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진 Jul 15. 2021

[셔터] CT보다 정확한 폴라로이드의 진실!

조미료 없이도 일상에 내재된 공포의 재미


200년대 중반이면 이제 막 성인이 된 시기라 아직 공포 장르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무조건 죽이는 80년대 서양의 '슬래쉬 장르' 를 떠나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괴기스러운 분위기와 은근히 조여오는 악령의 압박. 영화 <셔터> 또한 그런 맥락으로 태국을 넘어 아시아 공포 영화 중 수작으로 꼽힌다.

최근 개봉한 <랑종> 에서는 한국의 괴기스러운 제작자 '나홍진 감독' 의 원안을 섬뜩하게 구현하여 다시 화제가 되었는데, 많은 이들이 지렸다고 하는 영화 <셔터> 는 어땠을까.


약 15년이 지나고 다시 본 나의 느낌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공포에 내성이 꽤 강하다)



STORY

개성있게 생긴 '턴' 은 사진 작가다. 친구들과의 알코올 파티 이후, 안전 운전하는건 그의 여친인 '제인'.

그런데 잡담을 나누며 전방 주시를 소홀히하던 그녀는 지나가던 여성을 치어버리고 그대로 줄행랑.

양심의 가책, 무거운 마음.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두 사람.


그러나 아무리 수소문해도 당일 뺑소니 사고가 접수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고, 더불어 '턴' 이 찍은 사진엔 괴기스러운 모습의 여성 귀신의 모습이 찍혀나온다. 쇠약해지는 신체와 마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날 파티를 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자살하고.


사진 속 여성이 '턴' 의 대학 시절 여친인 '나트레' 이자 그 날 뺑소니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란게 알려진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막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비밀과 현실이 드러난다.



조미료 없이 분위기만으로 믿고 간다!!

흔히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활용되는 요소가 많다. 괴기스러운 음악, 과도한 컷 편집과 늘어지는 연출. 무조건 무섭게 보이려는 비주얼 효과 등. 그러나 무엇보다 공포의 판가름은 '소재' 에 있지 않을까 하며,소재가 일상과 가까울 수록 공포는 커진다.


영화  <셔터> 는 과거의 죗값을 받아내기 위해 활약하는 여성 '나트레' 의 원혼이 담긴 복수를 담고 있다.

마치  싸이월드와 인스타를 관리하듯, 매일마다 'daily, 일상스타그램' 을 찍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주제인 사진. 함께 찍혀 나온 그 곳에 알 수 없는 형체와 무언가의 메시지. 과연 그것은 조작인가 현실인가.


사진 한 장만으로도 꺼림칙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건 우리의 일상에 언제나 공포는 따라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셔터> 는 과도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리얼하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부가 요소는 없고, 오로지 현장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간다.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깜놀 구간은 분명 공포에 취약한 이들은 무서워할만 하다.


일단 '나트레' 를 맡은 배우의 인상부터가 차가워 보이는게 말 없이 가만히 있자면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는듯 한게 하얀 분장으로 피를 칠한 모습은 더욱 괴기 스럽다. 여기에 태국 고유의 분위기이겠으나, 태국어의 억양과 작품 속 배경이 그저 일상적인 것인데도 괜히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건 아마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의 활약일 것이다. (작품 감독은 왜 언급이…)


지속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지 않고, 잔잔함에 툭 던져지는 울림의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작품. 그러나  나처럼 내성이 강한 이들은 깜놀은 하겠으나 그리 무섭진 않았다.

(말은 이래놓고 옆으로 누워 자지는 못했던 나.. 애써 더워서라고 설득한다…)



현실과 가짜를 구분한다!!

제목인 <셔터> 처럼 카메라가 중요한 매개체다. 귀신은 사진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으며, 그들의 동반 출연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오로지 사진을 통해서만 판별 가능. 그러나 기술 발달로 그 또한 조작이 가능하나, 폴라로이드의 힘은 다르다. 곧바로 결과물이 나오기에 그 안에 담긴 모든건 완벽한 진실.

귀신의 위치를 찾아내고, 현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 폴라로이드를 활용하는 전개는 신선했다. 무조건 찍으면 귀신이 나오는게 아니라 그걸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 그러다 자신과 항상 붙어있었던 옛 연인의 묘기를 접하며 마무리되는 결말은… 음.. 좀 기분 나쁘긴 하다…



어째서 귀신들이 사진에 찍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그들도   아직 남은 감정 (종류에 관계 없이) 과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함꼐 하고 싶어 등장한다는 것.


저세상에선 할 수 없는 일을 이승에서나마 다시 하고파서, 추억을 함께 나눈 이들과 하고파서 보여주는 마지막 의사 표현.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죄는 짓지 말고 살자는 것..


                            조미료 없이도 일상에 내재된 공포의 재미



매거진의 이전글 적정 수준의 이국적인 성장기 - 루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