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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Dec 09. 2021

서른셋, 기말고사가 끝났다

노르웨이, 늦깎이 임산부 대학생의 기록

오늘로써 기말고사가 끝났다.

학생때만 느낄 수 있는 이 기분좋은 해방감.

아 이번학기도 무사히 끝났구나!


장장 네 시간에 걸쳐 학기 내 공부했던 내용들을 주욱 다 쏟아내고나니, 기분 좋은 후련함이 몰려온다.


그렇다, 나는 노르웨이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출산을 한달남짓 남겨둔 만삭인채로.


2019년 노르웨이에서 대학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석사 과정을 마친지가 이미 8년이 지난지라, 대학교 학위, 그것도 학사학위가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었고, 작은 회사지만 창업자로 회사를 운영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에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첫번째 동기는 언어향상. 몇년째 정체중인 나의 노르웨이 실력을 현지 대학교에 다니다보면 저절로 늘지 않을까 싶었고,


두번째 동기는 학문적 호기심. 아무리 조그맣다 한들 회사 경영을 하고있으니, 좀더 경영에 있어 학문적 토대를 갖추고 싶었다.


세번째 동기는 친구. 어쩌다보니 집순이가 되어버렸지만, 나는 사실 사람들을 만남으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대학교를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생길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어차피 대학교가 공짜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University of South-Eastern Norway (USN) 경영 대학교를 등록한지 어느덧 이년반이 지났고, 오는 2022년 1월에 시작하는 마지막 학기만 마치면 졸업이다 (노르웨이는 학사과정이 3년 과정이다).

2019년 서른한살에 대학생 새내기가 된 기념샷, USN 캠퍼스에서

마지막 학기는 출산과 곂쳐서 아무래도 스케쥴에 맞춰 학위를 마치는건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첫 아이를 낳는 무모함인지 뭔지,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마지막 학기도 등록은 해뒀다.


출산을 하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나도 안다. 내가 욕심이 참 많다는걸.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늘 이런식이었던 것 같다.

무모할정도의 용감함. 그리고 좌절. 그래도 꾸준히 계속 무모한 도전의 연속.


서른 셋, 아니 서른 넷, 혹은 서른 다섯의 나는 (빠른생인데다 해외에서 주로 쓰고있는 만 나이까지 합치면 나이가 세개...) 놀라웁게도 여전히 내가 그래서 뭘 하며 살고싶은건지 잘 모르겠고, 어떤 방향이 맞는건지 도무지 답을 못찾겠다.


어쩌면 뭔가 이루지못한 것 같은 아쉬움만 남긴채로 끝내 도전만 하며 살게 되는건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고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다.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내 인생에 다가올 커다란 변화가 예감돼서

그래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굴러가게 될까

그래서 나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인가

노르웨이에서 나의 아이는 어떻게 자랄것인가

출산을 하고도,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경영하고있는 회사는 과연 잘 꾸려갈 수 있을까


나도 내 앞에 펼쳐질 내 삶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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