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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Jan 11. 2019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고

2018년 여름 나는 외국계 스타트업 회사에서의 일 년 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국내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전에 일하던 외국계 스타트업은 유망하고 보수도 더 좋았지만 국내에 상주하고 있던 팀원이 몇 명 없었던 터라 상당 시간 혼자서 근무하곤 했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던 2년여간의 휴학기간을 나는 IT 스타트업에서 일을 배우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성장의 시간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에 보다 많은 팀원과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그리고 나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자유도를 약속한 국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회사를 퇴사했고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회사의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 결정하는 코어 미팅에 참여를 하면서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수많은 결정들에 동참하였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 단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조직이 팀을 이루고 일을 진행해가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이며 더 나아가서 '효율적인 과정과 이를 통해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팀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러한 좌절의 시간들은 나에게 이 두 권의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와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게 만들었고 내가 경험했던 상황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1. 최고의 팀은 그 팀의 구성원이 다르다

하위권이었던 클리블랜드는 르브론 제임스를 지명한 뒤 우승권을 노리는 팀으로 변하게 된다
"유능한 감독은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뛰어난 재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똑같이 들어맞는다."(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공부를 하면서 한 가지 배운 사실은 사람은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며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영어를 하나도 몰랐던 시절에 싱가포르에서의 유학기간은 쉽지 않았으나 3년여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의 영어 실력은 그 기간 동안의 고생의 시간만큼 늘어있어으며, 이후 학창생활 동안의 노력들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내가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삶의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노력을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게끔 하였고 그렇기에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과 성실함을 보고 그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였다.


내가 처음 일했던 외국계 스타트업과는 다르게 2018년 봄 내가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말 그대로 '외인구단'들의 집합소였다. 20명이 조금 안 되는 사이즈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나이는 많았지만 그 시간 동안 별로 이룬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설립되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답게 여러 일을 해야 했었던 나는 상당기간 동안 인사업무 또한 책임지고 진행했으며 그 기간 동안 채용되었던 사람들의 이력서는 내가 지금 것 본 적이 없을 만큼 보잘것없는 이력서들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조직에서 일을 8개월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조직원의 역량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경력이나 이전 업적이 아니라 현재 그들이 임하는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쏠림현상 herd effect은 두 가지 상반된 결과로 나타난다. A형이 A형을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B형은 B형뿐만 아니라 C형과 D형까지 채용한다...... 그리고 회사에 이익을 주는가, 손실을 끼치는가에 상관없이 직원이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추고 회사가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에서 쏠림현상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구글은 학습하는 동물을 채용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면접을 통해서 가르쳐줄 수 없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


내가 팀원들과 일하는 8개월의 시간 동안 느낀 것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모르며 상황을 보는 통찰력 또한 굉장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구글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보다는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만 똑똑하지 못하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야 하겠다는 분별력은 가져아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똑똑하거나 성실하기는커녕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판단하는 분별력 또한 없었다. 그리고 내가 믿었던 '그 사람의 역량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경력이나 이전 업적이 아니라 그들이 임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던 명제는 보기 좋게 틀렸다. 사실 전쟁터와 같은 사업 현장에 오기 전 많은 지도와 지지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 동안 이력서에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을 만큼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그들의 삶에서 임하는 태도들을 보여주는 기준이었다. 그들의 이력서가 보잘것없는 것은 상당 부분 그들의 인생에 대한 무기력함과 나태함 때문이었으며 그러한 태도들은 업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구글이 '학습하는 동물을 채용하라' ,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뽑으라'라고 말하는 이유는 사업의 현장에서 그것을 가르쳐 줄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은 그 사람의 성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그리고 빠르게 사회가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구성원으로는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기가 힘들다. 빠르게 사고하고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정리해나가며 사업을 진행하여야만 하는 현시대에서 그러한 구성원은 팀이 답보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주원인이 된다. 더불어 그들의 존재는 쏠림 효과가 설명해주듯이 더 좋은 인재를 모아 들이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만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렇다, 첫 시작은 좋은 구성원을 꾸리는 것이다. 좋은 구성원을 뽑는 일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으며 최고의 팀과 효율적인 조직 문화를 구성하는 첫 단추가 된다.


