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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Jan 06. 2024

내 멋대로 유럽(7)

뻔해도 아름다운 프라하


걸으면 걸을수록 프라하의 일정이 짧은 것이 아쉬워졌다. 

처음부터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라 독일에 입국한 후 조금씩 상황과 기분에 맞추어 일정을 짜왔던 터라 의도치 않게 프라하에서 머무는 날이 예상보다 짧아졌다. 


겨우 2박 3일만 머무르기에 프라하는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무엇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카를교 입구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오가고 있었다. 

나는 원래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 너무 유명한 관광지는 도리어 피하고는 했는데, 프라하는 어딜 가나 관광객으로 가득했기에 한적하고 조용한 로컬 여행 따위의 기대는 빠르게 접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를교는 무척 아름다웠다. 


차가운 기온과 바람을 맞으면서도 사람들은 모두 들뜨고 행복해 보였고, 이 아름다운 광경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어쩐지 믿기지 않기도 했다. 



지나다 우연히 보게 된 카를교의 버스킹은 그런 감정을 더욱 고조시켰는데, 나는 이 순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져서 눈물을 조금 흘렸다. 



다리를 지나 차가운 몸을 녹이려 길가에 파는 따뜻한 와인도 한 잔 사 마셨다. 

이날 이후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음료들을 많이 마시게 되었는데, 첫날 맛본 이 와인이 가장 별로였다. 

그래도 좋았다. 추위에 벌벌 떨며 온통 아름다운 건축물 사이에 둘러싸인 나는 그 자체로 즐거웠다. 



이후 사람들이 많이 걷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자연스럽게 프라하성과 대성당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성당은 입장 줄이 너무나 길어 외관만 훑어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줄 서는 것을 포기하기를 잘했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보려 막 발걸음을 떼자 때마침 프라하성의 교대식 세레모니가 시작된 참이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멋진 제복을 잘 갖추어 입고 군악대의 연주에 맞추어 하나의 몸처럼 절도 있게 움직였다.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가는 곳이라 그런지 교대하는 군인들 앞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댔는데 군인들은 마치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러다 너무 추워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적당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적당히 친절한 서버와 적당히 맛있는 생맥주, 굴라쉬를 먹으며 적당한 휴식을 취했다. 영혼 없는 친절을 보여주던 서버는 팁을 줄 때만 진심으로 웃어 보였다. 


이후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쇼핑에 써야만 했다. 나는 쇼핑 시간이 무척 아까웠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다음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레 공연을, 그것도 무척 비싼 좌석으로 예매해 두었기에 어느 정도의 드레스업이 필요했다. 


다행히 프라하 시가지에는 자라나 h&m 등 여러 브랜드 스토어들이 많아 적당한 원피스를 하나 구입할 수 있었다. 



오후 4시만 되어도 찾아오는 이른 어둠이 나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특유의 따뜻한 노란빛 조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파 속에서 줄을 서고 길거리 음식도 사 먹었다. 날씨는 춥고 양념된 소시지는 따뜻했고 이르게 찾아온 프라하의 저녁 속에서 나는 조금 외로웠다. 그래도 좋았다.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숙제처럼 남아있던 굴뚝빵도 먹어 보았다. 배가 부르지 않았더라도 혼자 한 개를 다 먹기에는 빵 크기가 제법 컸다. 남편이 생각났다. 함께 먹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루 내내 즐거움과 설렘, 행복함과 외로움을 차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 했기에 걸음을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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