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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ee Mar 31. 2021

벳 남저!

우연히 발견한 책의 울림, 귤사람_김성라


미세먼지가 이례적으로 많던 날 제주 여행 중 하루를 온종일 숙소에 머물렀다.

바닥에 배를 붙이고 숙소에 있던 귀여운 일러스트북을 꺼내 읽고 있는데 이게 과연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게 소중한 책 한 권이 더 생겨, 책의 내용 중 마음을 울린 장면을 공유한다.

서울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생활을 하다 지친 마음에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엄마와 함께 새벽에 귤 따러 간 딸의 이야기였는데, 귤을 따던 중 비바람이 몰아쳐 잠시 휴식처에서 기다리는 중 옆의 어른들 대화를 듣고 그림으로 남긴다.


“아이고 어떵할거라.” (아이고 어떡해)

“어떵은 어떵. 아장 놀믄 되주게.” (어떡하긴 어떡해. 앉아 놀면 되지)

- 잠시 후 들리는 소리

 

“벳 남저!”

(볕 든다!)


감히 이야기해보자면 삶이 그런 것 아닐까.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마음 크게 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볕 드는 날 꼭 있기 마련이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오히려 좋다였다.

미세먼지가 많았기 때문에 관광을 하기보다 조용한 숙소에서 책을 읽고, 또 이렇게 울림 있는 글 하나도 저장할 수 있었으니 생각하기 나름인 순간들이 많았다.

좋은 글귀를 얻은 오늘은 파란 바다를 내내 보고 있는 것만큼 좋은 날이다. 곧 독립서점에 들려 김성라 작가님의 귤사람과 고사리가방을 선물로 구매할 예정인 좋은 날이다.



http://naver.me/F1RHYW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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