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갑자기, 넷 ep.01

by ARA

어느 여름 퇴근길에 양수가 터졌다. 다가오는 토요일부터 출산가방을 싸놔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준비 없이 분만장에 들어갔다.


분만장에 들어갔을만해도 나는 금방 집으로 가거나 입원실로 옮겨질 거라고 생각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 갑자기 양수가 터진 사례들이 그러하듯 병원 생활을 하겠거니 가벼운 마음이었다.


양수가 줄줄 세는 나를 보며 분만장 의료진들은 다급해 보이지 않아 더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기다리는데, 나보다 더 위급했던 다른 산모를 보고 있어 나에게까지 손이 오지 않았다. 그대로 나는 분만장 안 진통실에 갇혔다. 라보파를 맞으며 3일간 진통실에 머물렀다.


배가 아침보다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요 근래 체중이 급격히 늘고 먹기만 하면 속이 꽉 차서 많이 못 먹었는데, 내가 원망스러웠다. 수박 많이 먹을걸. 냉장고에 수박 있는데. 과일 먹으면 아기가 커진다 해서 먹고 싶던 수박을 한 두 조각만 먹고 지냈었는데, 그러지 말걸. 내가 아기들을 낳고 제일 많이 한 후회였다.



진통실에 있는 3일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나는 혼자 침대 한켠을 차지하고 수축제를 맞고 산소줄을 끼고 아기들을 기다렸다. 진통실에 있으면서도 나는 곧 입원실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가들을 낳지는 않겠지. 내진 오는 선생님들한테 물어도 확답을 해주지 않았다. 빨리 입원실로 옮기고 싶었지만 3일째 30주 5일 오후 2시 51분, 3시 12분 아가들을 만났다.


입원 내내 언제 아기를 낳을 지 몰라 거의 먹지 못했는데, 아이를 낳는 날 담당선생님이 오늘은 우리가 오후 타임 1등으로 낳고 밥을 먹자고 했다. 기운이 났다. 드디어 밥 먹을 수 있구나.


분만실은 생각보다 환했다. 너무 환해 민망할 줄 알았는데, 이미 진통실에서 온갖 존엄성을 다 버리고 온 나는 어서 아이들을 낳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몇 차례 힘을 주어 첫째 아가를 낳았는데 울지 않아 너무 무서웠다. 드라마처럼 크고 우렁찬 울음소리가 나지 않아 왜 안 우냐고 물어보는데 앙! 하고 작은 고양이 소리가 났다. 다행이다. 우리 별이 소리랑 닮았네라고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다음 아가를 낳으려고 힘을 주는데 무통이 너무 잘 들어 수축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여러 차례 휘젓고 힘주는 와중에 아가가 쑥 나왔다. 둘째 아가는 다행히 울어주면서 나왔다. 첫째는 니큐로 옮겨가고 둘째는 내 눈앞에 데려다주었다. 아주 빨갛고 작았다. 계속 울고 있는데,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곧바로 니큐로 옮겨가 두 아가들은 건대로 이동했다. 아이들을 낳았지만 어벙벙한 상태였다. 회음부 처치를 하고 회복실에 들어갔다. 입원 내내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어서 밥을 먹고 싶었다.


회복실 너머 엄마 목소리도 들렸다.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회복실에 남겨져 있었다. 그 사이 오빠는 아이들과 건대로 넘어갔다. 오빠가 전해준 사진 속 아이들을 보니 복잡한 감정이었다. 귀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정말 내 뱃속에 있던 아이들일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나와 오빠를 닮아 있어 신기했다. 온갖 기계들이 아이들에게 붙어 있어 마음이 아팠다. 아 역시 수박을 좀 더 먹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키워서 낳았어야 했다.


30주 5일, 1.43kg, 1.65kg

세상에 온 걸 환영해 아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