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yohyun Hwang
May 09. 2022
주말을 이용해 잠시 오하이오 주의 주도 콜럼부스를 다녀왔다. 그동안 비행기는 주로 출장길의 운송수단이었는데 점점 더 자주 가족 일로 비행기를 타게 되는 것 같다. 뉴저지와 오하이오는 850 킬로미터 남짓이라 차로 이동하기에는 조금 멀고 비행기로는 한시간 30분 정도인데 주말 방문에는 아무래도 비행기편이 훨씬 낫다. 둘째의 아파트를 구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덕분에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콜럼부스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타고가는 비행기, 즉 뉴와크 공항에서 콜럼부스 공항을 운행하는 비행기는 브라질에서 최종 생산한 100인승 규모의 중형기였다.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좌석이 각각 두개이고, 제일 마지막 열의 번호가 25번인가 그랬으니 승객수만으로는 100인승이기는 하나, 3번석까지는 1열 3석이라 실제 정원은 97명이다. 승무원은 두명이었다.
콜럼부스시는 짐작하는 바와 같이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에서 따 온 지명이다. 지금은 많은 미국인들이 콜럼부스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오하이오의 초기 정착민들은 새로운 터전을 만든다는 각오로 그의 이름을 차용한 것은 아닐까.
오하이오주는 생김새가 대략 방패처럼 생겼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주 전체가 대평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장관이지만 둘째가 렌트하기로 결정한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지평선이 가히 말문이 막히기에 충분했다. 수평선이 주는 감동도 대단한데 지평선이 주는 감동 또한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다. 오하이오는 그런 주이다.
흔히들 오하이오주를 3C State라고들 부른다. C로 시작하는 대도시가 3곳 있는 까닭이다. 방패같은 이 주를 북동쪽 끝에서 남서쪽 끝으로 대각선을 죽 긋고서 북동쪽 끝에 점을 찍으면 그곳이 클리블랜드(Cleveland), 선의 가운데가 콜럼부스(Columbus), 남서쪽 끝이 신시내티(Cincinnati)이다. 이 세 도시의 규모는 경쟁하듯 비슷했으나 이제는 콜럼부스의 시세가 점점 커져 다른 두 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 의사당 주변과 도심지를 거쳐 도시를 관통하는 사이오토 강변을 달렸다. 예상과 달리 시내는 매우 깨끗하였고, 놀랍게도 대도시에서 언제나 목격할 수 있는 홈리스를 한명도 볼 수 없었다. 주말이라 그런 것인지, 혹은 날씨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주도라 강력하게 단속한 결과인지...
사이오토(Scioto) 강은 폭이 넓은 곳이라야 100여미터가 채 안될 정도의 조그만 강인데 최근에 내린 비 탓인지 온통 흙탕물인 강의 물살이 상당히 거칠어보였다. 강변은 잔디로 마감하여 초록이 시원하였는데 그 사이로 만들어진 트레일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당히 섞어놓아서 평지의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안개비가 내리는 주말의 새벽녘이었는데도 나처럼 달리기하는 사람이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는 출발전에 렌트할 아파트를 검색하여 그 중 5곳을 방문하기로 미리 약속했다. 6월부터 여기서 일을 시작해야하는 일정상 둘러본 당일 바로 입주할 아파트를 결정해야만 한다. 3곳을 둘러본 다음 나머지 두곳은 취소했다. 가장 먼저 본 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계약하는 데는 15분이면 충분했고, 둘째의 직장 덕분에 이것 저것 비용을 덤으로 절약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오후 시간이 남아서 우리는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핫하다는 쇼트노스(Short North)를 가보기로 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홍대앞 정도려나. 그냥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길 주변에 조그만 가게들이 이어져 있고, 오하이오 스테이트 유니버시티(OSU)도 이 길따라 캠프스가 자리잡고 있다. 원래는 4차선 길어었을텐데 양쪽의 가장자리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결국은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이 되고 말았다. 주차를 위해 들락날락하는 차와 교차로마다 설치된 신호등으로 길지않은 이길을 빠져나오는데만 얼추 30여분이 걸린 것 같다. 아마도 OSU의 졸업과 겹친 주말이어서 그런가 짐작했다.
여행의 진수, 맛집을 찾기로 했는데 우리는 몇군데 스테이크 하우스를 검색하다가 콜럼부스에서 한식을 먹어보기로 하고 찾아간 집이 고기 코리안 바베큐. 놀랍게도 한국인은 우리 뿐이었다. 뉴저지보다는 고기값이 5불 정도 저렴하였고, 고기맛도 괜찮았으나, 밑반찬은 질과 양에서 조금 떨어졌고, 내가 직접 불조절을 하면서 고기를 구워야한다는 점이 조금 달랐다. 손님뿐만 아니라 직원도 대부분 현지인들이어서 거의 완벽하게 현지화에 성공한 한식당이었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괜히 기분이 뿌듯하여 조국의 술, 복분자주로 흥분을 달래었다.
달포후에는 육로를 이용해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