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전, 오아시스, 국밥

추석 귀성길 오아시스 같은 국밥 이야기

by 일기미준

저는 파주에 삽니다.

추석 연휴면 경남에 계신 부모님과 전북에 계신 처가댁을 방문하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차 막히는 게 싫어서 논스톱으로 경남까지 운전했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파주와 경남의 중간쯤인 대전에서 잠깐의 휴식과 식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아이들이 국밥을 먹고 가자고 합니다.

대전에서 국밥이라..

문득 옆팀 팀장님께 추천받은 모 국밥집이 떠오릅니다.

호기롭게 출발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비도 오고.. 영 추석 분위기가 안 납니다.

(장거리 여행에 침 흘리며 뒷자리에서 자고 있는 모습만 예전과 같습니다)

연휴도 긴데, 연휴 첫날에 다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차도 너무 막히고 졸음도 오네요.

밥시간이 훌쩍 넘어 도착한 대전,

맙소사, 맛집으로 소문나 있는 집이라 웨이팅이 있습니다.

비도 오는데 식당 앞 천막에 15명 정도가 서 있습니다.

다른 식당을 갈까 생각했지만, 다행스럽게 금방 빠집니다.

20분 만에 들어갑니다.

지친 아이들을 위해 국밥에 육사시미도 시킵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금세 밝아집니다. 갑자기 말이 많아집니다.

정갈하게 나온 육사시미 120g

대망의 국밥이 나옵니다.

이때만큼은 맛집 유튜버처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여러 번 들어보며 점도나 맑기를 체크해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문가 흉내를 내며 국물만 한 입 먹어보고, 후추도 조금 가미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웨이팅이 아깝지 않았던 맛있는 국밥

예상대로 아이들은 너무 잘 먹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고 한입 뜨자마자 “음~~~” 하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감사함이 올라옵니다.​​

아이들과 국밥을 먹을줄이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저야 부모님 댁에 가니까 힘든 게 힘들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저랑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국밥 한 그릇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게 아빠로서는 큰 힘입니다.

내년 설에도 대전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을 찾고 싶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