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해피바이러스다.

애월 전분공장 cafe & pub

by 아이리스 H

제주도에서 셋째 날

추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다.

ㅎㅎ 사진을보니 또 가고 싶당

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던 길 우리 눈에 들어온 예쁜 카페를 포착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까이 가까이 가보니 통유리 안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또래 여인들을 발견했다.


음~이곳은?? 남자는 없다. 신부들만 가득 있다. 신부 미용실? 땡! 드레스 대여? 땡! 그럼 뭐하는 곳일까? 궁금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하~ 웨딩드레스를 입고 셀프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다. 차와 음료수 값은 별도 지급이다. 5천 원~2만 원까지 웨딩드레스를 골라 입고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다.


뱃살도 옆구리 살도 원래 내 것이 아니었고... 부정을 해본다.

잠시 친구 되어 데리고 다니는 중인데 아뿔싸 웨딩드레스라니... 오드리 헵번도 아니고 ㅠㅠ 난감하다.

자가격리 후 늘어난 몸무게로 ㅋ 웨딩드레스를 입자고? 나에게는 이제 과감한 선택의 귀로에서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통통한 아줌마가 사진을 찍고 있음을 목격 후 나의 선택은 빨라졌다.


우리는 2만 원의 선택을 볍게 누리기로 했다.넷이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한껏 새신부가 되어보았다. 그리고 남편들에게 인증숏을 날렸다. 그리고 남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부천댁 남편의 반응은?

오 홀 ~예쁘네~

하노이댁 옆지기는?

ㅋㅋ 뭐여 혼자 결혼식 해?

제주댁 신랑은?

나는? 왜 안 불렀어?

인천댁 짝꿍은?

별짓 다하네 실컷 즐기고 와~


우리는 사진을 찍느라 허리를 졸라맸고 10센티 정도의 높은 하이힐을 신고 웨딩드레스를 오래간만에 입고 새신부 놀이를 즐겼다. 나름 서로 이쁘다! 곱다! 시집 한번 더 가도 되겠다며... 어색한 포즈를 취한다. 웃음이 난다. 하하 호호 남편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제주도에서 요렇게 놀았다.


너무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체험이지만 2시간쯤의 강행군으로 발가락도 발등도 너무 아팠다는...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아휴!! 살았다!!"이런 짓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 땀만 쏙 빼고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이켰다. 서로를 보며 하하하 호호호 또 웃었다. 가는 곳마다 해피바이러스로 코로나가 꼼짝도 못 했다.

웨딩드레스 사진은 너무 예뻐서 올리지 않을 거다.ㅎㅎ(믿거나 말거나)

꽃처럼 예뻤다 ㅎㅎ 웨딩드레스 샷




그곳을 겨우 빠져나왔다. 신혼여행지였던 곳 제주에서 무슨 일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니 마음이 뭉클했다. 새록새록 옛 생각도 나는데 피곤이 몰려와 스르르 잠시 졸았다. 어느새 긴 세월이 이렇게 흘러간 걸까?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 하나 추가!!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지인이 지어놓은 펜션 구경을 하러 가는 길이다. 배꼽시계는 어느새 2시를 넘어가니 요란하다. 우리는 어제 남은 뻥튀기로 잠시 속을 채우며 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달렸다.


복층구조로 너무 예쁜 창틀과 주인장의 센스와 안목이 뛰어나 감탄을 자아냈다! 코로나 여파로 힘든 시기 제주살이를 접고 서울로 돌아가려다가 동쪽으로 옮겨 두 채의 펜션을 짓고 여행객을 받고 있다는데 우리는 예약 순위에서 밀렸다. 아쉽지만 눈요기만 하는 것으로 호텔보다 아기자기하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작은 정원도 있고, 가지며, 고추 텃밭도 있고, 쪽창도 너무 이뻤다. 멋진 소품들과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하늘의 별을 보며 잘 수 있도록 천정에 창이 있었다. 다락방 같은 분위기까지 편백 나무의 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누구나 꿈꾸는 펜션 눈이 호강했다.


지인도 우리를 기다리느라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금능 주변 맛집으로 갔다. 해장국과 콩국수가 주메뉴란다. 진한 콩국물에 반했다. 콩국수 한 젓가락 3시가 다 되어간다. 첫 한 끼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싹 비웠더니 내 배가 불룩 차올랐다.


해수욕장 근처 바닷가 금능에서 잠시

멍 물( 때리기 바닷 보며)넷이서 나란히 바다를 보며 앉았다. 무념무상! 아무 생각도 없이 몇 분쯤 멍 물을 즐겼다. 그래도 즐겁다.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알고, 바람도 알 것이다. 우리가 어찌 살았는지? 어찌 이곳까지 와 있는지? 지금의 행복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알기에 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하하 호호 ~바다 구경은 대충하고 예쁜 카페로 고고씽~~ 달달한 빵과 녹차 케이크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애월 '전분공장 '을 레트로 감성 카페로 개조한 곳이란다. 달달한 빵과 케이크 라테 한잔 하늘이 너무 이쁘다.


3일 내내 축복받은 날씨 속에서 한바탕 제주를 들었다 놨다 한 여인들 분수대로 가서 4장만 찍자던 사진은...

한 사람에 4장 이상이 되었고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최소 30장의 사진을 찍으며 다녔다. 끼니를 굶어도 사진은 남겼다. ㅎㅎ


피곤함에 견과류와 비타민을 챙겨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일식집에서 모둠초밥을 포장해 왔다. 그제야 숙소에서 저녁 한 끼를 때운다. 가락국수 대신 참깨 컵라면과 육개장 컵라면 그리고 참외, 사과, 어울리지 않는 궁합인데도 우리에겐 마법의 주문을 건 음식처럼 맛있었다.


우린 먹는 것보다 하늘과 바다와 바람 그리고 꽃들에게 시선을 뺏기는 50대 녀감성을 가진 여고 동창생이다. 안 먹는 건 아니고, 제때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중년의 소식가들이다. 그저 함께 있으니 웃음 보자기가 커져 한 끼보다 더 배부른 하루하루를 보냈다. 배꼽을 찾아 각자 일상 복귀를 해야 한다. 배꼽 잡으며 웃어본 게 얼마 만이던가? 눈 마주치면 웃게 되는 마법의 웃음보 삐요비요!! 큰일이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내일일은 내일 걱정해도 안 늦는다 ㅎㅎ비가 올 확률보다

비를 잠시 멈추게 하는 햇살 마녀들이 둘이나 있으니 아무 걱정 없다.

2021년 6월 제주도 애월 전분공장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