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빈티지 마켓에서 추억을 샀어요.
그렇게 좋았던 파리 여행 다녀와선 삶을 핑계로 바로 글 쓰지 못하고..
코로나로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지금에서야 추억 삼아 지난 여행을 들추어 본다.
여행 중 제일가고 싶었던 방브 마켓에 가는 날. 빈티지라면 한국에서는 주로 원오디너리멘션에서 북유럽가구를 구경하거나, 종종 동묘에 들러보기도 했었다. 오래된 특유의 분위기와 향을 좋아하지만 막상 사려고하면 뭔지 모를 찝찝함에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의 오래된 추억까지 고스란히 살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빈티지 마켓에 들러 오래된 물건 하나쯤 사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텅빈 가방과 함께 출발했다.
비가 올법한 날씨여서 우비를 챙겨 지하철을 탔는데, 방브 마켓 근처 역에 내리니 한 줄기 햇살과 마주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5분쯤 걸어가면 마켓이 있다. 특별한 입구랄 것도 없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로 펼쳐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마켓 끝쪽 푸드 트럭에서 식사를 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주변 사람들이 함께 춤추는 비현실적 분위기에 취해 사진도 찍지 못했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분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오랜만의 유럽 여행이라 미술관과 박물관을 원 없이 다녔고, 하루는 마레지구에서 쇼핑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결국 파리에서 산 것들은 빈티지 마켓에서의 물건들이 다였다. 이것 조차 우리 같다며 함께 웃어넘겼던 마음이 꼭 맞는 여행 메이트와 다녀온 방브 마켓은 파리에 한 번 더 방문한다면 꼭 들릴 예정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던 음악소리와 잔잔한 분위기를 또 한 번 느낄 좋은 날이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