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야~

재롱잔치?

by 아이리스 H

"앵무새야?

나하고 노래 한번 불러볼래?"


녹음용 앵무새 인형 , 울 엄마(79세) , 울 아버지(84세), 이모할머니(91세)의 재롱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관객은 한 명, 바로 저랍니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 흐흐흐 , 배꼽 빠지게 웃깁니다. 혼자 보기 아까웠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며 이곳은 91세 이모할머니 댁 거실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오후,


꽃을 좋아하시는 이모할머니 댁으로 꽃무늬 블라우스를 사서 아버지와 엄마와 저는 오랜만에 이모할머니 댁에 갔답니다. 100세를 사시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동생입니다. 타국살이를 하느라 2년 전 겨울, 하늘나라 가신 외할머니의 장례를 못 보았기에 정말 20년? 만에 만나는 듯합니다.


총명하신 이모 할머님은 제 이름을 기억하셨지만 서로의 모습은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찾아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어릴 적 방학이면 언니를 따라, 엄마를 따라갔던 곳이지만 지금은 새로 집을 지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툇마루가 있었고... 상냥하고 밝은 이모할머니만 떠오릅니다.




살고 있던 터에 집을 새로 지어 백합과 꽃들을 뺑~~ 둘러 심어 놓으신지 10년쯤 되어 완전 꽃 박람회를 보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고 집을 한 바퀴 돌아 들어왔습니다. 빗방울이 거세서 사진은 몇 장 못 찍었지만 꽃향기까지 황홀경이었답니다. 채송화, 달리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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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보니 노란 백합꽃들이 역 ㄱ자로 풀밭과 어울려 보기 좋았습니다. 아들 여섯, 딸 하나를 두신 이모할머니 댁은 셋째 아들이 이렇게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심어 가꾸어 준다고 하십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정갈하고 깔끔하고 탁 트인 거실도 주방도 넓었습니다.


거실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빵과 과자 등등 과일까지 줄지어 내놓으셨고 급기야 자주색 감자까지 그릴에 굽고 계셨습니다.... 정이 흘러 흘러넘쳤습니다. 그리고 앵무새와의 노래 공연이 시작되었고 시범을 보이시는 이모할머니는 트로트계의 인기곡을 줄지어 쏟아내셨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가야 하는 거??


웃긴데 슬픈 거? 행복한데 눈물 나는 거? 앵무새를 두 손으로 잡은 손이 쭈글쭈글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보여 주었고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백발의 되었지만 이모할머니는 삶의 끈을 잡고 꿋꿋하게 잘 살고 계십니다. 긴긴 세월. 어쩌다 말로 할 수 있을 까요? 50여 곡을 외워 부를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시고 꽃을 좋아하십니다. 오늘은 한 곡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
여기까지 왔는데... 앞만 보고 왔는데....
(중략)
세월아 가지를 말어라~


어쩌면 이리도 가사가 내 마음에 콕 박히던지요?? (김성환 님의 묻지 마세요)였습니다.

"앵무새야, 노래 참 잘했다"한 소절씩 따라 부르던 앵무새에게도 칭찬을 잊지 않으시며 웃으십니다.


그리고 앵무새를 아버지에게 전달합니다. 울 아버지 "인생아~인생아~~ 로 시작된 개똥철학을 노래 대신 웅변하십니다.ㅎㅎ멋지게 말입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앵무새를 넘겼습니다. 울 엄마도 한 소절 부릅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중략)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ㅎㅎ(오승근 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 그런데, 손뼉을 치며 웃고 있던 나에게 앵무새를 안깁니다. 덥석 받아 들긴 했습니다만... 감자가 구워지는 냄새가 나를 살렸습니다. 멈추기 아까운 공연이었지만 "잠시 쉬어갈게요" 재치 있게 빠져나왔습니다. 뜨끈뜨끈한 감자는 분을 내며 맛있게 익었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냠냠 시식을 했답니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미나리, 상추, 오이,를 한 바구니 담아주십니다. 게다가 햇감자도 한 박스나 주십니다. 이것이 시골 인심이라지만 푸짐한 선물로 트렁크는 가득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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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건강하게 사시는 이모님의 생활 엿보기


1. 동네 한 바퀴 산책을 30분 이상 꼭 하신다.

2.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신다.

3. 농사일을 돕는다.

4. 꽃을 사시사철 심고 가꾸신다.

5. 성경책을 한 장씩 읽으신다.


" 이모 할머님,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길 바라며 행복한 시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앵무새와 친구 되어 노래하는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자꾸만 미소를 짓게 됩니다. 내 어린 시절의 내 나이 또래였을 이모할머니는 긴 세월 살아내며 7남매를 잘 키우시고 여전히 건강하게 노래 부르시며 꽃처럼 활짝 웃으시며 예쁘게 살아가고 계신답니다.


비록 살아있는 앵무새는 아니어도 할머니 곁에서 말벗도 되어드리고 노래도 함께하며 지내고 있는 앵무새가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앵무새야, 잘 부탁해" 이모 할머님의 꽃향기 나는 삶을 본받고 싶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