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카메라 Jul 14. 2019

당신의 마인드는 누구의 것입니까?

<기묘한 이야기 3>  리뷰 아닌 것 같은 리뷰 1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진짜 약간,,,


SF 스릴러 덕후들이 목 빼고 기다리던 <기묘한 이야기 3>이 릴리즈 됐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 때문인지 하루 만에 정주행 했다는 관람평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시리즈를 보며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넷플릭스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약간의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느 순간 시리즈가 끝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만큼 문화적 이질감을 뛰어넘을 만큼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촬영, 화려한 후반 작업(사운드, 편집, CG)이 어우러진 작품들일 것이다.


이번 3편은 큰 이야기 하나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든다.  1,2편을 마무리 짓고 다음 큰 시즌을 준비한다는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으니 1편과 2편을 모두 보고 3편을 보기를 추천한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3편에 대한 리뷰들은 이미 차고 넘치니 <기묘한 이야기> 1,2,3편 보며 생각난 이런저런 생각들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기묘한 이야기>는 SF 스릴러로 필수 옵션같이 주인공을 공격하는 빌런들이 등장한다.  빌런들의 수준이 다른 SF 스릴러에 비해 살짝 높은 편이다. <기묘한 이야기> 속 빌런들은 뒤집어진 세상( 극 상에서는 up side down world )이라고 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행우주와 같은 세상에서 존재한다.  뒤집어진 세상은 나름 독특이면서도 구체적이다. 평행우주론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뒤집어진 세상으로 가려면 게이트를 찾아 통과하는 물리적 방법이 있고, 특별한 능력( 엘-일레븐-과 같은)이나 꿈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구조이다.  물리적 환경과 정신적(?) 환경을 섞어놓은 몽환적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 마음을 장악하고 조정할 수 있는 마인드 플레이어는 할리우드 괴기 영화 빌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까지 느껴졌다


이 공간에서 나오는 빌런들 역시 매력적이다. 특히  인간 마음을 장악하고 조정할 수 있는 마인드 플레이어는 할리우드 괴기 영화 빌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까지 느껴졌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괴수들은 큰 덩치에 엄청난 힘을 소유한다. 어마 무시한 물리적 힘에 압도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묘한 이야기>의 마인드 플레이어는 기본적인 괴수의 모습에 똑똑하기까지 하다. 인간을 이용해 스파이로 써먹거나(2편에서 윌처럼), 부하처럼 부리기도 한다.(3편, 빌리의 경우) 더 흥미로운 것은 마인드 플레이어의 감정을 감염(?)된 인간들이 공유한다는 것이다. 빌런을 공격하면 인간이 고통을 느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마인드 플레이어를 보며 미국 좀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흔히 좀비들은 아무런 감정이나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빌런의 느낌을 감염된 사람들이 공유하며 우리의 공포를 한층 더 높여준다. 기존 좀비가 우리의 자의식을 없애는 공포를 보여줬다면,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의식이 지배당하는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윌과 빌리는 마음 파고 들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인드 플레이어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윌을 통해 정신을 지배하고, 어릴 적 마음의 상처가 있던 빌리를 통해 다시 한번 사건을 전개시킨다. 특히 빌리가 마지막에 엘을 구하는 장면을 보면 자신의 어릴 적 상처가 치유되며 정신을 차린듯한 모습이었다. 어릴 적 그런 상처가 없었다면 빌런의 지배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상처를 나름 치유하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고, 이복동생을 괴롭혔던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초능력마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묘한 이야기>의 마인드 플레이어라는 빌런이 인간의 마음을 이용한다는 콘셉트는 독특하면서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충격적이었다.  극 중 시대인 1980년대 보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재 시청자들에게 더 큰 두려움을 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정보들과 충격적인 사건들이 그야말로 훅훅 지나가는 요즘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킬 새도 없이 내 마음은 이미 망신창이가 됐다.  사람들과 내 감정을 나누기보다는 기계에 내 감정을 늘어놓기 바쁘다.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줄어들고, 감정을 소모할 일만 잔뜩 있는 것 같다. 이러다 보면 우리도 호킨스 마을의 주민들처럼 마음을 잃은 체 감염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밀려온다. 나의 마인드는 나의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과 함께 말이다.


 호킨스 마을의 주민들처럼 우리의 마음을 잃은 체 감염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밀려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관계는 어떻게 지배당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