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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Feb 05. 2024

손톱보다 작은 약, 1/4을 줄였다.

이상하지만 공평한 나의 세상


자유로워지는 비밀 법칙!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작가명, 작품, 인스타그램 등 내면을 표현하는 모든 활동들을 자세하게 알아도 괜찮고 오히려 좋다. 하지만 나의 직업과 직장 등 생계를 위한 일은 알려주고 싶지 않다. 반대로 생계와 관련된 정체성을 아는 사람들은 나의 내면 활동을 철저히 몰라야 한다.


모두 진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밝은 모습이 많이 부각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의 어두운 모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상반된 분위기를 품은 활동들이 거짓 가면을 쓴 것으로 보일 수 있기에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이다. 철저하게 숨김으로써 자유로워지는 비밀 법칙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을 나를 티끌하나 없이 밝은 사람으로 본다. 에너지 넘치고 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사랑하는 사람! 사람은 보이는 데로 믿을 수밖에 없으니 어쩌다가 우울증 환자라고 말해주어도 대부분이 믿지 않으며 가벼운 우울감 정도겠지라고 넘겨짚는다. 심지어 수업을 진행하며 만난 어머님 수강생분들은 “저 우울증 치료 중이에요!”라고 말해도 친아들이나 조카와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다고 하신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2023년에 만난 사기꾼을 완전히 정리할 수 있었다. 그 후 놀랍도록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매일 글을 조금씩이라도 ‘토닥토닥’ 써 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어느 정도의 치유가 된 것인지, 아니면 약빨을 잘 받았는지 몰라도 우울증 약도 작년보다 한알이나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무기력함이 덜해서 아침 조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밤을 꼴딱 새우더라도 수면제만은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고집하며 복용했던 수면유도제도 1/4알 정도 줄일 수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글들은 약들이 써 내려간 글이라며, 약이 없으면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한다고 자조했는데 한순간 이만큼이나 나아졌다.


그리고 애초에 계획과는 다르게 일상생활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고 소중한 고양이들 사진도 여기저기 남발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매개체로 연결된 두 가지 정체성을 굳이 혼자서 열심히 감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은 혼자서 하고는 왜 그랬지? 생각하다니.


손톱보다 작은 약 1/4을 줄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약이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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