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치열이 너무 고른 아이의 문제는 유치가 빠지고 제 이빨이 나면서 자리가 모자란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며 이빨이 미세하게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앞니가 조금 삐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윗니 오른쪽 이가 살짝 삐뚤어졌고, 아랫니는 앞의 네 개가 삐뚤빼뚤 해졌다.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사진의 각도에 따라 삐뚤어진 윗니에 과도하게 시선이 머무는 경우가 가끔 있었고, 아랫니야 보통 대화 중에 보이는 이가 아니니 괜찮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윗니가 살짝 신경이 쓰이고 아랫니도 나이가 들 수록 더 삐뚤어진다는 말에, 교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금 알아보니 교정도 의사마다 치과마다 의견이 다르니 여러 군데 가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댓 군대 예약을 잡고 상담을 가보니 과연, 부분교정을 해도 좋겠다는 의사부터 부분교정은 오히려 이가 더 삐뚤어질 우려가 있으니 전체적으로 잡으면서 가는 게 좋다는 치과, 어차피 교정을 해도 기계처럼 완벽하게 맞아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금 돌아오니 이 정도면 그냥 살으라는 정직한 (?) 진단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고심 끝에 ‘그냥 살자’로 결론을 내렸지만, 여기저기 엑스레이를 찍고 상담을 다니다 보니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첫째, 잘 때 이를 심하게 앙 다물고 자는 버릇이 있다는 것.
종종 목 어깨 통증과 턱까지 뻐근해 편두통으로 번지는 날이 있는데, 나는 으레 삐뚤어진 자세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엑스레이로 보이는 치아의 마모상태로 보아, 수면 중 이를 앙 다문채 밤새 긴장을 하고 있으니 턱과 목이 아프고 이도 시릴 수 있다는 것.
둘째, 동안의 비결은 말할 때 윗니가 보이는 것.
무슨 말 인고하니,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입꼬리가 쳐져 말할 때 윗니가 아닌 아랫니가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랫니는 보이는 부분은 아니니까 크게 신경은 안 쓰이는데…”라는 나의 말에 상담사는 “환자분도 말할 때 주로 아랫니가 보이세요. 서른이 넘으면 보통 아랫니가 대화 시 보이는 부분이에요. 윗니가 보이는 사람은 어려 보입니다.” 라며 팩폭을 가했다.
집에 오는 길에 백미러에 대고 생각 없이 말을 해보니 내 예상과는 반대로 윗니는 전혀 보이지 않고 아랫니가 보였다. 윗니가 보이게 말을 하려고 해 보니, 사이보그처럼 어색하게 입꼬리를 일정 부분에 의식적으로 고정시키고 말을 하거나, 웃으며 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은 사실 무표정이다. 그리고 나의 무표정은 눈꼬리, 입꼬리, 볼 근육이 축 내려간 모습일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피부조직 덕에 ‘중립’ 정도로 입꼬리가 자리 잡고 있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더 나이가 들면 아마도 거꾸로 휜 입꼬리가 될 게 분명하다. 언젠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계신다고 생각했던 그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아마 못마땅하신 게 아니라 그냥 평소대로 계셨던 것이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있는 표정이 어떻게 박장대소하는 표정일 수야 있겠냐만은, 얼굴도 근육이니 아마도 가꾸는 대로 자리가 잡이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그 후로 생각이 날 때마다 볼 근육을 올려보려 씰룩대고 있지만 역시 불시에 본 거울에는 항상 -_- 이런 표정의 내가 있다. 옛 말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이것 참 멍한 표정으로 나이가 들다가 매사가 ‘못 마땅한’ 얼굴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 Escribà Barcelona
안 그래도 작은 바르셀로나의 시내 한복판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손꼽히는 파티세리 중 하나.
Gran Via de les Corts Catalanes, 546, 08011 Barcelon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