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소진"을 경험하였다.
나는 노인복지관에 사회복지사가 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심한 소진을 경험하였다.
"소진"이란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라는 걸 사회복지 공부를 할때 지도교수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나에겐 멀게만 느껴졌던 "소진"이란 단어였는데..."
소진"을 경험한 지금의 나에겐 "소진"이란 단어만 봐도 눈물이나고, 마음속 깊은 곳부터 아파지며 고통이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주제로 글을 적게 된 이유도 아팠던 소진의 경험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아니더라도 소진은 경험할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게 찾아오는 소진은 말로서 설명하기 힘들만큼 버텨내기 힘든 벽이다.
나의 소진은 아무런 경고없이 찾아왔다.
언제나 해맑은 얼굴로 출근을 하던 어느 날, 출근을 준비하고 복지관에 도착하였다.
복지관 정문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흘러 내리기 시작한 눈물...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걸음을 멈추고 흘러나오는 눈물..무엇때문일까?라는 고민을 하며, 움직이지 않는 내 발을 이끌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같으면 사무실에 도착하여 복지괸 전체를 한번 둘러보고 오늘 할일들을 정리할텐데...그날은 그냥 울면서 사무실의자 앉았다.
이유를 모르는 채 우는 나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도하고,
어떻게 나의 감정을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그냥 울었다.
그렇게 울던 나를 아무도 달래주지 않았고, 관장님도 그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땐 관장님의 그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관장님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 행동이 바람직한 행동이였다.
관장님이 나를 달래거나 왜그러냐고 물어보는 순간 업무에 대한 압박감으로 받아들여 더 힘들어했을텐데...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관장님의 배려가 너무도 감사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물한모금을 먹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8시간동안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퇴근을 했다.
투벅투벅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집에 와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캄캄한 옷장속에 숨어서 또 울기 시작하였다.
왜...? 나는 우는 걸까? 나에게 수없이 그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그저 울기만 할뿐 답이 없었다.
울면서 옷장속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아침 모닝알람이 울리자 내입에서 나온 한마디 "너무 힘들어"그 말은 무의식속에서 나온 말이였고, 그말을 귀로 듣고나서야 내가 소진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내몸엔 힘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일어서서 걷기도 힘들 만큼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비틀비틀 거리며 옷장문을 열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그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이별을 한 어르신들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너무 보고싶었다.갑작스런 이별한 어르신들을.. 왜..갑자기 그 어르신들이 그리워졌을까?
사실 20대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죽음이였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도 모르고, "죽음"이 어떤건지도 모르는 채 내곁을 떠나는 어르신들과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어려운건 가면을 써야 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복지관에서 다른 어르신들을 만났을땐 웃어야 했다. 웃지못할 만큼 아파도 웃는게 나의 의무였다.
그 의무감을 지키고자 나는 이별을 처음 경험하고도 누구에게 티내지 않고 웃는 가면을 써야만 했다.
눈물이 나오는 내눈을 씻어내며 "효진아 웃어야 해" "너는 사회복지사 잖아" "너가 아파하면 어르신들이 힘들어 할꺼야"이런 말을 되새기면서 억지로 웃었다.
그렇게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이별을 경험하고 나에겐 소진이라는 게 왔다.
오지 않는게 이상한거다. 그만큼 나를 울지못하게 스스로
막았다.
다시 일어설 용기도 없고, 다시 사회복지사로서 출근할 용기도 없었다.
그저 그냥 나의 곁을 떠나버린 어르신들이 그리웠다.
아무리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월급에 비해 하는 일이 많아도 나에게 희망은 나의 곁에 살아주고 있는 어르신들이였다.
그런 나에게 어르신들과의 이별은 너무도 고통스러운거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하는 이상 또 다시 마주해야 할 이별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을 하다 고통스러운 이별을 맛보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아내고, 그걸 실천으로 움기기위해
고층 아파트 옥상을 올라갔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땅은 너무도 멀고, 하늘은 너무도
가깝게 느껴지며 이별한 어르신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나를 꼭 껴안으면서 "젊은친구가 왜그래?" "괜찮아" "울어도 돼"라며 꼭 붙잡았다.
왜 붙잡냐며 불같이 화를 내던 나에게 경비아저씨가 던진 말한마디 "누구나 다 죽어..사람도 죽고,동물도 죽어..죽는걸
피할순없지만,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나에게 어진 삶은 끝까지 살자" 경비아저씨에 그말에 정신이 차려졌다.
그렇게 나의 극단적인 선택의 소동은 끝이 나고, 집에 돌아와 책을 찾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이겨내는 책....그런 책이 있길 바라며 온갖 검색을 하였지만 나오지 않았다.
왜? 수많은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은 없는 걸까? 진짜 사회복지사의 소진은 넘을수 없는 벽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소진을 이겨내는 방법을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이것저것 생각이 나는대로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마구마구 적던 나의 손이 멈춘 건 "프로그램 개발"이란
단어에서 멈추었다.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진 프로그램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나만의 프로그램은 무한대로 개발할수있다.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로 어르신들의 변화와 성장을 보면서 어르신들과의 이별을 잊어보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몇가지 떠오르는
프로그램을 구싱하여 다시 복지관으로 출근을 하였다.
지금의 내가 되었다. 결코 이겨내기 쉽지 않았던 나의 소진의경험이였지만 소진의 경험으로 나는 좀 더 성장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