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주로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가구로 이뤄진 선샤인주택협동조합(Sunshine Houing Co-op)이 새롭게 69가구의 저렴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캐나다 서리(Surrey)시가 10달러의 명목임대료(무려 9,196.9원이다; 2021.12.2. 기준)로 60년 동안 토지를 임대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해당 부지는 1948년에 지어진 주택이 있던 곳으로 원래 서리시의 지역유산으로 관리되고 있었으나 최근 철거허가가 나오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토지로 활용되게 되었다. 서리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보고서(City of Surrey Planning & Development report file: 7920-0207-00)에 따르면 서리시는 지역의 공동체토지신탁(CLT)과 60년 장기토지임대차계약을 맺고, CLT는 다시 선샤인주택협동조합에게 그 토지 위에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한다고 한다.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이하 CLT)은 영국, 미국 등에서 사회주택을 공급할 때 토지소유자로서 역할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비영리조직이다. CLT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투기적인 시세차익을 방지해 사회주택에서의 주거비를 낮춘다. 해외사례들은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토지소유 외에 지역자산 신탁, 지역자원 보전을 위한 신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CLT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CLT는 공공부문, 비영리 투자자, 토지임차인,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여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지배구조(governance)는 CLT가 단순히 사회주택을 건설할 토지를 제공하는 것에서 넘어 그 토지의 관리자로서 사회주택의 부담가능성을 유지‧관리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한다.
앞서서 살펴본 서리시 사례는 CLT가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시로부터 토지를 임차하여 사회주택을 공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특수하지만 60년 장기임차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CLT를 활용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모델과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어떻게 공급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주거관련 사회적경제 주체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해외에서의 Social Housing 용례보다 협소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제도화 초기부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하나의 사업유형으로 도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서울시가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 중심의 사회주택이 제도화되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도입했는데 이는 사회적경제 주체가 희망하는 토지를 발굴하여 신청하면 SH가 그 토지를 매입하여 사업자에게 임대하고 사업자는 시세 대비 80% 이하 임대료로 사회주택을 공급‧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토지소유자인 SH가 민간금융기관에 사업을 보증할 수 없어 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서울시는 서울시와 SH가 공동출자한 서울사회주택리츠, 그리고 SH와 HUG가 공동출자한 서울토지지원리츠가 도입하였다. 이 두 리츠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 보증하면서 사업자는 HUG PF보증대출을 활용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서울토지지원리츠는 SH가 직접 토지를 소유하던 초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발전시켜 리츠가 토지를 매입해 소유하고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사회주택을 공급하도록 토지를 임대하는 발전된 모델로 자리잡았다.
해외사례와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비교해보면 토지를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사례는 지역주민과 토지임차인이 참여하는 민관합작 성격의 비영리조직인 CLT가 토지를 소유해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례는 공공조직인 SH 혹은 공공리츠가 토지를 소유하고 임대하고 있다.
