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깽이 대란이라고 하는 계절이 지나, 한 여름이 다가왔다.
여기 저기 흔히 보이는 길냥이들은 여전히 많고,
나는 여전히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입장이다.
그러나 오지랖은 왜 꼭 이럴 때 발휘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시골 빈집에서 어미의 돌봄도 없이
종종 빈집 주인 아저씨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사는 아기고양이가 있었더랬다.
그런데 아저씨는 내일부터는 아기 밥을 챙겨주러 올 수 없다하고
동네 백구들은 고양이를 괴롭힌단다.
게다가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아기 고양이의 목숨은 아마도 위태로워질 것이 뻔하다.
나는 대학원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라곤 잠자는 시간 뿐인데,
그런 내가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여 돌볼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렇지만.
잠깐 쉬어갈 공간을 내어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덜컥 임시보호를 하게 되었다.
이동장에서 야무지게 울던 아기 고양이는
집에 도착하자 구석에 웅크려 가만히 숨어있다가
밥을 챙겨주고, 섣불리 만지지 않고 기다리자
곧 내게 다가와 몸을 부벼댔다.
사랑이 너무나 고팠던 모양이다.
야옹야옹 잘도 울며 머리를 들이밀고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린다.
그러곤 또 밥을 먹고
기특하게도 가르쳐주지 않은 배변도 모래 위에 완벽히 해내고 타닥타닥 덮는다.
구조자가 내게 물었다.
"아이 이름은 뭘로 하셨어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무명이요. 우리집에서 밥 잘먹고 잘 버티고 있다가 정말로 평생 사랑해 줄 가족을 만나
평생 함께할 예쁜 이름 얻으라구요."
무명이와 함께한 첫날 밤,
녀석은 내 발 밑에 얌전히 자리잡고 누워 새근새근 잠들었다.
무명이에게 진짜 이름을 지어줄 가족을 찾습니다.
성별은 남아, 태어난 지 3-4개월 정도로 추정됩니다.
외관상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 보입니다(오늘 병원 진료 다녀올 예정).
급하게 막 사온 사료도 잘 먹고, 배변도 건강히 잘 합니다.
친화력과 적응력을 보아 어떤 집으로 가도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 듯 합니다.
미성년자는 불가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평생'과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아시는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