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아버지의 소울푸드
"엄마~~ 아버지~~"
언제 불러도 정겹고 사랑스러운 단어다.
내 고향은 말은 느려도 몸이 빠른 충청도이다.
제2의 고향은 서울이었다.(30년 즈음~)
지금은 타국에서 살아남기 하는 중이다.
가을 단풍이 오색 찬란했던 11월~
하노이에서 한국 충청도까지 긴 여정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갔다.
존재감을 뿜뿜 날리며 말이다.
부모님을 만나면 귀염둥이 딸로 변신한다.
이 나이에~~(50대 후반)
해외살이 중인 딸은 어느새 9년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그리움을 삼켰다.
힘들어도 티 내지 말고 밝게 살아가라~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속에 담아 잊지 않았다.
좋은 일 기쁜 일에는 겸손하게 대처하라~
늘 삶이 철학이신 아버지 엄마시다.
간장게장의 짠맛이 그리웠고...
고향산천의 추억과 보고픔에 굶주렸다.
보고 싶은 가족과 지인들을 떠나
타국땅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힘은
바로 내 아버지, 엄마의 기다림이다.
2025년 11월 22일
하노이로 돌아가기 전 엄마의 생신을
미리 챙겨 드리고 싶었다. 큰 동생이 내려왔다.
아버지 엄마를 모시고 왕산포 박속 낙지탕을
먹으러 이동 중 웃음소리가 차 안에 가득하다.
어디로? 왕산포?
박속 낙지탕과 낙지볶음 을 시켰다.
박의 시원한 맛과 낙지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충청도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80대 아버지 엄마의 소울푸드다.
커다란 냄비에 육수가 팔팔 끓는 동안
사진도 찍고 오래간만에 아버지의 미소도
엄마의 모습도 즐거워 보였다.
덩달아 기분이 전염되어 즐거웠다.
큰 동생과 아버지는 말수가 없이 조용한 편
음~~ 주인장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뜨거운 육수에 풍덩풍덩 빠트렸다.
애드리브의 여인 엄마와 나는 호들갑을 떤다.
어떡해? 어쩌냐? 어머낫? 하면서...
몸보신에 좋은 박속 낙지탕을 드디어 내 안에
들이고 국물까지 쓰읍 ~싹싹 순삭 했더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났다.
역시나 아버지의 선택이 탁월했다.
고향이 주는 선물 같은 맛!!
매콤 달콤 낙지볶음도 뒤따라 내 입속으로
퐁당 들어와 신나게 춤을 추고 내려갔다.
거기 뭐 하러 또가? 하시더니 엄마도 잘 드신다.
바람쏘이기도 딱이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80대 아버지 엄마의 건강 비결은?
뭐든 맛있게 드시고 대충 뭐~ 그까이꺼
충청도스럽게 느리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
괜찮아유~~뭐 그럴 수도 있쥬~~
냅둬유~~웃어 넘기며 사는 헐렁함이었다.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왕산포 횟집 식당 앞
살짝 추위진 날씨에 덜덜 떠는 하노이댁은
여름나라에서 온탓에 추위를 더 느끼며
사진을 찍었다. 추억은 사진 1장에 담긴다.
멋쟁이 울 아버지, 귀여운 울 엄마
수다쟁이 하노이 마담 작은딸 아이리스
사진사 놀이를 즐기며 말없이 웃는 남동생
사진 안 찍겠다고 쫑쫑 도망간 올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소식을 씁니다
박속 낙지탕과 낙지볶음으로 속을 채우고
부모님의 사랑 한 바가지로 마음을 채우니
추운 겨울 거뜬하게 잘 버티어 내고
새봄 충전이 필요할 때 또 떠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