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란다

갑자기, 넷 ep.10

by ARA

12월 28일, 169일 첫째가 뒤집기를 성공했다.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른둥이로 작게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는건 항상 초조하다. 생각해보면 모든 부모의 맘은 똑같을테지만 걱정인형인 나는 아이들의 분유량이 갑자기 줄어도, 응아 횟수가 갑자기 늘어나도, 분수토를 해도, 잘 안먹어 몸무게 정체기가 오기만해도 불안해 검색의 늪에 빠져버리기 일수었다. 검색해 보면 항상 불안에 잠식당했다.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낳고 또 다른 걱정을 낳아 검색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내가 잘 키우고 있는게 맞을까? 아이들이 빨리 신호를 주지만 내가 못 알아차리는게 아닐까? 내가 잘못해서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항상 괴롭혔다.


불안이 꼬리를 이어나가도 시간은 흘러갔다. 병원을 가고 검사를 하고 재활운동도 갔다. 서울 엄마집에서 살다 의정부로 넘어와 혼자 아이들을 보기도 했다. 아이들과의 하루는 단조로왔다. 시간이 되면 분유를 주고 트름을 시키고 잠깐 깨어 있을때 터미타임을 시키거나, 마사지를 해주거나, 모빌을 보여주거나, 엄마랑 아가들을 슬링에 넣어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귀엽지만 심심했다.


오후 운동을 간 친정엄마를 기다리는건 특히나 지루했다. 혼자있고 싶지 않아 아이들과 엄마집에 와있었는데, 엄마는 항상 바빳다. 아침에 운동에 다녀오고 잠깐 집에 들러 주전부리를 함께 먹고 오후 운동을 다녀오셨다.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오후 운동을 간 엄마를 기다리며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하지만 꽤 예전부터 아이들을 잘 안아주지 않았다. 주로 매트 위에 뉘어 놓고 터미타임을 시키고 초첨책을 보여주고 알아서 놀게했다. 가끔 다리에 올려 말아주기도 해줬다.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첫째가 계속 뒤집기를 시도했다. 그쯤 계속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힘이 부족한지 성공하지 못했다. 뒤집으려다가 항상 울기 일수었다. 앨범을 찾아보면 뒤집기 시도하다 다시 발라당 누워버리는 첫째 영상으로 가득했다. 또 한번 기대감을 안고 카메라 가득 첫째를 담았다. 에잇 에잇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힘이 부족해보였다. 역시 이번에도 아닐까? 다음을 기약해야 할거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뒤집었다. 아주 천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알아듣지도 못할테지만 첫째에게 대견하다고 안아주면서 엉엉 울었다.


온갖 불안에만 싸여 인터넷에서 본 아가들을 기준 삼아 내 아가를 마주보지 못했다. 불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가들은 자라나 있었다. 불안에 가득차 믿지 못했던 맘과 미안함 맘과 대견한 맘, 여러 마음이 뒤섞여 첫째를 바라보니 기분탓인지 제법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름 후 둘째도 뒤집었다.


아!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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