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꽃을 심는 여자

핑크핑크 하게~~

by 아이리스 H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이 계절에

이곳저곳 작은 불꽃 전구들이

세상을 온통 반짝임으로 빛내고 있다.

눈이 오지 않는 베트남 하노이에도

캐럴송이 들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킬만한 눈사람과 산타 할아버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이고 덥다 더워~~"

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고 춥다 추워~~ 도망치듯 한국에서

하노이로 돌아와 보니 영상의 날씨로

멈춘 채 나를 기다린 듯 따스하다.


20일 한국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더니

1층 사무실 화단이 쓰레기장이 되어있었다. 그려려니 하고 지나치기 힘들 만큼....

두 팔을 걷고 쓰레기를 먼저 정리하는데

우웩 ~거미줄에 이름 모를 벌레들까지

쾌쾌 묵은 쓰레기까지 야심 차게 치웠다.


휴~~ 이럴 수가


거름이 섞인 좋은 흙을 두 포대 사서 날랐다.

핑크핑크한 꽃 화분을 3개 사들고 왔다.

쓰레기를 정리한 화단에 흙을 채웠다.

이 겨울에 꽃을 심는 여자가 여기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없이 마구 버린다.



사무실 앞 화단엔 햇살이 들어

꽃들이 피고 지고 마구마구 재롱을 부렸다.

작은 화단인데 생각보다 흙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한주를 보내고...

흙 두 포대와 좀 더 핑크핑크한 꽃화분을

두 개 더 사들여 좀 더 채웠더니 보기 좋았다.



이 겨울에 핑크핑크한 꽃을 심다니...



베트남직원들도 건물 주인장도 놀란 표정이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예쁜 꽃을 감상하라고

내 마음을 슬며시 전해보려는 의도였는데

땀 흘린 보람이 있었다.


가짜나무로 꾸민 트리도 아름답지만

살아있는 꽃과 흙으로 꾸민 봄 같은

크리스마스를 핑크핑크하게 보내려 한다.

힘들다고 주저앉기보다는 꽃이 주는 힘을

믿는다. 꽃처럼 일도 환하게 피어나길...


문을 열고 나오면 핑크핑크한 꽃들이

날 보고 활짝 피어나 인사하는 듯 반긴다.

꽃들 옆에서 시들 거리며 죽어가던

나무들까지 싱그럽게 새순을 내고 있다.

이 겨울에 핑크핑크한 꽃을 심는 여자

겨울을 봄처럼 보내고픈 마음이 계절을

앞서가고 있다.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는 진심이 통했을까?

멈추었던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다.

춥다고 움츠려 들지 말고

꽃 심어 두고 죽을까 아까워하지 말고

새 흙을 부어 꽃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게 해준다면 분명 잘 필 거다.


모두가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가끔 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고 즐겁다.

베트남이니까 ~~

이 겨울에 꽃을 심은 거다.

가을 같은 봄날씨다. 꽃망울이 피고 지고

작은 꽃 한 송이가 희망이 되어 피어나길...


쓰레기장으로 추락했던 화단을

꽃으로 변신시켰더니 마음이 환해졌다.

2주가 지났다. 더 이상 꽃밭에 쓰레기는

쌓이지 않았고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이 핑크핑크한 꽃밭이 되길 바란다.


202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