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치킨 쿠폰 사용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라고요?

제주살이를 서럽게 만드는 것들

by 달콤달달

- 이상한 치킨값, 제주 소비자는 천 원 더 내랍니다 : http://omn.kr/1yt9b


주말 아점은 (늘 그렇듯) 라면으로 해결하고 저녁엔 뭘 해 먹을지 고민하던 차에 오빠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자매들은 결혼 후에 더 각별해진다던데 오빠와 나는 결혼 후 용건만 간단히, 생존만 인증하는 사이가 되었다. 글자 끝에 매달려 온 물결 표시는 그래도 동생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라고 혼자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안 썼으면 사용해~~유효기간 문자왔어 ~~

지난 3월 아이와 내가 코로나로 자가 격리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가 치킨 쿠폰을 보내주었는데 그 치킨 쿠폰이 사용되지 않자, 유효기간 안내 문자를 받은 모양이다. 오빠가 받은 쿠폰을 나에게는 사진으로 전달하다 보니 내 선물함에서는 조회가 안 되는 통에 나도 사용하는 걸 깜빡했다. 'ㅇㅋ 고마워.'하고 물결도 없이 짧은 답장을 했다. 저녁 메뉴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오후에서 저녁이 되었고 예정대로 치킨을 주문하되, 본래의 메뉴 대신에 다른 치킨으로 변경 사용하기로 했다.

황금올리브 다리+날개 콤보 24,000원
비비*소떡소떡 3,000원
배달료 3,000원
총 30,000원

쿠폰 가격 25,000원을 제외하고 추가 금액 5,000원을 카드로 선결제하였다. 기다림과 배고픔이 팽팽하게 맞설 즈음 치킨이 도착을 했다. 반가운 초인종 소리를 듣고 치킨을 맞이하러 나간 남편이 바로 들어오지 않고 배달 기사님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 여보, 카드 좀 줘! 결제해야 한대.

하고 말했다.

- 응? 결제했는데? 안 해도 돼!

기사님과 남편에게 추가 금액과 배달료를 결제한 내역을 보여주었다. 착오를 확인하기 위해 기사님은 매장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셨는데 우리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는 치킨 가격이 1,000원 더 비싸기 때문에 육지와 달리 쿠폰을 사용할 시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랜차이즈 치킨인데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요?'하고 부당함을 항변하려는 찰나, 의도를 알아챈 매장주는 우리의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듯 차갑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는 받을 돈 받는 거고, 본사에다가 말하세요.


당연히 본사에 전화를 했다. 예상은 했지만 본사 방침이라며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판에 박힌 안내를 듣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1,000원 때문에 주문한 치킨을 환불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치킨은 죄가 없으니 배달 온 치킨을 맛있게 먹을 요량이었으나 치킨은 이미 식어버렸고, 입맛은 싹 달아난 후였다. 요즘은 1,000원을 들고 마트에 가도 웬만한 과자는 1,000원을 웃돈다. 그런데 아이들 과자 값도 되지 않는단돈 1,000원 때문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해버린 이유는 분명했다. '제주'라는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 물류비 명목으로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킨 기업의 '방침'이라는 것이 '횡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추가로 알게 되었는데 다른 브랜드의 치킨과 달리, 배달 어플에서조차 이 브랜드의 치킨 가격이 1,000원 비싸게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쿠폰이 아니었다면 모르는 채로 살면서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다. 아이가 매워해서 요즘은 잘 먹지 않았지만 이 브랜드의 '핫윙'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안녕을 고해야 할 때이다.

<추가 금액의 영수증. 홈페이지의 가격과 제주 배달 어플의 가격이 상이 하다.>
<다른 치킨브랜드의 경우 홈페이지와 배달어플 가격이 동일함. 관계자 아님. 네네치킨도 동일함을 확인함>


사실 제주에 살면서 나를 서럽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에는 배송료도 있다. 언제나 따라붙는 '추가 배송료' 문구를 마주할 때면 '당연하다'는 마음과 '부당하다'는 마음의 충동 때문에 속이 시끄러울 때가 많다. 꼭 필요한 물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배송료를 지불하고 구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아예 '제주 배송불가'라고 못 박아두는 것에 비하면 고마워서 엎드려 절이라도 할 판이다. 급하지 않은 물건의 경우에는 친정 부모님 댁으로 주문을 해두었다가 다니러 가는 길에 가져오는데 대개는 로켓 배송을 해주는 회사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서 배송을 받는다. 배송기사님들의 노동력을 담보로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냥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주도민에게 더 비싼 멤버십 비용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누가 제주에 살라고 등 떠밀었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지만, 만약 태어나 보니 고향이 제주라면, 제주토박이라면, 치킨에 붙는 추가 금액이나 배송료에 붙는 추가 배송료 때문에 제주를 떠나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에 한 번 휘청이고, 추가 치킨 요금, 추가 배송료에 두 번 휘청이다가 관광지 자동 옵션인 더 비싼 물가에 녹아웃(knockout) 되고야 만다. 제주 바다가 아무리 예쁘다 한들, 한라산이 아무리 웅장하다 한들, 제주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일은 서러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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