2. 문화를 형성하라

문화는 비전 공유를 통해 생성될 수 있다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팀원들 간의 유대감 그리고 소속되어 있고 그 조직 안에서 안전하다는 소속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과 같이 기술력과 지적인 수준 자체가 경쟁력인 사회에서는 이전에 일본이 성공했던 칼 같은 구조보다는 좋은 구성원들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이러한 비전은 모든 사람이 공감을 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문화를 생성하고 그 문화는 개개인이 속한 집단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심어주며 이는 업무 효율 상승으로 이루어진다.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8개월간의 기간 동안 나 또한 이것을 이루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노력해보았으나 이를 위해서는 많은 난관들을 극복해야만 했다.


1. 경영진과 실무자가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좋은 사내 문화 형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경영진이 생각하는 비전과 실무자가 생각하는 비전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는 분명 자신들의 비전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 비전은 짧고 간단명료해야 하며 자신들이 일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사 항 이어야 한다. 예컨대 OKR(Objective &Key Result)의 목표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개념인 것이다. 더불어 이 비전은 모든 목표들을 아우를 만큼 포괄적인 개념이기도 해야 한다. 문화를 생성하고 OKR을 설정하기에 앞서서 경영진이 생각하는 비전과 실무자가 생각하는 비전이 다르다면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문화 형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스타트업에서 핫한 운영 방식은 에이 자일(Agile) 방식일 것이다. 빠르게 실행하고 피드백을 진행하며 실수를 통해서 더 나은 제품, 서비스를 제작해나간다는 이 방식은 종종 경영자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착각을 주게 만든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중요한 문화를 만드는 방식은 빠르게 진행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문화란 스며드는 것이며 어느 순간 그 조직의 구조를 바꿔놓는 것이다. 이것은 각각의 구성원이 업무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문화 형성을 위한 빠른 접근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3. 소통이 어렵다.

많은 경영서적뿐 아니라 많은 자기 계발 서적들이 말하고 있는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통이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더불어 일을 진행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기도 하다. 조직의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서적과 매체들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 소통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소통을 잘하지 못하며 항상 자신의 방식대로 소통을 진행하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함을 알아두자.


".... 디바(돌출 행동을 하는 인재)는 자신이 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을 바라는 것은 똑같다....... 디바의 실적이 디바의 방식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손실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한, 여러분은 디바를 위해 노력하고 싸워야 한다."(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회사에는 '디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이런 디바를 상황에 따라 잘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디바의 존재가 소통을 방해하고 그가 가져오는 가치가 손실보다 적다면 이는 잘라내어야 하는 것이 맞다.


상기에 언급된 사항들과 같이 좋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특히나 구조가 없는 스타트업에서 이를 실현시키는 것은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그 무엇보다도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사항임이 분명하다.


3. 가장 최상의 결정을 하라


스티브 잡스는 틀린 결정을 내리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빠르게 성장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최상의 결정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최상의 결정은 최소한은 기준을 세우고 서로 논의할 때 쉽게 얻어지게 된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이 없고 계속해서 특정인에 의해서 변경이 되거나 논의의 과정이 무의미해질 경우 조직은 자주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회사는 직원들 모두가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해주어야 한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HIPPO(Highest Paid Person's Opinion)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사람, 혹은 직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주장이 더 큰 영향력을 끼쳐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이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은 올바르지 못한 결정으로 회사를 이끌기 쉬우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


많은 최근의 경영서적들이 말하고 있는 Agile 운영방식은 회사를 위해 옳은 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종종 많은 경영자들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싸하게 따라한 뒤 실제로는 자신들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잃게 된다. Agile 운영방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최상의 인재들과 문화 그리고 옳은 결정을 위한 평등한 구조가 동반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결국 데스밸리를 지나가는 스타트업 혹은 스케일링 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빠르게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 가?'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우리는 최상의 팀을 꾸리고 문화를 만들어서 회사가 가는 길에 빠르고 좋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하고 많은 부분들이 충족되어야지만 유니콘, 데카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1년 6개월여간의 스타트업 생활에서 배운 것은 상기에 언급된 세 가지가 그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드는 게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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