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취미생활

누가 말려??

by 아이리스 H

쉿!! 비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오기 8시간 전

4월의 끝날, 오후 2시~6시까지

난 두 남자와 함께 있었다.

...............?

............... 어디에서?


트렁크에 짐을 빛의 속도로 부지런히 챙겨두고, 새치염색도 하고, 격전의 골프 승부수를 치르러 스크린에 갔다.ㅎㅎ 격리하는 2주 동안 그리고, 이런저런 한국에서 볼일이 산더미 그러다 보면 골프 치기 힘들 것 같으니 좋아하는 골프나 실컷 원 없이 치고 가는 게 답이라 생각했다.


늦게 배운 골프바람이 무섭다는데 내가 그렇다. 사실 이틀 전 필드에도 8명의 언니들이랑 다녀온지라 그리 아쉽지는 않았지만 맞짱은 역시 남편과 뜨는 게 재미있고 스릴 있고 제맛이 아니던가?

골프 사랑 누가 말려??


밤 11시 비행기라 조금 여유 있다. 그런데, 엄청 친한 남편 후배가 나타났다. " 형수님 , 당분간 얼굴 못 보니까 오늘 한 게임해야죠?" 만만치 않은 게스트다. 야구선수 출신이라 일단 거리가 짱짱하다. 드라이버 거리가 보통 남자들이 200~250야드라면 게스트 봉 씨는 300야드다.


그러니 상대가 될 리가 없으며 남편도 후들후들 떠는 후배의 등장으로... 오늘은 진짜 흥미진진한 게임이 예상된다. 사실, 남편보다 게스트봉은 공이 좌우로 OB지역으로 가거나.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샷이 많았지만 어느새 남편의 실력을 폴짝 뛰어 넘었다.


여하튼, 오늘은 게스트 봉 씨, 곰돌이 김 씨, 빅버드 윤(나의 이름의 중간자가 윤이다.ㅎㅎ)셋이서 승부 내기 스크린 골프시합을 하기로 했다. 버디(10만 동:한화 5천 원) 내기다. 무조건 콜이다. 혹시 아시나요? 사랑해요 밀키스 음료수를?? 난 두 남자에게 요걸 서비스로 사들고 입장했다.


와우~연습 스윙하는데 벌써부터 장난이 아니다. 드라이버 채에서 휭휭 바람소리가 난다. 무시무시하다. 남편도 나도 살짝 긴장했다. 게스트봉씨의 자신만만함에... 오메! 기죽었다.


워낙 친분이 있고 서로를 잘 아는 터라 편하고 사이가 좋다. 타국에서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며 집으로 초대해서 밥도 함께 먹을 정도로 동생 같고 그렇다. 게스트봉씨는 밝은 인상이며 유머가 있고, 몸매는 통통한 편이고


남편과 같은 계통의 일을 하니 서로 힘들 때 잘 돕는 편이다. 나에게 마카롱을 색색별로 담아 선물해 주는 유일한 남자다. ㅎㅎ 남편은 살찐다고, 건강에 안 좋다고, 이 맛난 마카롱을 잘 안 사준다.



난 야간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두 남자는 나를 이기려고 벼루고 있다. 하지만 나도 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크게 쉼 호흡을 내쉬고 밀키스를 한 모금 마시며 숨 고르기를 한다.나이스샷을 위해~


난 정말 골프가 좋다. 밥을 먹다가도, 티브이를 보다가도, 몸살이 와서 몸이 찌뿌둥하다가도, 남편이 "골프 한 게임 칠까?" 묻기만 해도 몸이 반응한다. 벌떡!! ㅎㅎ한국 오는 날인데... 골프스크린에 갈 정도


초보 빅버드 윤 선수의 골프스크린 점수를 공개한다. 다른 때 보다 긴장한 탓일까? 게스트의 등장으로 신경 쓴 탓일까? 잘 쳐진다. 첫 홀의 멀리건 샷으로 시작되었지만 전체적인 성적이 좋은 편이다.

