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함은 비굴함과 동전의 양면이다. 야박한 자는 필연코 비굴한 자이며, 비굴한 자는 반드시 야박하다. 야박함과 비굴함은 우리가 먹고 자고 사랑하고 배신하고 그러다가 죽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런 천성이다. 어떤 자는 배움이 있어 덜 야박할 것이며, 또 어떤 자는 욕심이 지나쳐 더 야박할 수도 있다.하지만 경중을 따져서 뭐하랴. 그러니 공자 예수가 아닌 바에야 우리 속의 야박함을 너무 탓하지 말자.
대개 스스로의 야박함에는 상황론이라는 포장이 있게 마련이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나는 원래 야박한 사람이 아닌데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변명이다. 살아가는 것의 무게는 그러니까 야박함보다 무거운 법이다. 그러니 또한 스스로의 비굴함에도 너무 책할 필요 없다.
그러나 사람은 또 가벼운 존재여서 누군가가 나를 야박하게 대하는 것은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마치 예리한 칼날에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 통증 같은 것이어서 잊고 지내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면 부르르 떨게 만든다.
'감히 네가 나한테..'
자 그러니 이제 마음을 고쳐먹을 때다. 인간은 원래 야박하고 비굴한 존재이니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천사같음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행여 그 사람이 선행을 베푼다면 그것은 마치 홀인원같은 행운을 잡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자. 그리고 돌아서서 나의 야박함, 나의 비굴함을 돌아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