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물려받은 자산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그 자산을 잃어버리고 유지할 능력도 없는 경우가 있다.
첫째로 부모의 직업이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가진 집안에서는 한 세대에 많은 자산을 벌어들일 수 있지만 자본주의 게임의 룰을 깨닫지 못하고 후대에게 전달해주지 못하는 경우다. '-사'로 끝나는 전문 직업은 개인의 지식이나 숙련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전문성에 심취하고 많은 보수와 명예를 얻기 때문에 후대에게도 동일한 방식을 강요한다. 그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능력이 언제까지나 인정 받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사라지는 직업과 촉망 받는 직업은 사회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변한다. 그들이 간과하는 것 두번째는 충분한 보수에 눈이 멀어 그들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진심으로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후대에게의 금융교육 부재를 일으키고 결국 다음 세대에서 그 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가'로 끝나는 집안에서는 개인의 능력으로 자산을 일구기 보다는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 집안의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자본주의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사용한다. 부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해도 지지해주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 이렇게 금융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부를 더 쌓고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다. 최성애, 조벽 교수가 집필한 애착 심리학 이야기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에서 보여주듯이 인간에게 애착관계는 정상적인 사고와 정서적 안정성을 획득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애착관계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영향받는 것으로 그 대상이 반드시 부모가 되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조부모, 보육원 선생님, 보모 등 정신적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상대면 누구든지 가능하다. 일반적인 경우에 아이는 부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어린 아이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과 애착관계를 강하게 형성한다. 안타깝게도 세계의 많은 부모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서 그들의 소중한 분신과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소위 말해 '삐뚤어진 아이'가 되고 사회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영화에서나 자주 보던 형편 없는 갑질 재벌 2세의 원인이 바로 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바쁘거나 엄격한 부모는 육아를 남에게 맡기고 자신만의 높은 기준을 강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결국은 돈이 많아도 시간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자본가들이 행복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유"와 "시간"을 갈망한다고 생각한다.
물려받은 자산이 거의 없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것을 뚫고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자리에 평생을 머물며 사회를 탓하는 사람도 있다. 시작부터 가진게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살펴보자.
이 세상에는 물욕이 있는 사람과 물욕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설명하듯이 단백질 구조체로 이루어진 유기생명체는 유전물질의 전달을 위해 생식을 본능적으로 추구한다. 제한적으로 허락하는 사회지만, 사람은 연속적인 번식활동을 위해 준수한 수준의 의식주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자손이 잘 성장하여 손주를 안겨주는 것도 유전물질에 내재된 번식 본능의 행동이자 내 자손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랑이 합쳐진 결과의 산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빈자는 거저 주어지는 물질에는 행복해하지만 많은 노력이 수반되고 위험을 짊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누구보다 보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물욕이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자, 지금부터 내가 다 사줄테니 너는 돈 걱정 없이 너가 더 원하는 것을 말해봐.'
'반지하 원룸에서 살래? 아니면 잠실 엘스에서 살래?', '오늘 점심을 김밥천국에서 먹을래? 아니면 럭셔리 5성급 호텔에서 먹을래?', '지하상가에서 바지 살래? 구찌에서 바지 살래?' 극단적인 질문으로 보이지만 누구든지 항상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빈자는 노력하고 위험을 짊어지는 과정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물욕이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로 몰래 정한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부터 '안전함, 아늑함, 확실함' 이라는 개념은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였다. 자연과 맹수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에 역부족이었던 인간은 자신의 추종자를 이끌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 전멸당하기 쉬웠다. 그래서 그 긴 시간 동안 불확실성을 피하며 오로지 안전만을 추구하도록 뇌가 진화했다. 오늘 날의 빈자는 이 클루지에 갇혀 산다. 다니던 회사, 다니던 길, 살던 집, 습관처럼 보는 유튜브 등. 익숙하고 편해서 그렇게 산다. 그리고 나는 물욕이 없다고 자신을 또 속인다. 반면, 부자는 자신과 마주하는 메타인지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자기 자신 바라보기를 자주 수행한다. 우리는 이것을 자아성찰이라고도 부른다. 부자는 어려움에 봉착하면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 낸다. 지식이 부족해 시작하기 전 부터 꺼려진다면 안전만을 추구하는 클루지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고 여기고 공부한다. 그리고 결국 해낸다. 오직, 이런 기지가 있는 사람만이 가난한 집안에서도 성공을 이루어낸다고 생각한다.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 사업 정리 이후 계획은 임대수익 강화였다. 공부를 위해 많은 서적과 유튜브 채널을 참고했지만 지겨울 만큼 하나같이 경매와 공매를 요하고 있었다. 돈 없는 청년이라면 경매만큼 좋은 옵션도 없어 당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의도 듣고 책도 사서 읽었다. 이제 실전 경험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클루지가 아닐까?
결국, 나는 경매 없이 투자를 했고 나이에 비해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내 집 마련을 포함해 6개의 등기권리증과 순 월세 100만원. 월세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보너스로 100만원이 생긴다. 급여에서의 세전 100만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대리 직급인데, 거의 과장급 연봉을 받는 셈이다. 월세 100만원은 나에게 모든 생활의 사소한 순간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고 긍정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하루를 만들어 준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조급하지 않고 생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쳐 준다는 마음으로 전자책을 발간했다. 책을 쓰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지식의 저주다. 당연히 다 아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최대한 줄여서 이해시키고 풀어쓸 수 있는 부분은 그러도록 신경썼다. 왜 경매와 공매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왜 시세차익이 아닌 월세투자에 집중하는지, 대출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어떤 입지의 어떤 물건을 사야하는지, 사후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다루었다. 책의 난이도 설정이 어렵다보니 자칫하면 수박 겉핥기 느낌이 나지는 않을지, 어느 부분은 전혀 이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니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장은 칼럼 쓰듯이 연재는 어려울듯 싶다. 나중에 성과가 쌓여가면 한 단계씩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내 생각도 함께 풀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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