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넷 ep.12
"이제 슬슬 이유식을 시작해도 되겠네요!"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외면하고 있던 쯔음, 외래에 가니 교수님이 말했다. 안 그래도 아이들 이가 올라오고 있던 참이었다. 허리힘도 어느 정도 생겨 잘 앉아있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이른둥이여서 생후 6개월에 시작해야 할지 교정 6개월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교수님 말이 시발점이 되었다.
아이들을 재워두곤 이유식 용품 삼매경에 빠졌다. 제2의 혼수 준비라는데 그도 그럴만했다.
앉는 의자에서부터 식기, 조리도구, 턱받이 등등 준비해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의자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하이체어를 사주려 그전부터 고민은 했지만 확실하게 결정은 못한 상태였다. 오래 사용하는 의자인 만큼 좋을 걸 사주고 싶은 마음이 커 남편과 하남스타필드로 원정을 떠나기로 했다.
스토케와 부가부 매장이 다 있어(바로 옆에 있어) 더 비교해 보기 좋았다. 의자는 아기들이 앉아봐야 가장 확실하다고 해 앉혀봤다.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던 아이들이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매일 누워만 있던 녀석들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앉아있는 건지. 아줌마가 된 이후로 부쩍 눈물이 많아진 나는 또 한 번 찡해졌다.(사실 눈물은 항상 많았다.)
돌돌트라고 했던가. 트립트랩은 인기가 많아 오늘 구매해도 가져갈 수 없었다.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했고, 우리 집 인테리어랑 제일 잘 어울리는 내추럴 컬러는 특히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크다 했다.
세상에? 우리 아가들은 바로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남편과 나는 바로 옆 부가부 매장으로 향했다. 부가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쯤 부가부페어를 해서 할인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우리 아가들은 바로 필요한데..!! 세상에 하이체어도 미리미리 사놔야 한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
부가부 지라프에 앉혀보니 아이들에게 좁아 보였다. 체구가 작은 첫째도 공간이 좁아 보여 둘째는 앉히지도 않았다.
남편과 결심을 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았다. 조금 더 제값을 주고 사더라도 어서 사서 아가들 맘마를 먹여야 한다는 게 내 목표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칭을 해 집 주변 베이비하우스에 연락해 예약해 두었다. 다음날 픽업을 예약해두었다.
드디어, 내일부터 시작이다!
얼렁뚱땅 이유식 냄비와 용기, 조리도구를 사모아 미음을 만들었다. 내가 먹을 것을 만들 때 사용하지도 않았던 디지털 저울도 사서 열심히 계량해 만들었다. 항상 눈대중으로 만들었는데, 내 생에 음식을 그것도 미음을 이렇게 열심히 만들다니, 처음이자 마지막일 일이다. 죽어가던 요리열정이 살아나는 줄 알았다.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부엌에 서는 일이 줄었는데 다시 요리를 하고 싶어졌다. 요리를 꽤나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미음은 다시 만들고 다시 만들었다. 물에 밥만 넣고 끓이는 건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만들어놓은 미음은 걸쭉해서 전분물 같기도 하고 풀죽같기도 하고 이걸 줘도 되나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미음을 권했다. 릴스나 숏츠에서 보던 아이들 같이 참새같이 잘 받아먹으렴!!
기대는 무너졌다.
아가들은 에베베 거리며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미음 이유식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먹보 둘째 입에 넣어줘도 삼키지 못하고 주르륵 흘릴 뿐이었다. 처음에는 먹이는 양보다 흘리는 양이 훨씬 많다고 하던데 이런 거였나? 우리 아가들도 참새같이 잘 받아먹으면서 더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자를 구해온 보람도 없이 아이들의 험난한 이유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