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해서...

어쩔 수가 없다.

by 아이리스 H

찌어이 ~~

찌어이~~~


허리를 반쯤 숙인 할머니가 주름 가득한

얼굴로 손으로 내 허벅지를 톡톡 두드린다.


노노노

노노노우~


입술을 꾹 다문채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여러 번 흔들며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웬일이야,

당신답지 않게..."


점심 식사 후,

차 한잔 우아하게 마시려 했는데...

카톡으로 일을 지시하고 있던 남편이

나를 흘깃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나답지 않다고? 뭐가?"


나도 이제 마음 약하게 먹지 않을 거야

저런 거 다 안 사줄 거라고~~~


"진짜? 설마..."

"그럼 내가 사줄까? 잔돈 없어서 그런 거야?"


"~~ 아니에요"

"음~~ 이미 안 사기로 노노옵 했어요"


뻥튀기 같이 생긴 과자들을 들고

카페에 들어와 눈치 보며 물건을 파는데

아무도 사지 않는다.


"우리가 안사면 저 할머니 오늘 우짠대?"

"그러긴... 한가? 내가 사주야 하나?"


"저기요 잠시만요 한 개 얼마예요?"

두 개 주세요 했더니 세 개를 안긴다.


"아니에요 ~두 개만 필요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덤으로 주신단다.

하이고~~ 어쩔 수가 없다.


한아름 받아 든 손이 미안해졌다.

마음 약해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오늘도

베트남 할머니의 뻥튀기를 사고 말았다.




남편도 나도 차를 마시며 웃는다.

"잘했어 ~~ 그냥 가면 서운하지..."


잠시 후, 운동화를 닦아주는 수염 긴 할아버지가

오셨다. 아무 말 없이 남편이 운동화를 벗는다.


"뭐야? 당신도..."

"나 여기 오면 가끔 이렇게 해 ~"


"하하하 호호호 우리 둘이 한마음이네

얼굴에 쓰여 있나?

한국사람인게 티 많이 나나?"


난 할머니에게 뻥튀기 과자를 사주고

남편은 할아버지에게 운동화를 맡겼다.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지나치지

못하고 작은 돈들을 내어 주곤 한다.


벳남은 길가나 카페 식당 등등 물건을 파는

아주 어린 아이나 장애자 또는 노인들이 많다.


그들의 사정을 우린 다 알 수 없지만

작은 돈으로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


마음 약해서... 꼭 사지 않아도 될 것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사들고 다닌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만은 부자다.


큰돈도 작은 돈도 마음이 움직여야 쓰는 거

부유하지 않아도 내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 비록 부자는 되지 못했으나

불쌍한 이웃을 위해 마음은 나눌 수 있다.


뻥튀기 한아름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벳남직원들이 또? 하하하 웃는다.

덕분에 뻥튀기를 또 나누어 먹었다.


뻥튀기를 판 할머니도 오늘 저녁은 행복하길...

신발을 닦아주신 어르신도...



구정 설이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 명절 뗏(설날)은 이미 봄날이다.

아파트 로비마다 분홍 빛 매화가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피어나고 있다.



내 키를 넘어 천정에 닿을 똥 말똥 아슬아슬

설맞이는 마음속에 꽃나무 하나씩 들이자

내 마음이 돌처럼 딱딱하지도

강철처럼 차갑지도 않아서 참 다행이다.


카페에서 7살쯤 되는 꼬마가 나타났다.

만동 ~이만 동 이쑤시개와 볼펜, 장난감을

바구니 가득 들고 팔고 있다.

또또 마음이 약해진다.


어렵게 내민 고사리손을 쳐다보기만 하는 어른

마음이 강한 걸까? 굳은 걸까?


난 오늘도 무지개 애벌레를 사주었다.

어른들이 꼬마에게 시킨 걸까? 안쓰럽기만 하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1000원~으로 꼬마가 웃고 있음 되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뗏 (구정 설날)

축뭉 남무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 온 뒤 무지개가 뜨듯이~~

귀여운 꼬마가 건네는 무지개 애벌레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 또 하하하 웃었다.


마음이 말랑말랑 약해졌지만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