3번 선수가 빅버드 윤 나의 성적표

일단, 빨간 동그라미가 버디이다.

즉, 9홀 지나 게스트봉씨가 버디를 두 개나 잡았다.

한화 2만 원(남편 만원, 나 만원)을 벌었다.

곰돌이 남편도 버디 한 개(봉씨5천원, 나 5천 원)

한화 만원을 벌었다.


난 성적이 2등이고 버디를 잡지 못했고 게스트봉씨에게 남편에게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토털 점수를 보면 나는 87개를 쳤고 파가 9개다. 숫자가 적을수록 잘 친 거다. 게스트봉씨는 스크린보다 필드 샷이 엄청 좋다. 형수님 한국 간다고 일부러 져준 것 같다.


골프채를 바꾸고 5개월이 지나니 나는 조금씩 적응이 되더니 거리가 정교해졌다. 여전히 미스샷이 나지만 실수가 줄어들었다. 3홀까지 내가 1등을 하고 있었다.


두 남자의 얼굴색이 울그락 불그락 하더니 역시나 구력의 힘은 초보를 놀라게 따라잡았고 버디까지 해서 돈을 따갔다. 괜찮다. 벳 남동 없어도 된다. 난 오늘 밤 한국 가니까..ㅎㅎ 오늘도 곰돌이 남편에게 졌다. 끝까지 집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그래도 잘했다. 쓰담쓰담~


엎치락뒤치락 이겼다 졌다를 반복하며 웃는다. 그리고 나도 2년 차 골퍼에서 3년 차 골퍼로 진입을 하고 있다. 곰돌이 남편과 게스트봉씨와 즐거운 라운딩을 했다. 버디로 나간 돈은 짜장면과 볶은밥으로 계산을 하였다. 셋이서 웃고 즐기느라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골프는 뒤늦게 나의 잠자던 운동신경을 깨워주었고, 삶을 다르게 보는 시야를 만들어주었으며, 문과적인 성향이 강했던 나를 숫자와 친해지게 했으며, 미지근한 삶의 순간을 열정적으로 바꿔주었고, 까다로운 골프 치기 비법을 터득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거부감보다는 익숙함으로 배우고 또 실수하고 다시 치고 잘 쳐지는 날엔 기분도 마음도 덩달아 업! 되는 현상들이 있다. 이런 탓에 나는 비행기에서 아마도 코를 골지는 않았을까? 거리두기가 있어서 들키지 않았지만 분명 코를 골았을 것이다.


창피함도 부끄러움도 조금은 거리가 멀어진 나이다 ㅎㅎ'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게스트봉씨를 이겼다. 거리 욕심을 내다가 오비를 내고 실수를 엄청 했다.... 하지만 하하하 웃으며 괜찮다며 게임비를 낸다.


열정엔 나이가 없다. "나는 못해! 내가 뭘 하겠냐? 이 나이에.." 했던 나는 변했고, 도전했고, 새로움을 알게 되면서 삶이 행복해졌다. 지루한 일상 속에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즐거움을 찾아간다면 분명 잠자던 세포들이 깨어나는 기적처럼 어느 순간 기쁨의 순간도 희열도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에 오니 남편의 잔소리 골프코치가 그립다. 골프 때문에 남편이 보고 싶다. 너무했나??ㅎㅎ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지 한 달 하고도 20일째다. 격리 2주 하고 이사며, 여행,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1대 1 만남으로 골프는 손도 못 댔다. 한 동안 한국에 머물기로 했으니 골프채와 가방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로 사람은 오고 갈 수 없지만 골프채는 한국으로 공수가 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골프채도 2주 격리해야 하나?? ㅎㅎ 웃어본다. 땀내는 운동 싫어하는 1인이 변했다. 18홀까지 잔디를 누비며 골프사랑에 빠졌다.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은밀한 취미생활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