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Die art?

by 아이리스 H

"언니, 나 다이어트하려고 해, 탄수화물 끊고 12시간 공복 유지하고, 야채식으로다"


"뭐라고?? 큰일 나, 이더 위에 그리고 아직 너 괜찮아~ 보이던데..."


"한국 왔더니 입맛이 살아나서 뭐든 다 맛있네ㅎㅎ 그래서 열심히 먹었더니... 안 되겠어ㅠㅠ"


"힘들 텐데... 쯧쯧 그래 해봐"


그 후,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였다. 오전 중 공복을 유지하다가 아침 겸 브런치를 먹거나 12시 점심을 먹었다. 한 끼 그리고 오후 6시경 저녁으로 다시 간단한 샐러드식을 두 끼로 먹었다. 3일째, 정말로 배가 홀쭉 해졌다. 진짜로 다이어트가 되는 듯... 했다.

KakaoTalk_20210703_000004698.jpg 나의 다이어트식.

과일과 야채, 그리고 킹크랩, 오이, 파인애플 , 사과, 두부, 방울토마토, 단호박... 이렇게 먹었는데 뭐가 문제일까? 그러나 7일 만에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다. 백기 들었다. 인내력 부족 , 정신력 부족에 머리카락이 다량 빠지고 어질어질 현기증이 났다. 천정이 빙빙 돌았다. 에휴~~ 그러다 누웠다.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려 했으나 배는 홀쭉 한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아진듯했다. 게다가 난 갱년기 소녀인데... 잠도 오지 않아서 비몽사몽 한 상태로 돌아다녔다. 먹고 싶은걸 참는 게 너무 힘들었다.


2년 동안 타국살이를 하느라 먹고 싶은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한국에서 다이어트라니... 내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나마 보상받으려 했다. 그러나 자가격리가 풀리면서 나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행복하게 먹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출렁이는 뱃살이 보였다.


그래서 급 다이어트를 마음먹었다. 식은땀이 났다. 신경질도 나고 짜증도 났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점점 얇아지는 옷으로 몸매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영양실조 상태가 되었나 보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골프 연습도 해야 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고 집안일도 많은데... 날씬하고 예술적인 몸매를... 가지려다 더위에 풀떼기만 먹고 난 기운 없어 쓰러졌다.


"엄마, 욕실에 머리카락이 천지예요. 하수도 막힐 지경인데... 엄마 건강은 괜찮은 건가요?"아들이 말했다.


"그러게, 급격하게 다이어트했더니 이런 일이..."


" 엄마, 그 정도면 봐줄 만 한데... 뭔 다이어트?? 미스코리아 나갈 것도 아니고... 그러다 다이(die) 요"


"잘 드시고, 운동하시고, 건강 챙겨야죠~ 비키니 입을 건가요? ㅎㅎㅎ "


"아들아, 엄마도 날씬날씬 해지고 싶다고..."


글자도 숫자도 흐릿흐릿 겹쳐 보이고 뭔가 균형을 잃어가는 내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다이어트 계속해야 하나요? 패스! 패스다.




"애들아, 체육복으로 갈아입어~ 오늘 몸무게, 키, 시력, 청력, 체력 테스트 있대"


고등학교 2학년 교실 속으로 뿅~ 공간이동을 해본다. 자줏빛 운동복에 흰색 줄무늬 라인이 들어간 바지와 자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상의 체육복을 갈아입었다.


"너 또 전교 1등 하는 거? 아니냐?" 친구가 콧웃음을 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게... 어쩌지?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공부 1등이 아니다. 전교에서 몸무게 가장 조금 나가는 여학생 1등 이란 소리다.


"내가 좋은 아이디어 줄까?" 친구가 날 유혹한다.


" 뭔데?..."


"운동복 상의 쪽에 교과서 몇 권을 집어넣고 몸무게 잴 때 올라가는 거야 어때??"


" 그럴까?? 좋아 해보자." 피노키오처럼 말랐던 나는 친구의 제안에 솔깃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엉거주춤한 내 모습을 보고는 선생님께서


" 너, 어디 아프니? 왜 그렇게 몸이 구부정한 거야??"


