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야? 카페야?

'경' 트리오의 만남

by 아이리스 H

"선생님, 어디세요?"

" 한국 오신 거 맞죠?"

"통화 가능하신가요?"

다짜고짜 톡으로 전화로 소식을 전해왔다.


바쁜 척할 틈도 없이 통화가 시작되었다. 2년 넘게 묵혀둔 이야기가 끝이 없다. 그리고 희소식도... 정확하게 1시간 27분 통화 후 우리는 급 만남을 결정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난 보고 싶은 마음에 한걸음에 서울로 달려갔다. 급한일도 없는데 KTX를 타고 서울로 그리고 00역으로 얼마만이던가?? 아이리스 이름을 붙여준 영어 선생님도 함께 보기로 했다.


오래전, 문화센터 간사님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지금까지 인맥을 유지하며 잘 지내는 사이다. 지금은 쉬고 계시며 이번 주말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족저근막염'으로 발이 아파서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게 된 것인데... 오래간만에 문화센터 3인방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문화센터에 컴퓨터를 배우러 갔다가 나는 그곳에서 어르신들 시와 글쓰기를 수업했었다. 수강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10명쯤 되는 분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나누며 난 가끔 본인의 글을 읽고 우시는 분들과 울먹이며 써 온 글을 끝까지 못 읽고 계셨던 분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어 가는 중이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의 이야기, 시를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삶의 순간들을 빼곡하게 기억하시는 분까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첨삭하여 작은 책자를 엮어 편집하기도 했었다. 부족함 많은 선생님이었지만 훗날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도 책을 내신 분도 개인적으로 있어 흐뭇하였다.


영어 선생님의 근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과외와 좋아하던 '시조창 수업'을 유튜브로 열어두고 유튜버가 되어 있었고, 아들도 딸도 직장 생활을 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모두 비슷한 나이와 갱년기를 겪고 있기에 마음이 잘 통하고 서로의 근황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 주었다.



점심메뉴는 생선구이집에서 하하호호 만남을 가졌다. 병원 치료를 받고 온터라 커피는 집에 가서 마시기로 했다. 이사를 한 지 1년 반이 되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오잉~ 집이야? 카페야? 너무너무 예쁘게 꾸며놓은 카페 같은 집이다.


이방, 저 방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며 활짝 웃으신다. 그 공간에서 독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운동도 하신다고 하신다. 넓은 거실엔 편안하고 커다란 소파가 중심을 잡았고, 베란다를 터서 카페처럼 꾸며 놓았다.


카페에 있을법한 두께감 있는 원목 긴 테이블이 운치를 잡고 있고, 좋아하는 꽃과 몬스테라, 야자수, 스킨답서스, 아이비, 스투키, 개운죽, 선인장 종류와 다육이들이 꼬물꼬물 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늘따라 새파란 하늘과 조각구름 탁 트인 시야에 멀리 보이는 산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게다가 이곳저곳 눈길 닿는 곳마다 센스만점으로 고른 가전제품과 커피 머쉰까지 이곳은 분명 카페인듯한 착각에서 빠져나오려는데...


분명 우리는 생선구이로 밥을 다 비우고 왔건만 주인장은 예쁜 접시와 머그잔에 샐러드와 캡슐 커피를 내온다. 음음... 커피 향과 분위기에 취했다.

KakaoTalk_20210617_213046673.jpg


분명 발이 아팠다는데... 안 아프다며 애써 손님 접대를 힘들어하지 않는다. 늘 상냥하고 밝은 미소를 가진 간사 선생님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었다. 후한 대접에 감동받았다.


이런 여유를... 왕 수다의 기승전결은 없다. 이 말, 저말 튀어나와도 그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 잠시 후, 와플까지 나왔다. 이제 뱃속은 노노 외치고 입도 쉴 틈 없이 일을 하였으니 들어가긴 잘도 들어간다.ㅎㅎ 홈 카페의 편안함이란?? 이런 거다.

KakaoTalk_20210617_212908777.jpg


살아온 이야기를 하루에 어찌 다 풀어낼까?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한동안 집 카페에서 여유로운 수다를 떨었다. 그리움도 잠시 하늘에서 머물다 가는 구름처럼 흩어졌다.


멀리서 달려와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두 분의 선생님 덕분에 난 오늘도 행복하고 멋진 하루를 보내고 있음에 감사했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변해있는 우리였지만 함께했던 기억들이 추억이 되었고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의 이야기는 저 하늘에 공중분해되어 날아갔다.

KakaoTalk_20210617_213032399.jpg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잘 살고 계신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서로서로의 안부와 인사로 미로 찾기 같은 인생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참~ 좋다. 알고 보니 우리는 이름의 끝자가 다 '경'으로 끝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ㅎㅎ 그래서 '경'트리오다.


행복한 웃음과 만남 그리고 잔치국수가 맛있다는 그 집을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헤어졌다. 이번 주말 시어머니가 될 간사 선생님의 아들과 며느리를 축복하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맛난 음식을 대접해 주니 흐뭇했다. 돌아오는 길 카페처럼 예쁜 집이 계속 떠올랐다.


'경'카페는 연중무휴 열려 있다며 언제든 또 놀러 오라며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었다.문화센터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 그때는 그랬었지... 그때가 행복했던 때였노라 말한 것처럼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예쁜 카페처럼 꾸민 집에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KakaoTalk_20210618_135316943.jpg

아프기 없기!! 건강하고 씩씩하게 갱년기도 잘 이겨내기로 약속했다. 가끔은 번거롭고 귀찮은 손님 접대를 즐거움으로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행복을 담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미소를 짓는다.


차 한잔의 여유와 달달한 빵 한 조각의 힘은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