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숙소와 음식이 즐비한 환상의 섬에서, 내가 동경하는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음악 축제를 즐길 수 있다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매력적인 제안을 해온다면, 나는 당연히 "YES"를 외칠 것이다.
SNS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들과 함께 즐기는 여름휴가라니. 그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손꼽아 기다린 휴가 당일.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면?
이것이 <FYER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한 청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빌리 맥팔랜드이다. 그는 사람들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낼 수 있는 강력한 미소를 가진 수완 좋은 사업가였다.
그는 래퍼 자-룰과 함께 뮤지션을 섭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FYER>의 론칭 이벤트로, 환상의 섬
바하마에서 유명 아티스트와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초대형 뮤직 페스티벌을 계획한다.
파이어 페스티벌이 이뤄낸 이틀만의 티켓 완판 신화는, 그야말로 '마케팅의 성공'이었다.
바하마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탑 모델들의 모습이 담긴 프로모션 영상은, 우리가 유명인의 SNS 피드를 보며 느끼는 일종의 동경일 것이다. 빌리는 대중들이 단순히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세계로의 갈망을 구매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에서 펼쳐진 환상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기루'에 불과했다.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서,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을 준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애초에 페스티벌이 열리는 바하마는 그렇게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상하수도 시설과 숙소는 없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빌리는 그의 무모한 행보와 야망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을 또 다른 거짓으로 포장하려 했다. 빌리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동원된 많은 이들은 '거짓 환상'을 만드는 것에 착취된 또 다른 피해자였다.
그렇게 얼렁뚱땅 파이어 페스티벌의 날이 밝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말이다.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이 맞이하게 된 허구의 세계는, 생각하지도 못한 재앙의 현장이었다.
빌리가 약속했던 '최고급 숙소'는, '한 사람이 차마 눕기도 힘든 텐트'가 되었고, '최고급 케이터링'은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대체되었다. 설상가상 페스티벌 전날에는 비가 와서 매트리스와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야말로 '난민캠프'를 연상시키는 무질서한 페스티벌은 참가자들에게 다른 의미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비로소 빌리는 아수라장이 축제가 주최 측의 역량 부족으로 무산되었음을 밝히며, 하루 만에 축제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주차된 채로, 움직이지 않는 소형 비행기가 있다. 그 비행기 안에서 3시간 동안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그들은 네모난 피드의 한 구석을 채우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모두가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마치 자신의 삶인 양 전시하기 위해서 돈을 들여 티켓을 구입한다.
넷플릭스의 <파이어 페스티벌>은 꿈꿔왔던 환상적인 축제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다. 러닝타임이 끝난 후, 나는 깨달았다. 환상의 다른 말은 우리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욕망이란 것을 말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삶. 빌리는 인스타그램을 현실화하였고,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투자하였다. 또한 그것이 자신의 삶인 듯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상은 결국 현실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한층 멋 부린 모습으로, 멋진 공간에 간 모습만 가득 전시된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불현듯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