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라고 외치는 당신에게.
노매드헐 (NomadHer)은 여행을 통해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독립성을 주고 싶다 (We Empower Woaman Through Travelling)라는 우리의 미션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에게 메일을 받고는 한다. 그중에는 "노매드헐이 너무 좋아서 혹시 인턴이나 다른 직업 기회를 구할 수 있을까요?"라는 메일도 꽤 많이 받는 편이다. 그때마다 기회가 있든 없든, 나는 최대한 정성껏 시간을 들여서 답변도 하고, 가능하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설사 지금은 같이 일할 수 없을지라도, 어떻게 노매드헐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우리 회사에 연락을 해 보고 싶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 내서 어떠한 회사에 직접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이자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다. 최근 들어 여름 방학 때문인지는 몰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와 상관없이) 올해 초기부터 여름 인턴쉽 문의가 자주 오길래, 아예 노매드헐 공고를 올려버렸다.
그리고 정말 많은, 전 세계에서, 사실 너무나도 출중하고 똑똑하신 분들이 노매드헐 공고에 지원을 해 주셨는데 그중에 인터뷰를 하다가 한 지원자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 하는 일이 행복하세요?
얼마 전 한국에 돌아와 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삶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삶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중에서 갓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에게 하는 일은 어떠며 회사는 만족하냐는 질문에 그분은 -이런 발언을 한다.
"친구들 중에는 카톡 창에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고 외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전 이것 저것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걸요."
얼마 전 나와 정말 친한 친구 아스타는 내게 연락이 와 자기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푸념을 했다. 아스타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으로 학사를 졸업하고, 나와 같이 파리 정치대학에서 석사를 하며 첫날부터 만나서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다. 아스타도 나처럼 스타트업, 소셜벤처, 테크, (버블티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한국에 애정이 많다. 그런 인재를 데려다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명성은 높지만 미저리 같은 회사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단점이 더 부각된 업무 스타일이 답답했다. 아스타와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추려 보자면
-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어쩔 수 없지 원격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컴퓨터에 로그인되어 있을 것을 요구.
- 매주 월요일 아침 9시 정각에 업무 미팅을 잡은 대표.
- 모든 결정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은 회사 지침.
- 무엇보다 본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회사. 요즘 들어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음.
(특히 원격 업무 이후 더 심해졌음)
- 너무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느라 출근이 조금 늦었는데 그 일을 다그친 상사
가 간 추어 보자면 그녀의 어려운 점이었다.
그리고 많이 속상했다. 노매드헐이 충분히 준비가 되면 꼭 나와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는 아스타. (아.. 그런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제가 더 열심히 회사를 키우겠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 친구들 이야기나, 아니면 노매드헐에 지원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 삶의 balance, 그리고 선을 넘지 않고 존중해 주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 업무 환경을 "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서로관의 관계가 행복한 업무 환경의 척도인 것 같다.
지금 하는 일이 행복하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혹시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되물었다. 물론 사실 그런 질문을 내게 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기에 당황한 것도 사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활짝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왜냐면 저는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고 싶거든요. 전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난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에서 잘 풀리지 않는 부분으로 (코딩이라면 어디서 버그가 나왔는지 모르는 순간, 디자인이라면 원하는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마케팅이라면 기대한 성과를 미치지 못하는 마케팅 프로그램... 등)는 스트레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고 만족해하는 업무 방식을 가져가고 싶다.
아직도 성장하는 회사이지만 노매드 헐 팀의 일하는 방식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하는데. 물론 이건 우리의 방식이고, 모든 곳에서 다 통하는 방식은 아니다. 각자의 업무 스타일과 철학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읽어주시기를.
1. 전체 원격 근무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있기 훨씬 전인 초기부터 진행되어 왔던 방식이다. 똑똑한 인재를 영입하고자 하는데 국가, 지역적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싶은 디지털 노매드가 되고 싶었던 내가 꿈꾸던 환경이기도 했다. 원격 근무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고 가는 줄 알고 있지만, (각각에 맞는 스타일이 있으니) 최소한 노매드 헐 팀은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위한 앱이니, 기본적으로 여행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날씨가 좋은 선선한 바람을 보면서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면서 일하면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잠정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노매드헐의 주 타깃이 될 수 있는 디지털 노매드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어느 정도 살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깐 일 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2. 업무 시간 체크하지 않음
뭔 소리... 그럼 야근 근무 수당은요? 주말근무 수당은요?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그러니깐 애초에 난 야근과 주말근무는 없어야 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월-금 근무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난 땡땡이치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 어느 날은 배짱이처럼 농땡이를 부리다가, 갑자기 "필"이 확 와서 업무가 진척될 때가 많다. 대학에서 광고를 공부하던 시절 내 대학교 은사님, 표문송 교수님은 우리에게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일 수록 쉬는 시간이, 노는 시간이 많아야 된다. 전시회도 가고, 힙한 카페랑 레스토랑 도 가보고, 여행도 많이 가고, 이것 저것 잡지에 나오는 여러 광고들도 보고. 책도 끊임없이 읽고. 그러다가 갑자기 영감이 떠오를 때 일을 할 것."
