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괜찮은 척 하느라 고생한, 나와 당신에게
일부로 신나는 노래들만 들으며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했지만,
집 앞에 다다르니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마음도 조금씩 눅눅해졌다.
현관 비밀번호를 치고 집에 들어오니,
등 뒤로 서서히 닫혀오는 문이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있음을 느꼈다.
쿵.
문이 닫힘과 동시에 나는 몇 시간동안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사왔던 소주 두병이
서로 맞닿으며 투명한 울림을 만들었다.
밖은 봄날처럼 맑고 따듯했는데,
불이 다 꺼져 냉기로 가득 찬
텅 빈 집엔 작은 온기도, 빛도 없었다.
순간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보니 아무것도 쥐고
있는 게 없어서, 꽤나 서럽더라.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등 뒤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그런 초라한 나를 세상으로부터
숨겨주는 것 같아서.
이렇게 무너질 거면서
방금 전까지도 핸드폰 속에선
‘괜찮다.’며 웃는 내가 너무 애달파서.
그렇게 숨기기만 하면, 숨기만 하면
대체 언제 낫겠냐고,
왜 항상 괜찮은 척 하냐고,
괜찮지 않잖아, 아프잖아하며
혼자 나를 다그치고, 혼자 나를 위로하며
한참을 주저앉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