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요? 따라오셩~~

하노이 인도차이나

by 아이리스 H


한국을 떠나 벳남살이 9년 차인 우리 부부는

쿵하면 짝 할 정도로

가는 곳도 먹는 것도 뻔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밥을 먹고,

지난날 추억을 들썩거려 다투기도 하지만

함께 한 세월이 어느새 30년을 넘어섰다.


어디 가요? 그냥 따라오셩~~


인도차이나 CGV로 영화 보러 간다고?

검색도 안 하고 무작정 가겠다는

즉흥적인 남편은 무작정 나를 차에 태운다.

주말 집콕보다 나들이를 더 좋아하니

군말 없이 따라나선다.

쇼핑도 하고, 먹거리도 해결하고, 영화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 삼조다.


베트남에서 영화를 보려면?


베트남어 자막에 영어가 기본이다.

조금 정신없이 영화를 보는 불편함이 있다.

간혹 한국영화가 들어오지만 거의 드물다.

게다가 어른용은 밤늦은 시간에 상영하므로

우리처럼 주말 대낮에 가면 어린이나 청소년

관람용 만화나 판타지가 전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남편은 점심 먹고 남은 시간에 볼 수 있는

영화표를 일단 예매했고. 치즈팝콘도 준비했다.

영화관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잠시 기다림에 차 한잔하고 입장했다.



VIP 라니... 하하하


의자 등판에 VIP시트가 우리를 맞이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통사람을

영화관에서 대접해 주니 기분이 좋다.

우리는 그곳에 나란히 앉아 피식 웃었다.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가 나타났다.


마법의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ㅎㅎ



노래를 부르며 시작된 영화는 흥미로왔다.

그런데 20분도 채 안되어 남편은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여보, 나가자"

" 어디 가는데? "

"집에..."

"왜?"

"졸려"

"그람 그냥 주무셔~"


영화를 보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어차피

들어왔으니 보고 나가길 원했다.

"표도 당신이 구매했고, 이제 어떻게 가? "

그냥 VIP 자리에서 쉿! 눈감고 자면 되는데...

영화는 시끌벅적 잘 수가 없었다.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며 내용을 전달했다.


치즈팝콘을 먹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든

남편을 보니 소리 없이 속웃음이 났다.

한참 영화에 몰입되었고 오래간만에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말이다.

영화가 끝날즈음

부스스 깨어난 남편은 "아직 안 끝났어?"

"쉿!! 카타르시스예요 ~ "


끝 자막이 올라가자마자 남편은 어두운 계단을

부지런히 내려갔다. 그리고는 로맨틱하게 핸드폰

플래시를 비치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Vip석에서 잠만 잔 게 슬쩍 미안했나 보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난 재미있었어"

영화보다 남편 때문에 웃게 되는 에피소드다.


하노이 인도차이나 CGV

영화를 보러 간다고?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

어떤 날엔 팝콘만 먹고 온 적도 있고,

맛집(일식) 식당에 들러 음식만 먹고 오거나

쇼핑하고 콧바람만 쏘이다 청소도구만

잔뜩 사온날도 있었다.


오래된 연인들의 영화관 나들이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경 가능함이

자유롭다. 절대, 결코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디 가요? 따라오셩~~

주말에 영화관 나들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