그리고 난 정말 공감한다.
우리는 '영감을 받는 시간'에 대해서는 '업무'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 보다, 사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은 오히려 그 '영감을 받기 위한' 프로세스가 더 긴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이거 단단히 뭔가 문제가 있다.
사실 보통의 회사들이 산업혁명 시기 "공장" 근무에서 적용된 9시간 근무는 정말 길다. 난 낮잠 자는 것도 좋아하고, 사실 딴생각도 꽤 잘하는 편이고, 멍도 때리고, 그러다가 한번 집중할 때 확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8 시간은 정말 나 한테 긴 시간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업무 스타일이 다 다른데 그걸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지옥철을 겪은 후, 회사에서 9시부터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는 건 내게 무리다. 그리고 그걸 팀원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난 엄청 이른 아침에 고요하게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꽤 늦은 해가 진 시간에 조용하게 업무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각자에게 업무를 task 별로 부과하고 주간 미팅을 통해서 서로의 progress를 체크하는 식이다.
일일 보고 리포트를 딱히 요구하지도, 그렇다고 원격 근무인데 하루종일 컴퓨터에 로그인이 되어 있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가 정한 데드라인까지 본인이 해야 할 업무를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해 왔는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즉 "결과"에 중심을 두고 한 개인이 그 결과물을 3시간이 걸렸는지, 9시간이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본인의 능력이다.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그때 화상 통화나 채팅으로 해결해 왔다.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 현재까지는 정말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나랑 같이 일을 하는 우리팀 개발자 분은 본인이 이제까지 수많은 (애쓰홀) 분들을 만나 왔으며 그중에 너는 정말 최고로 괜찮은 보스라는 칭차을 해 주시기도 하셨으니...
3. 서로의 피드백을 존중하자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고, 모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열려 있는 피드백을 받을 려고 늘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마음에 안 들어, 이 부분은 정말 좋은 것 같아, 조금 더 팀원 충원을 해야 할 것 같다 등의 부분 말이다.
4. 명확한 회사의 비전.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면 더더욱 굿.
세상에는 수 많은 프로젝트와, 회사 업무가 있는데 그 중에는 "Doing things for the sake of doing things"와 같은 일도 있다. 즉 "뭘 하기 위해 뭘 한다" 와 같은 알맹이가 없는 일들이다. 예를 들면 "좀 있어 보이게 마케팅 해 주세요."와 같은 답답한 소리. 아니면 지금은 업무가 바쁜 시즌이 아니니 그래도 뭐라도 하자라는 취지로 정말 알맹이가 없는 프로젝트...
혹은 모든 -크립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체가 조금 불명확한 즉, 읽으면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애내는 "어디서 돈을 버는 거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노매드헐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코멘트는, "너희가 하는 일이 너무나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다." 라는 부분이다. 사실 단순히 무작정 돈을 많이 버는, 혹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지 명확하지 않는 회사 보다는 이왕이면 사회에 긍정적은 미션을 가지고, 그 미션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회사가 정말 행복한 회사 인것 같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행복한 업무 환경'은 과연 '내가 정말 진심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능력과 업무 결과가 존중' 받고 있으며, 내가 일하는 업무 방식이 존중받고 있는지에 대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정말 똑똑한 일하는 동료, 내 의견이 충분히 수긍되는 환경, 능력에 걸맞는 보수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 한 건 물질적인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의 무조건 적인 일 순위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하는 일이 행복하냐는 그 지원자의 질문에 나는 활짝 웃으며 "너무 행복하다. 그렇지만 부담도 많이 되고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는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이 일을 지금 하고 있지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행복하고, 가슴 짜릿하게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그분에게 답변했다.
당신도 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행복하게 일을 하는 일 우리와 함께라면 가능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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