대되는 시간.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르 찬양하고 있으면, 반드시 옆에서 딴지 거는 이들이 있었지만 집에서는 같은 꿈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니 스트레스도 없고.

스트레스가 있다면 바로 부모님 몰래 해야 한다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심판의 날,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나올 때다. 전화선과 공유하기에 PC 통신을 쓰면 당연히 전화는 안 된다. 그래서 급한 전화가 왔을 때에는 통화 중으로 울려 이를 알 수 없고, 푹 빠져 쓰다보면 어마어마한 요금 청구서에 부모님은 집 전화를 완전 없애버릴 생각까지 하게 된다.


신문물을 좋아하던 세대는 꽤 많은 카더라 통신을 주고 받으며 당시 가요계의 추억을 쌓았는데, 방송 스케쥴이나 컴백 소식 등이 그러했다. 온라인에서 나눈 취미는 저녁 피크 타임 라디오로 이어진다. <볼륨을 높여요> <영스트리트> <별이 빛나는 밤에> <텐텐클럽> 등 8~12시까지 이어지는 라디오 타임은 자습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으며 내가 앨범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당시 인기 가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침 식사 하며 케이블로 잠깐 핑클 누나들의 깜찍함을 보고, 학교가서는 친구들과 음악 얘기하거나 워크맨으로 음악 듣고, 저녁 먹으며 케이블 잠깐 시청, 공부한다 말하고서는 방에 들어가 PC 통신 혹은 라디오 청취로 음악 소비. 이것이 나의 10대 중반 생활 루틴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앨범을 보관할 공간도 차오르고, 갖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그 때 혜성처럼 등장한 신문물은 모두를 환호하게 만든다. 바로 'MP3' 의 등장이다.


90년대 말, 즉 세기말에는 비주얼적으로 부족하다거나 기타 사유 등으로 방송 활동이 불가한 경우 PC 통신을 통해 음원 유통이 가능했다. 정식적이 아니라 모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뿌려지고 공유되는 것이다. '조PD' '거리의 시인들' 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그들의 음악은 공중파에선 마이너하게 받아들였는데, 너무 직설적이면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랬기에 그들은 온라인을 통해 음원을 퍼뜨렸고 이것이 청소년들의 열광을 얻으며 언더그라운드에서의 레전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음원들이 온라인에 뜨게 된다. 그 중심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소리바다> 와 같은 P2P 플랫폼, 그리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온라인 상의 'MP3 불법 사이트' 들이다.


보통 CD 에서 추출한 음원을 가지고 만들어내는데, 행위자의 능력에 따라 음질은 각양각색. 그래서 모두가 최고음질을 다운 받고자 계속 점검하고 찾아다녔지만 그러다 재수 없으면 바이러스까지 함께 얻어 나의 퍼스널 컴퓨터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MP3 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이 'MP3 플레이어'. 여러 중소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가장 유명한건 '아이리버' 였을 것이다.


내가 처음 산 MP3 는 16세 기말고사 반 1등 해서 받은 선물로써, 32MB 용량으로 8~10곡 정도 넣으면 끝. 여기에 돈을 더 추가하면 메모리 칩 개선으로 64MB 까지 끌어올려 초등학생 때 즐겼던 짜집기 테이프 볼륨을 구현할 수 있었다.


곡 순서도 내 마음대로 바꿔가고 지루해진 곡은 삭제, 신곡으로 교체하는 등 혁신적인 방법이었고 휴대가 너무 간단했기에 가요계 인싸가 되는건 문제도 아니었다.


방구석 라디오 DJ 가 되고 싶었던 나 같은 학생들은 '윈앰프 방송' 을 통해 원하는 곡을 틀었고, 여러모로 다양한 음원을 즐기기 편했던 시절이었다.

다만 이건 엄연할 불법이기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고 정규 앨범을 사자는 운동이 계속 일어났으나 대중들은 '과연 당신들은 돈 주고 살만한 음반을 만들어내는가, 다양화 시대 아닌가' 라며 반발하였다.


이후 대기업 '삼성' 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애플' 도 아이팟 을 통해 정식 플레이어를 발매할 때까지.

2000~2010년 까지는 MP3 가 통용되며 그렇게 대중들은 음악을 즐겼다.


시대의 발전으로 가수들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너무나 다양하게 나오는 가수들의 음악을 소화하기 위해 대중들은 MP3 를 선호하였고, 이는 자연스레 음반 시장의 불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과거 100만 장 이상을 신성시 하던 시기는 끝났고, 이제는 10만장 파는 것도 오락가락하는 시장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MP3와는 다른 형태로 조그만 디스크에 더 많은 곡을 넣을 수 있는 'MD 플레이어'도 있었으나 이건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기에 넘어가자



5.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

2000년 중반부터 정식으로 구매하여 음원을 소비하자는 사이트가 등장하였다. '멜론, 벅스 뮤직' 등이 그러하다. 능력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MP3 를 더 많이 퍼뜨렸는데, 어쨌든 이렇게 정식 허가를 받고 온라인 음원을 유통하는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이다. 그래서 MP3 제조사들도 더욱 공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2021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 보다는 음원이 얼마나 잘 팔려나가고, 스트리밍 되는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정액제에 가입하면 몇 번이고 들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 팬들이 합심하여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계속 스트리밍하여 상위권에 올린는 등 조작도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순위 제도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너무나 많은 가수들이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말자는 전략으로 멤버별 개별 활동 등 1년에도 몇 곡을 발표하는지 모른다. 이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산다는 아날로그 감성은 없고, 그냥 최신곡이라 해서 한 번의 클릭으로 듣고 마는 소비 형태로 바뀌었다.


빵빵한 볼륨의 옛날 앨범은 타이틀곡 이외에 숨겨진 곡을 찾는 즐거움도 있었고, 장기간 활동하면서 그 앨범 자체가 나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특정 인기 가수가 컴백하면 전곡을 세심하게 듣기보다는 '타이틀 / HOT' 이라고 붙여진 곡들만 선별해 듣진 않는가.


 요즘 SBS 에서 운영하는 <문명특급> 콘텐츠는 '숨듣명' 이라 해서 인기를 얻는데, 이는 대부분 과거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으나 창피한 곡들을 주제로 삼지만 진정한 '숨듣명' 은 과거 각자만이 알고 있는 숨겨진 명곡들 아닐까.

몇 년 전 나도 소중히 모아왔던 200 여장의 앨범을 대부분 처분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인지 그저 자기만족인지. 앨범마다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고 나와 세웛을 함께 했지만 영원히 가져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


내가 부유했다면 계속 가져갔겠으나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어느새 나 또한 추억의 그들을 한 번의 클릭으로 기계처럼 소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쓸쓸함을 못 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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