서울토지지원리츠 사업모델은 공공조직이 토지소유자일 때 가지기 어려운 유연성을 공공리츠를 통해 확보함으로써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급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도입된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유형 중 가장 많이 다듬어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여전히 토지소유자의 역할을 주택을 공급하는 시점까지로만 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사업자가 사회주택을 공급한 이후에도 공공조직이나 공공리츠가 효과적으로 토지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토지소유자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준공 이후 입주자의 권리보장,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사업운용, 해당 주택의 파급효과 관점에서 운영‧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입주자의 권리보장과 관련해서 입주자들이 저렴하게 장기거주하고 있도록, 그리고 퇴실할 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사업운용과 관련해서 사업자들이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차입한 대출금을 적절히 상환해나가고 있는지, 사업자가 입주자의 보증금을 사업확장에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을 건전하게 운영할 때 입주자 권리보장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모델들의 토지소유자는 이러한 전체 사업의 운영‧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입주자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문제와 사업자 자금관리 문제가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입주자 보증금 보증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의 부채비율(부채/토지와 건축물의 가격*100)이 100% 이내여야 하는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사업 특성상 사업자는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만 가질 뿐 토지소유권은 가지고 있지 않아 부채비율이 높게 계산되어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토지소유자와 건축물 소유자가 분리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전체 사업의 운영‧관리 권한을 가지고 사업자를 감독하는 토지소유자가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보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공조직 토지소유자와 공공리츠 토지소유자 모두 사회주택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최종 보증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의 재정운용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서울토지지원리츠와 서울시 빈집활용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에서 토지소유자는 사업자에게 공동관리계좌를 개설하여 토지소유자에게 자금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관리가 이뤄지는 방식을 보면 토지소유자와 사업자 간에 사회주택 운영을 위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기보다는 협약은행을 통해 사업자가 정해진 상환액과 적립금 등을 지출하는 것 외에는 자금을 운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보증보험 가입 문제와 사업자 자금관리 문제와 같이 눈에 뚜렷이 드러나는 문제는 아니지만 애초에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목적했던 파급효과를 공공조직과 공공리츠 토지소유자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사업공모단계에서부터 사업자에게 입주자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및 지역상권과 상생하여 지역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파급효과로 목표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으로만 이뤄진 공공조직과 공공리츠를 활용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구조에서는 주택 공급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과 연계된 지역자산과 지역자원을 마련하는 추가사업까지 수행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가지고 있는 주택 준공 이후 토지의 운영‧관리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CLT를 활용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조직의 거버넌스에 토지임차인과 지역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토지의 운영과 관리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공공조직이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기 힘든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운영사항 전반을 CLT에 참여하는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감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주체는 한 동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해당 주택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부가사업을 CLT 차원에서 지역자산과 지역자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CLT가 가지고 있는 장점, 그리고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모델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모델을 개선해나가기 위한 함의를 CLT 모델로부터 도출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토지소유자의 거버넌스에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 HUG와 같은 공공부문 외에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지역주체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지역주체에 도시재생지원센터, 지역재생회사(CRC), 사회주택 공급 주체 등이 있다. 지역문제에 관심있는 이러한 주체가 거버넌스에 참여함으로써 기존의 공공조직 토지소유자와 공공리츠 토지소유자 구조에서 발생하는 토지의 운영‧관리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토지소유자의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의 운영‧관리까지 고려하는 정책변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과제와 쟁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지역주체가 참여하는 토지소유자를 어떤 법인형태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쟁점이 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모델 중 가장 많이 다듬어진 유형이기도 한 서울토지지원리츠의 경우 리츠의 특성상 공공부문 외에 민간의 출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부동산투자회사법」이 리츠의 해당연도 이익배당한도에서 90% 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해야 하도록 하고 있어 토지소유자의 비영리성을 유지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토지지원리츠와 같은 리츠 방식에서 나아가 공익신탁과 사회적협동조합 구조를 활용한 토지소유자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또 다른 해결방안으로 토지소유자는 기존 방식과 동일하게 리츠를 활용하되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사례를 참고하여 지역주체에게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리츠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민간인 지역주체에게 이윤배당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지역주체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의 토지소유자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토지의 운영‧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CLT 사례를 보면 지역주민과 토지임차인이 CLT 거버넌스에서 2/3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에서 지역의 민간주체가 토지 확보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금을 마련하여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 있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토지소유자를 지분과 상관없이 동일한 의결권을 가지는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거나 리츠형 토지소유자더라도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지역의 민간주체를 최대한 많이 모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기사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Surrey Now-Leader (2021). New housing co-op project brings Sunshine to a corner of Whalley (8.27.) https://www.surreynowleader.com/news/new-housing-co-op-project-brings-sunshine-to-a-corner-of-whalley/?fbclid=IwAR0b0KNf4FSJVr3DxvNn6QP_8pLH-gtfeGAon2NabVjNQo5aUoSvMXZu868 (검색일 : 2021.11.20.)
**이와 관련하여 보증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서울토지지원리츠의 출자자이기도 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사)한국사회주택협회가 오랜 협의를 통해 최근 사회주택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는 “박성남‧이은석(2017). 『공동체토지신탁(CLT) 도입 및 적용방안』.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참고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