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따따블플러스~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7시, 비몽사몽 알람을 껐다. 8시 시계 알람이 다시 울렸다. 주섬주섬 또 껐다.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침만 꼴깍 삼키고 다시 두 눈을 감고 잤다. 카톡 울림도 무음 브런치 알림도 무시한 채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모드로 실컷 늦잠을 즐긴 날 그날은 아들이 출근을 안 하고 월차를 내고 쉬었다.
무슨 일?? 아들의 생일 하루 전날이다. 보통 생일날 쉬는데 아들은 생일날은 열심히 일을 하고 싶다며 하루 전날 쉬어가기로 했다며..". 아침에 깨우지 마세요~~" 실컷 늦잠 자는 게 소원이라고 신신당부를 했기에 나도 덕분에 긴 아침잠을 자고 일어났다. 피부가 빛난다. ㅎㅎ이런 날도 있다.
내 나이 스물일곱 되던 해 엄마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큰아들은 어느새 엄마가 되었던 나보다 나이가 많다. ㅎㅎ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노심초사 걱정과 염려와 불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런 날이 지나고 이제 좀 편안해질까? 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생일이 수요일에 걸려있으니 지난 주말 생일 파티라도 할까? 생각하다가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좋을듯하여 현금을 계좌로 보내주고 " 오늘은 꼭 운동화든 구두든 사라" 말해주었는데... 아들은 "오케이" 하고 나가더니 밤 10 시가 다되어 그냥 들어왔다. 며칠 전부터 눈에 거슬린 신발 밑창이 달아서 뒤뚱거리고 운동화도 밑창이 후들후들했기에 부탁을 했었다. 발 아플 텐데... 허리도 안 좋아지는데... 오고 가고 불편할 텐데...
"넌 누굴 닮은 거냐?로 시작된 잔소리는 신발 하나로 번져 저 기억창고 속에서 먼지 털고 나왔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궁색하고 빈곤하게 채워주지 못한 미안함이... 게다가 중학생 이후 아들 생일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엄마여서 난 이제라도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았다.
아들은 쇼핑센터를 빙빙 돌며 신발 하나를 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고 난 속상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싼 운동화를 구입한 아들이 못내 못마땅했다. 구구절절 과거를 들추며 속상함을 말한다. 갱년기 엄마에게 딱 걸려들었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헐~ 이런 날도 있다.
생각해보니 나의 생각에 아들을 가두고 내 마음과 감정을 토로한 것이 아니었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났다. "비싼 것을 왜? 사야 하냐고요? 괜찮다고...""난 사도 된다고? 능력이 되면 사는 거라고?" 우리는 서로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급기야 해외에 있는 남편과의 전화통화 후 휴전을 했다.
첫 월급을 타서 통 크게 내 계좌로 용돈을 보낸 아들은 본인 신발은 저렴한 것으로 구입하고 말았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마음 같아서는 비싸고 좋은 것으로 사주고 싶었는데... 아들이 옳은 건지? 내가 틀린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주말의 아까운 시간들을 감정 소비한 후 우린 어색했었다.
화요일 아침과 점심 사이
"뭐 먹고 싶어?"난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어난 아들에게 묻는다.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냥 시켜먹어요. 순대국밥 어때요?
"음.. 그래 시켜봐"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아들과 엄마는 생일 미역국 대신 순대국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참 쉽다. 오 홀! 이런 날도 있다.
"엄마, 뭐 하고 싶으신가요? 아들이 묻는다.
"글쎄다... 도서관에 책 반납일이라 가야 하고... 특별한 일은 없어"
그럼 저랑 오늘 도서관 함께 갈까요?
오 홀, 웬일? 좋지 진짜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씻고 꽃단장을 한다. 실컷 자고 일어났더니 화장도 잘 받네. 와~ 이런 날도 있다.
