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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인지? 팥인지? 모르면?

어때요? 괜찮아요~~^^

by 아이리스 H


"여보 마트에서 팥 좀 사다 주세요"

" 뭐 하려고?"

" 팥죽 해 먹으려고..."

"오호, 그래 벳남 마트에도 팥이 있나?"

" 팥은 이 나라에도 있을 거예요"

"알았어 ~기다려봐~"


한참 후,

마트에서 돌아온 남편의 비닐봉지 에는?

팥이라 우기는 비슷한 콩이 들어 있었다.

"여보, 이건 팥이 아닌 것 같아요..."

"뭐라고? 진짜? 분명 팥이었는데..."



핸드폰을 열어 팥이 맞다고 우긴다.

고개를 저으며 아닌데...

베트남 팥은 이렇게 큰가? 모르겠네

팥인지? 콩인지? 미궁에 빠져든다.


일단 삶아 보기로 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삶고 있는데 영 익는 속도가 더디다.

밥솥에 옮겨 밥 하듯 쪄내기로 했다.

이게 진짜 팥이라고? 의심만 가득하다.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다시 나갔다.

그 사이 밥솥에서 강낭콩은 폭삭 익었다.

"팥인지? 콩인지? 모르면 어때? 몸에

좋은 거 잘 익혀서 먹고살면 되는거지"

나 혼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10분 후, 남편이 마트에서 돌아왔다.

"이건 강낭콩 말린 거고, 이게 팥 이래"

"그렇지, 서울 남자 어쩌면 좋을까요?"

콩과 팥도 구별 못하는 내 남편 이제야

콩과 팥을 확실히 알았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하하하


마른 팥을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을 붓고

중간불로 한참을 끓였다. 티브이 보면서

물이 없어질 정도 다시 물을 붓고 계속 보글

보글 끓여 말캉말캉해진 팥을 누름주걱으로

꾹꾹 눌러 찐 팥죽을 만들었다.


(쌀도 새알심도 없는 수제 통팥이다.)

팥만 있는 팥죽


보이십니까? 아래에 보이는 게 팥



베트남 팥


그나저나 밥솥에 마른 강낭콩은?

어머나! 잘 익었네요 호호 불어 입속에

한 개를 쏙 집어 먹으니 맛이 좋네요

심심풀이 강낭콩 맛이요~~ 호호호

강낭콩은 간식이 되어

입안에서 춤을 추고 넘어갔다.


햇 강낭콩을 한팩 더 사서 비교 했다.

햇콩과 마른 콩은 때깔이 달랐다.

우기고, 따지며 살았던 젊은 날이 지나가고

우리는 오래간만에 팥인지? 콩인지?

구별 못하고, 콩과 팥을 잔뜩 사서

콩팥부자가 되었다.





"여보, 여보~~

애들 좀 봐요~~ 하하하"

햇 강낭콩이 싹이 났어 귀여워~~

햇 강낭콩을 10개 정도 심었답니다.

콩 심은 데 콩이 나겠죠~~

먹으려고 산 강낭콩을 심었다고

타박하더니 싹 난 걸 보고 놀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빨간 모자를 쓴 햇 강낭콩입니다.

팥 절대 아니라고요~아셨죠~


아이리스님이 페트병에 구멍 뚫고,

베보자기를 잘라 깔고,

흙을 채워 우리를 심어 주었죠 어때요?


밤낮으로 돌봐주니 감사표현 해야죠

요렇게~~~~

봄은 역시 새싹, 새순의 계절입니다.

"어머나, 우리를 보는 저 눈빛"

"어쩜 좋아~~"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룰루 랄라




강낭콩입니다.


빨간 모자쓴 강낭콩 너무 귀엽죠?
베란다 구석에 봄이 왔어요


콩과 팥을 확실히 알게 남편은

그 후로 팥죽을 여러 번 만들어 먹었고,

저도 팥에 꿀 한 방울 넣고 휘휘 저어

찐 팥소를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팥과 차원이 달라요)


콩인지? 팥인지? 잘 모른다고

시시콜콜 따지며 살다가는 머리 아파집니다.

콩도 먹고, 팥도 먹고 건강하게 먹음 되는 거죠

세상에는 콩인지? 팥인지? 구별해야

되는 일이 많지만 대충 살아도, 모르고 살아도

괜찮답니다. 뭣이 중한디.. 감사합니다.


2025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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