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지만, 비상

갑자기, 넷 ep.11

by ARA

남편과 함께 의정부 집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내려 아이들을 챙겨 넘어오는 길이었다. 평소와 같이 뒷좌석에 아이들과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목이 칼칼했다.


"오빠 목이 아파" 하니 남편은 콘솔박스를 뒤적이다 코로나 키트를 건네주었다. 그럴 리 없다고 콧방귀를 끼고 다시 아이들 손을 잡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집에 도착해 아이들을 다시 재우고 집안일을 정리하는데, 남편이 키드를 가져오길래 짜증을 냈다. "집에만 있는데 누구한테 옮아! 나는 나가지도 않는데!"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누웠다. 잠에 들었다 아기들 분유 먹이러 일어나 보니 온몸이 후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심상치 않았지만 무시했다. 그냥 의례 있는 몸살이겠거니. 다음날 남편은 출근해 아이들을 혼자 봤다. 몸이 계속 처졌지만 오랜만에 혼자 봐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퇴근한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이 다시 키트를 건넸다. 혹시 몰라 건네준 키트를 코에 쑤셨다. 세상에 양성이었다.


그 전 코로나 걸렸는데 키트 까만 줄을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에 걸려온 남편이 바로 병원으로 가래서 바로 가서 진단을 받았을 뿐, 키트에 까만 줄은 처음이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남편이 처음 건네주었을 때 해서 나만 의정부로 넘어와 있을걸,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걸렸으면 어떡하지, 이른둥이는 코로나에 더 취약할 텐데 설마 걸렸을까? 걸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막 태어났을 때도 검사를 했다던데 또 자지러지게 울면서 검사를 받을까. 괜한 내 이기심 덕에 아이들이 고생할까 봐 막막했다. 일단 마스크를 하고 남편을 깨우러 갔다. 새벽이여 조용히 불러 말하니 한숨을 쉬더니 장모님께 연락하라고 했다.


이른 새벽 엄마에게 전화하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황한 엄마에게 사정을 말하니 아이들만 바로 데려오라고 하셨다. 불안한 맘에 엄마아빠에게도 키트를 해보라고 하고 애기들 가방을 다시 쌌다. 아이들과 신나게 새해를 보낼 참이었는데 너무 야속했다. 집 밖을 거의 나가지도 않았는데 너무 억울했다. 괜히 모든 것들이 신경 쓰였다. 남편은 아이들을 차에 태워 떠났다.


혼자 남으니 괜히 더 서러웠다. 남편이 돌아와 병원으로 향했다. 연말에도 아픈 사람들이 많구나. 병원 로비에 사람이 가득 차 내 대기순서가 보이지도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가득 있었다. 행여나 우리 아가들이 옮았을까 엄마에게 카톡을 계속 보냈다.


아가들은 너무 생생하게 잘 놀고 있었다.

다행이다.


집에 돌아와 누워 계속 잤다. 잠을 자지 않으면 불안한 생각이 계속 나 약기운에 취해서 잤다. 남편은 안방에 나는 작은방에 아가들은 엄마집에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되었다. 아이들이 없으니 고양이들이 신나서 나를 독차지했다. 고양이들과 함께 있으니 신혼 시절이 생각났다. 남편의 잦은 출장과 야근으로 고양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렇게 적적할 수가 없었다.


집이 이렇게 조용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