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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0. 2021

요즘 노래가 안 끌리는 이유

꼰대라서가 아니라 사실이 그러하다..

이 글은 현재 가요계에서 활동 중인 최신 아티스트들에게 부정적인 내용도 언급되어 있으므로 특정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삽입하지 않고 오로지 글로만 풀어보겠다.



어릴적 어른들은 '뽕짝' 을 주로 들으셨고, 몇 년이 지나도 계속 그 노래만 듣고 계시는 모습에 시대에 떨어진다며 답답해 했다. 그리고 당시 우리가 좋아하던 최신 가수들을 볼때마다 말세라며 옳지 못하다고 하셨다.


지금 그 분들의 나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나와 동년배의 탑골 사람들은 어떠한가. 확실히 어른들의 세대와는 다르다. 지금의 우리는 가요계 뿐만 아니라 문화 트렌드의 급진적인 변화를 직접 겪어왔던 세대이기에 현재 10~20대, MZ 세대들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모습들을 비난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놀랍다며 감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요즘에는 끌리지 않고, 탑골만 찾게 되는 것일까. 어째서 사람들은 아직도 탑골에 열광하고 가끔씩 나오는 방송 아이템으로 포텐이 터지게 되는 것일까.



1. 어느 정도 신비주의는 있어야...


연예인이라면 갖고 있을 신비주의 컨셉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 이 2집 준비를 위해 방송을 중단하겠다 발표한 사건은 당시 PD 들의 분노를 샀고, 이는 이후 많은 가수들이 새 앨범을 위해 휴식기에 들어가는 전통의 기반이 되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던 그 때는, PC 통신 채널과 사서함, 그리고 격주나 격월로 발매되는 잡지 등을 통해서만 좋아하는 가수의 근황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공중파 연예 프로에서 잠깐이라도 소식을 다루면 얼마나 반갑던가. 그렇게 꽁꽁 싸매어 놓은 비밀을 풀어 헤친 신규 앨범이 나왔을 때 들으며 얼마나 뿌듯해 했던가.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그런 움직임은 없다. 싱글이 보편화되었고, 오프라인 시장이 죽어가다시피 하며, 이젠 온라인 음원 전쟁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1년에 여러 곡을 발표하며, 한 곡마다 짧게 활동. 탑골 가수들이 한 앨범으로 6개월까지도 활동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장기간 활동하다보니 그 노래를 즐겼던 당시의 내가 겪었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고. 여기에 각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나 가수가 직접 운영하는 SNS 등. 직접 만나기가 힘들 뿐이지, 24시간 언제든 가수들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본업인 가수 이외에 연기 등의 활동도 하니, 어디를 켜더라도 접할 수 있어 신비주의란 말은 요즘 시대엔 맞지 않을 뿐이다. 언제든 원하는 곡을 직접 듣거나, 과거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는 등 자료 하나하나가 레어템이였던 탑골 시절과는 다른 너무나 발전된 사회가 탑골에 대한 향수를 더 자극하는건 아닐까.



2. 철저한 준비에서 오는 괴리감과 일률젹인 장르


탑골 가수들은 '끼' 하나만으로 뽑힌 경우가 많다. 길거리 캐스팅, 친구 따라 강남갔다 캐스팅, 오디션 등. 어떻게든 대중에게 빨리 선보여야 했기에, 준비 기간도 충분치 않았으며 개척해야 할 분야가 많았던 시절이다. 그래서 멤버들이 직접 안무를 짠다거나 곡을 쓰고, 그 외에 신비주의가 겹치면서 오랜만에 보면 반가울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최소 몇 년 이상의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인정받아 데뷔하면 다행이지 그러지도 못한채 집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기획사마다 철저한 컨셉을 가지고 있으며, 프로그램에 따라 육성된 이들은 준비된 인재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개성은 없어지고 모두 똑같아 보이는 옷과 무대를 선보이니 누가 더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 된건 아닐까.


아무리 아이돌 시대라 하지만, 멤버들의 수도 너무 많아 이름조차 외우기도 힘들며, 그 수 많은 멤버들 중 소위 입맛 뻥긋하는 멤버는 몇 명이나 있는가. 소수로 움직였던 탑골 가수들은 개별 역할이 크든 적든, 담당하고 있는 명확한 이미지가 있었으나 지금도 수 많은 그룹들은 특정 멤버만 대중이 알지 전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이건 요즘의 10대라도 모든 그룹 멤버의 이름을 외우는게 어렵지 않을까.


시대의 발달과 함께 악기도 발전했다. 모두가 강력한 씬디사이저 음색으로 무장한채 중독성을 노리는 곡들로 활동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도 대세는 댄스에 몰려있는듯 하다. 오히려 개성적이면서 독보적인 음악성을 가진 솔로 가수들은 드라마 OST 를 통해서 인기를 이어가는 듯 하며, 댄스 그룹/솔로 의 영향이 큰게 사실이다.


이는 자연스레 별 의미 없는 발음만 좋은 영어 가사로 도배되고, 막상 내용도 별거 없는. 사운드만 빵빵하고 신나는 전자 음악 잔치를 벌려놓게 된다. 탑골 시대는 어떠했는가. 힙합/댄스/발라드/R&B/락/트로트 등 많은 장르가 혼재되어 있었으며, 그만큼 독특한 컨셉을 가진 이들이 많아 다채로움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 '멜론' 등의 음원 차트를 봐보자.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가.



3. 소박했던 일상의 그리움


시대가 너무 좋아진 나머지 24시간, 우리는 즐길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TV 이외엔 즐길 거리가 없던 탑골 시절은 다르다. 하교 후, 매일 챙겨보던 만화 영화와 케이블 채널. 친구들과 즐기던 전자 오락실과 놀이터에서의 체육 활동.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보던 오락 프로그램과 자극적인 소재를 담지 않은 일일 드라마. 그리고 훈남훈녀들의 연기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보통 드라마.


다음 날, 등교하면 모두가 어제 봤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웠고 그 안에선 좋아하는 연예인을 두고 소소한 싸움도 일어난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모든게 해결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함께 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그저 코드가 맞을 때만 서로 즐기는. 즐길게 너무나 다양해진 나머지 각 소재에 대한 희소성은 떨어지고. 그렇기에 MZ 세대가 가진 학창 시절의 추억과 탑골 시절의 추억은 그 온도부터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겨우 시간 맞춰 녹화한 가요 프로그램을 보며 장기자랑 출전을 위해 친구들과 안무를 조각 모음 하던 추억. 지금은 유튜브로 누구든 개별 연습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소박한 즐거움이 지금도 있는가.


문득 나의 윗 세대 어른들도 이와 같았을까 생각해보지만 살아온 시대 자체가 다르기에 각 세대마다 느끼는 향수의 감정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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