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5
창문 밖 풍경
사무실 자리가 바뀌었다.
창문너머로 해머링맨이 보이던 자리에서, 이제는 인왕산을 바라보는 자리다. 모니터에서 조금만 시선을 올리면 창문 밖으로 푸른 하늘과 인왕산이 보인다. 해가 저물 때쯤이면 건물에 드리우는 금빛 그림자로 저물어 가는 하루도 느낄 수 있다. 퇴근할 때 조금씩 하늘이 밝아지는 것을 보니,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왔다.
2025년엔 유독 새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새해가 되고 찬찬히 해가 길어지는 것을 보니, 가지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 때인가 싶다.
2026 9와 3/4승강장
한국에는 구정과 신년, 두 번의 새해맞이가 있다. 신년과 구정 사이 약 50일 정도의 구간을, 나는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안된 사람들에게 주는 다정한 유예기간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9와 3/4승강장처럼 작년과 올해 어디쯤에 존재해 있는, 다정한 유예기간 속에서 나도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슬픈 마음은 꽁꽁 숨겨둔 채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았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 오롯이 마주하고, 슬퍼하고, 담담히 잘 보내주어야 했다. 2025년은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는 해였다. 더하기 하는 삶을 부지런히 살아왔다. 항상 뭐든 잘하고 싶었던 나지만, 막상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은 잘 갖지 못했다.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 있는 나를 다독였다.
브런치에 쓰던 글들도 잠시 내려두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지금의 시간 안에서 흐르는 대로 진심을 다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이 작년의 나를 잡아주었다. 매년 겨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사랑의 열매 온도도 어느새 100도를 넘어 광화문의 겨울을 녹였다.
2026년 맞이
올해도 새해 첫날 광화문 광장에서 카운트다운을 했다. 엄마가 끓여주는 새해 첫 떠국도 먹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한 권 샀고, 스타벅스에 들려 말이 그려진 컵도 하나 구매했더니, 포춘쿠키가 딸려왔다.
요즘은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생활기록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 기록을 읽어보며, 부모님이 생각났다.
어른이 되고 보니 누군가 나를 온전히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을 마주하기 쉽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물론, 커서도 연인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가족이 되며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 더 서로에 대해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누군가 온전히 관찰한 나를 들여다보니, 흔들릴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나의 뿌리가 무엇이었는지 알겠다.
2026년은 사랑과 행복, 축복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로서 온전하게 빛나길 바라며, 세상에 더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평안한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 인생의 모먼텀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정함으로 세상을 마주하며,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행복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