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MUOVERE Feb 15. 2018

시들어 버린 꽃

그게 마치 사람 마음 같아서.

몇 달 전부터 공기정화 식물인

홍콩야자와 관음죽을 키우기 시작했다.


낮은 온도에 약한 두 식물이기에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 살폈지만

그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콩야자는 점점 시들어갔다.    

 

말라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았다.

이름을 지어 사랑을 담아 불렀고

일일이 습도 체크까지 하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엔

잠깐이라도 바깥바람을 제대로 

쐴 수 있도록 옮겨주는 등

갖은 애를 다 썼지만

점점 시들어 갈 뿐이었다.     


나의 넘치는 사랑이

외려 독이 되었던 걸까.

우리가 봄날에 만났다면

넌 무럭무럭 예쁘게 크며 꽃피웠을까.

아직 우린 만날 때가 아니었던 걸까.  

   

널 어떻게든 살리려 하는 내 모습을 보니

이게 참, 사람 마음 같아서 더 서글프다.

처음 너의 초록빛 생생했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시간이 갈수록 넌 

점점 더 작아지고 탁해졌다.     

미안해, 많이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요. -END-

작가의 이전글 내 슬픔을 알아달라고 한 적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