우리는 나란히 도서관에 갔다. 얼마만인가?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간 것이 초등학생 때 외에는 처음인 듯 20대 후반의 아들은 180의 키에 훤칠한 성인이 되어 있지만 내 눈에는 어릴 적 아들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난 아이들을 키울 때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자주 데리고 다녔다. 늘 새로운 책들을 일주일에 두세 권씩 읽을 수 있게 했지만 두 아들 모두 도서관 나들이보다는 오고 가며 사주었던 군것질과 달콤한 간식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글밥이 많은 책 보다 만화로 된 책들을 더 좋아했고 억지로 줄글이 많은 책들을 읽으면 용돈을 두둑하게 주었다. 책을 정말 많이 읽었던 큰아들은 학교 시험보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어릴 적 학교 성적은 보통이었다. 중학교 때에는 시험 전날에도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있었다. 여하튼 지금의 아들로 성장한 게 대견할 따름이다.
오늘은 평일이라 도서관도 나름 한가했고 나도 아들도 오래간만에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채웠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나왔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한잔과 아카(아이스 카페라테)한잔을 북카페에서... 그런데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어머나, 이런 날도 있다. 엄청 바쁘다고 했는데 어스름한 저녁 그곳에서 만나다니...
"엄마, 영화 볼까?"
"안돼, 지금 코로나에 델타 변이로 조심해야 해" 난 단호하게 거절했다.
"집에 갈까? 그럼?
"아니, 난 연꽃 구경하러 호수에 가고 싶은데... 좀 더울 것 같지?"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었는데...
"아니야, 가보자" 아들이 변했다. 세상에... 이런 날도 있다. 무슨 일이야?? 마음 변하기 전 지인 찬스로
우리는 셋이서 연꽃밭으로 고고!!
살짝 날씨가 흐리고 덥지는 않았다. 호수를 끼고 한 바퀴 돌면서 토끼풀이 가득한 풀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아 주겠다며 아들은 열심히 땀을 흘린다.ㅎㅎ그리고 하트모양 세잎크로버를 준다. 나는 연꽃밭의 사진들을 찍어대며 신이 났다. 오 홀~~ 너무 예쁘다. 사랑이 세배로 불어났다.ㅎㅎ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다 잠시 귀국한 작은누나와 서울서 공부하느라 애쓴 조카의 든든한 지원자이며 진심 사랑스러운 남동생이 내 글속 지인이다. 조카의 응원자이며 조카의 삼촌이다. 남동생이 대학을 다닐 때 나는 큰아들을 낳았고 함께 우리 집에서 살았기에 특별하게 정이 든 삼촌이다. 조카의 생일임을 알고 여기에 깜짝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셋이서 조촐한 생일맞이 신정호산책을 한 후 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첫 월급과 생일 보너스를 받았으니 아들이 한턱 쏘겠다고 한다.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앗싸, 이런 날도 있다.
공짜라 맛있나?? 책도 보고 산책도 하고 허기질 때쯤이라 국물까지 싹싹 비워냈다. 몸보신 제대로 했다.
노을이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다.
삼촌은 우리를 아산에서 가까운 평택항으로 데려갔다. 넓고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너무 좋았다. 사진도 찍고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오는 길 노을이 점점 더 아름답게 장관을 이루며 지고 있다. ㅎㅎ 멋진 이런 노을 오랜만이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늘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몰랐다.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성인이 되어감에 더없이 뿌듯했다. 제대로 해주지도 못한 것 같은데... 아들은 없는 것을 불평하지 않고 가진 것을 감사하는 착한 심성을 가졌다. 누구 닮은 걸까?? 힘든 상황들을 잘 버티어 냈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띵동 벨이 울렸다. 이 밤에.. 9시 20분 삼촌의 서프라이즈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도착했다. 고맙고 감사하고 ㅎㅎ 이런 따따블 행복을 누린 날도 있다.
아들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행여 높은 장벽일지라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길...
아들과 엄마, 가끔은 트러블도 있지만 ㅎㅎ 오늘처럼 행복한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면 외롭고 힘들었던 날들은 바람처럼 날아갈 거야~ 우리는 과거보다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자꾸나!!
보라보라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감사합니다.오늘7월14일 큰아들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