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한 삶

6개월 동안 매일 당근을 먹으면 생기는 일

by 효리브

매일 당근을 먹기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당시 장을 치유하는 식단들을 시도해보고 있던 차에 쌀밥이나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전분성 채소에 대해 알아보다가 당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당근의 효능에 대해 검색해 보면 베타카로틴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이는 비타민A로 몸에서 변환되며 눈 건강과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영양소를 잘 흡수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가열과 건강한 기름을 함께 먹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영양학에 관심을 가지고 음식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애매하게 건강한 단어인 '골고루' 먹는 것이 제일이라 여기며 살았던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나 몇 년 전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부터는 내가 먹는 것들에 깊이 있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주로 당근을 매일 아침 가늘게 채칼로 썰어 올리브유에 볶아 계란프라이 1개와 함께 먹는다. 볶은 당근은 갓 지은 냄비밥에 소금을 넣고 비벼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볶을 때 나오는 주황빛 기름이 흰 쌀알 겉면을 촉촉하게 코팅하고, 당근의 은은한 단맛과 소금의 깔끔한 짠맛, 밥의 고소함이 뒤섞인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당근을 먹기 시작한 이후 내 몸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피부톤, 생리혈이 맑아졌다는 것과 인공적인 단맛을 찾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 여드름, 건선, 지루성피부염 같은 피부 질환과 각종 만성 염증에 시달리다 몇 년 전 많이 아프고서부터 이렇게 식단을 챙기기 시작했다. 20대에는 한 달 중 피부가 좋다고 생각했던 날이 아마 손에 꼽았을 것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야 피부가 맑아진다는 것이 어떤 건지 당근을 먹으면서 체감하게 됐다. 아직 연하게 울긋불긋한 여드름 자국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피부 톤이 화사해진 것을 매번 화장대 앞에서 느낀다.


당근을 생으로 먹을 때는 익혔을 때보다 비타민C를 잘 흡수할 수 있다. 아삭한 식감이 좋고 특히 당근 안쪽 부분은 질감이 연한 편이라 더 달큼하고 맛있다. 주로 소화가 어려울 수 있는 아침에는 당근을 익혀서 먹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는 가끔씩 생 당근을 먹기도 한다.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나쁜 것을 안 먹는 것이 더 어렵다.



다행히 나는 편식이 없어서 대부분의 채소를 아주 맛있게 즐긴다. 그러나 한 번 나쁜(?) 음식들에 빠져들면 멈추지를 못했다. 그동안 "이렇게 참았으니 먹어줘야겠어" 같은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비록 나에게 졌다는 패배감에서 한 순간에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자연의 맛을 행복으로 느끼며 조금씩 절제력을 키워나갔다.


매일 음식 앞에서 무너지던 것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반년에 한 번으로 횟수가 줄어들면서 절제가 나에 대한 확신과 신뢰로 탈바꿈할 때, 나는 다시 한 번 더 자신감을 얻는다.


당근한 삶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