"아니에요"


" 뭐가 아니야, 이리 와봐 허리 쫙 펴고... "


두 손으로 움켜쥐었던 세 권의 책을 붙잡고 서있느라 내 모습은 분명 이상했으리라 그러자 선생님의 한마디


" 두 팔을 벌려봐" 하시는 게 아닌가? " 두근두근...


'헐~~ 난감하다' 주춤주춤 그냥 몸무게만 재면 되는데... 어쩌라는 건지??


그때였다. 내 뒤에 서 있던 친구가 내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나는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운동복 속에 숨겼던 세 권의 책을 와르르 쏟아냈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교실 그리고 한바탕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남았다.


난 교무실로 불려 갔다. 급기야... 속이려 했던 몸무게보다 두배 세배 혼이 났고 전교 1등 가벼운 몸무게를 유지 했었다. '아~~~ 옛날이여~~~~' 다시 돌아가긴 싫다.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난 학교 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우산을 들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일은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우산을 들 수 없을 만큼 약해서 은색 펄 우비를 입고 우주소녀로 변신했었다. 그리고 급기야 내 몸은 바람에 날려 학교 벽에 얼굴을 쓸려 상처를 내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전봇대를 붙들고 있느라 바람이 거칠게 부는 날엔 지각을 했다는... 그렇게 소녀는 가냘펐다는

믿지 못할 학창 시절 속 나는 추억 속에 남아있고 지금의 나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40~45킬로를 유지하던 난 결혼 전까지 그랬다. 그러나 임신 중 나는 드디어 20킬로 이상 58킬로에서 60킬로의 몸무게를 갖게 되는 쾌거를 맞이 했다. 아뿔싸~~ 그러나 첫아기를 낳고 3개월 지나자. 첫 육아가 힘든 탓인지? 모유수유 덕분인지? 몸무게는 정상으로 돌아갔다. 아쉬웠다. 살이 찌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2년 후, 또 한 번의 임신과 출산 후 살짝 통통해진 몸상태로 50킬로를 넘기며 아줌마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를 하게 되었고 60킬로를 찍으며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아줌마가 되어갔다. 친구들은 놀라워한다.


절대 살찌지 않을 것 같았던 나를 못 알아보는 친구까지 있었으니 나의 변화는 55 사이즈에서 66, 77 사이즈를 넘나들었지만 그리 보기 흉한 정도는 아니었건만 건강상 그리고 미관상 살을 조금 빼는 쪽을 택했다. 쏟아지는 다이어트 정보들은 운동요법, 식이요법, 자세교정 등등... 넘쳐났다.


하여튼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다.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다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를 추구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명품 몸매를 갖기 위해 애쓴다. 운동을 하여 복근을 만들고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감을 얻고 때로는 부러움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름, 하늘하늘한 원피스도 입고 싶고, 예쁜 골프웨어도 입고 라운딩을 하고 싶었는데... 다이어트는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고, 잘 먹고 건강한 여름 나기를 하기로 했다.


글을 쓰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건강한 몸에서 뿜는 에너지와 정신적 허기를 달래 주려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다. 하마터면 다이어트가 다이(Die) 아트 될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의 급 다이어트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해치지는 않았을까?? 갱년기 아줌마는 다이어트 욕구를 채우려다 행복에서 멀어질뻔한 이야기를 지금 쓸 수 있어 감사하다. 누가 뭐래도 인간은 풀떼기만 먹고사는 염소가 아니므로 건강을 위해 골고루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


갱년기 친구가 찾아왔다. 오래간만에 꽃살? 에 구수한 된장찌개로 몸보신을 하고 호숫가에 가서 차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역시 수다는 동갑내기 친구가 최고다!!

KakaoTalk_20210703_000655680.jpg 아산 신정호 부근 반갑소에서


허기진 마음을 치유하는 처방전은 자신의 몸에 맞는 다이어트와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거였다.

다이어트가 다이아트가 되지 않기를... 더운 여름, 장마가 오기 전 우울해지려는 마음에 영양보충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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