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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날도 있구나!
겨울생일~
by
아이리스 H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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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은?
찐 겨울이 되어야
~
눈이 펑펑 내려야
.
..
얼음이 꽁꽁 얼어야
~
겨울방학이 정점을 찍어야
.
..
윗니 아랫니가 덜덜 떨려야
~
털 목도리를 칭칭 감아야
.
..
두툼한 장갑에 부츠를
신어야
~
부츠 속에
양말을 두 개쯤
신어야...
오도 가도 못하고 집콕 또는
방콕 해야?
비로소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날이다
.
하늘에서 펑펑 축하의 눈가루를 뿌려주고
길은 온통 하얀 눈밭이 되어야
생일이었다.
생일파티는 엄두도 못 냈던 학창 시절
꽃피는 봄날에
태어난 친구들 생일이
.
..
아니
여름? 가을로
이어진 생일파티는
12월의 끝쯤
멈춰버렸다. 방학이다.
(음력생일이라 ~생일이 없었던 적도)
생일을 바꿀 수도 없고...
12월
베트남 하노이
눈이 안 오는 여름나라에서
겨울
생일을
50대 중반이 지나서야 생일다운 생일을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랑 중이다.
내 생일케이크는 분홍 벚꽃이
활짝
피어나
금방이라도 봄맞이를 할 듯 한
자태를 뽐내며 집으로 배달되었다.
오 마이 갓! 딸 같은! 아들의 센스
~
~
2024년 12월 끝 벚꽃케이크
인생의 봄날은 케이크를 받은 날이다.
"뭐하셩 ? 생일인데 우리
밥 먹자!"
하노이에서
만난
친구는 날 불러냈다.
맛난 LA 갈비로
생일상을
거하게 챙겨준다.
슈플레에 하트 라테까지 풀코스로
지갑을 열었다.
역시
먹는 것에 행복도
우정도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속을 채웠다.
하노이에 처음 왔을 때
(8년 전~)
아파트 위층 아래층에 살며 비상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며 우정을 쌓았다.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내다 지금은 내가
이사를 했고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다.
생일 하루 전날
자상한 남편은 쇠고기 미역국을
밤새 팔팔 끓여 두었고 다음날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있는 미역국이 선물이란다.
바쁘게 살며 받았던 통 큰 생일선물 보다
훨씬 감동적인 미역국이었다.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
통 털어
생일파티를
몇 번이나
했을까?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눈치 없이 새치가 많아진 나이에
춥지 않고,
눈도 안 오고, 방학도 없고, 애들이 어른이 된
지금 에서야 생일상을 기쁨으로 받는다.
따스한 겨울 속 내 생일이
빛이 난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우아하게 호텔뷔페로
과하게
생일을...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축복임을 알았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일이
그렇게
여러 번 축하를 받으며 지나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인터콘티넨탈호텔 부페
얼음처럼 차갑고 추웠던
내
생일은
뜨겁고 따스한 햇살에 녹아내렸다.
한층 성숙하고 어른이 되었으며
세상에
눈을 뜨는 나이가 되어서야
생일이 좋다.
민첩함이 떨어진 느림의 미학도
있다
.
칼로 자른듯한 날카로운 시선보다
제멋대로 빚어낸 수제쿠키처럼
울퉁불퉁
삐뚤빼뚤 살아가는
삶을 즐긴다.
빨리빨리 재촉하기보다
천천히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도 생겼다.
생일을 지나고 새해를 맞이했으나
여전히 보통날 보통사람으로 살고 있다.
촛불 밝혀 축하해 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말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생일을 마음껏 축하해 주며 살련다.
하얀 세상에서 보냈던 젊은 날의 생일보다
눈 안 오는 여름나라에서 보내고 있는 생일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텨낸 덕분 일게다.
추운 겨울날 낳느라 애쓰신
울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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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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